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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요 Sep 17. 2021

어서 말을 해

산삼이냐고요?


분갈이를 하려고 꺼냈더니 어마 무시한 뿌리의 기럭지에 내가 더 놀랐다.



식물만 보면 죽이는 사람이 있다

바로 내 이야기다


그림을 그리는 나는 전시회를 하게 되면  화분 선물을 받을 때가 많다.

그런데 받는 족족 죽이기 때문에 화분 선물은 참으로 부담스러운 선물이었다.


그래서 무엇을 사 가지고 갈까?라고 물어봐주시는 분들께는 꽃과 화분만 아니면 된다고 한다.

꽃은 시들어가서 버릴 때 아깝고 죽어나간 식물들로  집에 즐비하게  남았있는 주인 없는 화분을 보는 것도 속상하기 때문이다.

자연을 동경하는 내가 식물을 죽이는 것은 참 괴로운 일이다.


사람들은 식물을 죽이는 이유를 외롭지 않아서 라고 한다.

외로운 사람이 식물을 잘 키운다고 하는 위로 아닌 위로를 믿었는데

얼마 전부터 내가 식물을 죽이는 이유를 알았다.

물을 너무 자주 주기 때문이었다.


그야말로 과잉친절, 이 화분만은 절대 죽이지 않겠어라고 굳은 결심을 하고  전투적으로 물을 주니

시들시들 누렇게 잎이 뜨면서 죽어가는 것이었다.

애정을 쏟아야 하는데 죽이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물을 주는 것이 잘못됐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유를 몰랐다. 나를 몰라주는 식물에게 서운하기까지 했다.


잘 죽인다는 부담감 때문에 세심하게 신경 쓴다는 것이 뿌리를 섞게 만든다는 것을 알고 나서는 잎의 변화를 관찰하기 시작했다. 며칠 신경 못쓰다 보면 잎이 바짝 말라있는 것을 보고 놀라서 물을 주었다. 또 죽였나 속상해했다. 그런데 신기하게   잎에 물이 차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눈에 띄게 자라는 식물들이 있었다.


 그 아이들은 오전 일찍 물을 주면 오후부터 잎이 살아나고 다음날  커다란 잎이 쑤욱 나오는 것이다. 그래서 이제는 자주 잎을 보고 잎이 말라 가는지 물이 충분한지 만져 본다.  잎이 말라가면 하루 이틀 있다가 물을 주기 시작했다.   한 달 만에 물을 주기도 하고 계절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다. 외로운 사람이 식물을 잘 키운다는 말은 맞는 말 같았다. 바쁜 사람이 잎의 변화를 세세하게  살피는 것은 어려운 일일수 있다.. 식물을 잘 죽이던 내가 새끼를 친 아이들 분갈이를 해주는 역사적인 날이다.






무려 5개의 집을 지어 분가했다. 버리기 아까워 가지고 있던 화분들이 주인을 찾았다. 다닥다닥 붙어 있던 아이들을 분가시키니 기분이 좋다.  


인체의 생명력도 비슷하다.



죽은 것같이 말라있던 잎에 물을 주고 햇빛을 씌어주니 언제 시들했냐는 듯이 살아나는 것은  단식 후 아이들의 키가 갑자기 커지는 것과 매우 비슷했다. 처음에는 믿기 어려운 것이었다.

아토피였던 큰아이와 작은아이는 키가 안 커 애를 태웠고 막내 아이는 너무 커서 호르몬 조절 주사를 맞아야 한다고 했다. 아토피든 성조숙증이든 자연요법으로 키우려고 결심할 때까지 적잖은 고민이 있었다

그때 베지닥터 이의철 의사의 강의를 듣게 되었는데  강의 내용에서

"현미와 채소를 먹이면서 건강하게 170센티로 키울 것인지 우유과 계란 고기를 먹여  약하게 180센티까지 키울 것인지 엄마가 결정하세요" 라면서 동물성 단백질의 과잉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참으로 어려운 선택이었다.

외모가 중요하게 여기지는 세상에 키도 한몫을 하는데 내키도 아닌 아이들의 키를  엄마에게 결정하라니

쉽지 않았다. 그때는 선택에 확신이 설만큼  경험도 지식도 부족했던 때였기에 더욱 그랬다.


이제는 다 커서 밖에서 자유롭게 음식을 먹는 아이들을 보면서 심각했던 그때를 생각하면 헛 웃음이 나올 때도 있다.  아이를 키우는 과정에서 이런 일은 정말 흔한 일이다.

