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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대한 나의 몇 가지

by 뽈뽈러


내 삶에 있어 책에 대해 몇 가지 말하자면,


나는 평소 책을 가까이하고자 하는 편이다. 얼마 전 아내는 내가 '명상록'(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저)을 들춰보는 모습을 보면서 은근히 지적 허영이 있는 것 같다고 웃으면서 말했는데, 틀리지 않는 말이다. 책을 가까이하면 우리네 삶과 세상에 대한 통찰 그리고 지혜가 다져지고 나아가 남들한테도 좋은 모습으로 보일 것 같은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뽐내듯이 먼저 책 얘기를 끄집어내진 않는다. 타인과의 대화 속에서 유사한 내용이 떠오를 때면 자연스럽게 얘기하는 정도랄까.




나는 토요일 신문은 꼭 챙겨본다. 왜냐하면 토요일 신문에는 보통 두세 개 지면에 걸쳐서 북리뷰가 상세하고 다양하게 수록되어 있어서다. 늘 구독하는 신문 외에도 핸드폰 지면보기를 통해 다른 일간지들의 북리뷰도 꼭 찾아본다. 이것만으로도 세상과 함께하는 책들이 어떤 게 있는지 그리고 칼럼니스트들이 소개하는 인상 깊었던 책들이 어떤 게 있는지 알 수 있어서 나의 토요일은 북리뷰 보는 것으로 서너 시간은 훌쩍 지나간다. 이러면서 몇 가지 책들은 다시 서점 앱을 통해 검색하여 장바구니에 담아뒀다가 할인쿠폰 등을 감안하여 적절한 때에 구매한다. 이렇게 책들은 나에게로 다가온다.

KakaoTalk_20201229_213415068_03.jpg 이처럼 핸드폰 지면보기를 통해서 북리뷰를 통째로 캡처하여 관심 있는 책들을 살펴보기도 한다.




나는 독서량이 그렇게 대단하지는 않다. 그저 한 달에 한 권 또는 두권 정도 읽는 편이랄까. 그런데 책 구입량은 한 달에 3,4권은 되는 것 같다. 도서관처럼 집에 책이 많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당장 읽지는 못하더라도 마음이 가는 책이 있다면 주저 없이 구매 목록에 포함시켰다가 구입한다. 그렇게 구입한 책은 바로 읽을 때도 있지만, 1,2년 만에 읽는 것들도 상당하다. 때로는 여전히 장식용으로 책장에 정좌하고 있는 책들도 있다. 그렇지만 그런 책들이 내 관심 밖으로 벗어난 건 아니다. 어떤 재미있는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었는데, 마침 이와 연관된 내용의 책이 책장에 있다는 게 생각나면 그때 비로소 그 책들은 나의 눈길과 손길에 맞닿게 된다. 나는 이렇게 책과 함께한다.




나는 전자책은 아직까지도 익숙지가 않다. 몇 해 전 전자책을 본격적으로 활용해보고자 '그리스인 조르바'를 구매했었다. 처음에는 출퇴근길에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핸드폰을 통해 읽곤 했었다. 하지만 지면이 아닌 화면으로 읽는 책이란 것에 그 어색함은 여전했고, 또한 핸드폰의 여러 앱에서 발생하는 알림이 수시로 독서의 맥을 끊는 바람에 집중하기도 어려웠다. 그래서 전자책은 일찌감치 단념했다. 그러다 보니 그리스인 조르바는 책 초반부 내용만 여러 번 반복한 채 핸드폰 깊숙한 곳에서 새근새근 잠자고 있다. 새해에는 꼭 완독 해야지.




나는 책을 다 읽으면 그 앞부분이나 마지막 부분의 빈 페이지에 나름의 소감 내지 책을 매개로 한 생각들을 적는다. 예전에는 간혹 이렇게 했는데, 2,3년 전부터는 하나의 습관으로 자리 잡았다. 책을 한달음에 읽든, 여러 날에 걸쳐 읽든, 또는 읽다가 중단하다가 다시 읽기를 반복하면서 완독 하든, 그 끝에 이르면 내용 전반이 생각날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하지만 잠시 생각하고서 그냥 돌아서버리면 내용이 각인된 책들은 그것대로 각인이 잘 안된 책들은 또 그것대로 그냥 흘러지나가는 느낌이 들기에, 그러는 것보다는 생각이 나든 나지 않든 책을 매개로 글을 써보는 게 독서 이후의 과정이 꽤 효율적이고 좋다는 느낌을 받아서 현재도 계속 이렇게 하고 있다.

KakaoTalk_20201229_215236419.jpg 2년 전,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를 다 읽은 후 책 앞부분에 몇 글자 끼적인 글 / 여전히 초등학생보다 못한 악필 -.-;




1년이라는 육아휴직 기간 중 어느덧 3분의 1이 훌쩍 지나가는 시점이다. 더욱이 연말이자 새해가 다가오면서 그간의 일들을 생각하고 정리하던 중 내가 읽었던 책들이 눈에 띄어 이렇게 책 이야기를 적기