엄마에게는 아이가 어릴수록 '내가 아닌 너, 너 아닌 나'의 존재일 수밖에 없지 않은가




잎을 이렇게 꽂아두면 새끼를 친다 해서 꽂아보았다.

자랄 것 같은 느낌이다. 매우 만족하며 매일매일 들여다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제는 말을 건네기까지 한다.


아이를 키우면서 했던 갈등이나 고민은  쓸데없지도 아쉽지도 않다.  그때는 그것이 최선이었고

무엇을 선택할때에는 아이를 일순위에 놓고 판단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상의 리듬과 생리를 알아가는 것은 식물이나 강아지나 사람이나 모든 생명체는 비슷하다는  것을

깨달았으니 말이다.


단식을 하니 아이들이 한꺼번에 크는 게 보이고 진물이 나던 살에 새살이 채워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잎이 말랐던 화분에 물을 주면서 물이 오르는   신비한 경험을 하게 되었으니 이제는 불안도, 두려움도 없다. 그저 실천하기만 하면 된다는 것을 안다.  이제는 아는 것보다 꾸준하게 실천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안다.






.

식구가 늘었다.

커피콩 나무를 선물로 받았다. 열대지역에서나 살 것 같은  커피나무를 키우게 되다니

지구가 핫하긴 하나보다.

얼 미만에 물을 주는지 모르고 있다가 잎이 말라 물을 주었다.

흙에서 물이 빠지는 것을 보니 물을 자주 줘야 할 것 같다.  더운 나라에서 크는 식물은 물을 많이 필요로 하고

추운 지방 그러니깐 건조한 지방은 당연히 물이 부족하니 물이 덜 필요한 식물이 자라는 것이 하늘의 이치다


물은 냉한 음의 기운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열대지방에서 나는  과일은 물이 많아 냉한 과일이다.

나처럼 몸이 찬 사람은 열 대 과일이 맞지 않다. 그래도 여행 가면 망고스틴과 망고를 밥 대신 푸지게 먹는다

매일 먹는 것도 아니고 어쩌다 맞이하는 일탈에 신이 나기도 한다.

그래서


망고스틴 먹고 싶다


냉한 사람은  냉수나 과도한 물도 조심해야 한다. 물을 많이 마셔야 살이 빠진다고도 하고 몸에 좋다고 하지만

냉한 사람은 그야말로 물만 먹어도 살찌기 때문에 따뜻한 차를 마시는 것이 좋다. 그래서 몸의 냉기를 없애주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몸의 냉기를 없애려면 주기적으로 단식을 해주고 각탕을 해주는 것이 좋다.

나를 위해 각탕기를 옮기는 것이 때로는 번거롭고 귀찮아도 계절이 바뀌는 지금부터 봄까지는 자주 해주는 것이 좋다. 내 몸의 성질을 잘 알아야 하는 것은 섭생에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여름에 물이 많은 열매채소와 잎채소를 많이 먹고 겨울에 무같은  뿌리음식을 먹는 것도 모두 자연의 흐름이다. 겨울은 수렴이고 노년기 역시 수렴의 시간이다. 무엇을 먹어야 할지는 자연의 원리에 따르면

쉽고 명확하다.  


그리고 가장 좋은 것은 원하는 것을 해주는 것이다. 사람이 좋아하는 음식은 자신의 몸의 성질과 컨디션에 따른다고 한다.  신장이 약한 분에게 "무좋아하시죠?"라고 물으니 "어떻게 알았냐"라고 한다. 몸은 필요하는 것을 말한다. 잎이 원하는 대로 물을 주듯이  몸이 필요한 음식을 찾는다.


그래서 여유롭게 몸이 말하는 소리를 들어주고 반응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이렇게 조그만 아이가 두살이 되었다.

이제는 내가 바쁘면 옆에 와서 자고 있다가 좀 한가해진 것 같으면 놀아달라고 한다. 그러다 정말 끝날 것 같지 않아 보이면 참다못해 와서 장난을 건다. 원하는 것이 있을 때는 눈물을 흘리거나 앞에 와서 존다. 정말 말을 하는 것 같다


말을 못 하는 식물도 복실이도 몸도 어떻게는 자신의 존재를 드러낸다. 기다리다 지치면 아프게 될 것이다. 늦지 않게 소리에 귀 기울여줘야 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이전 21화 아직은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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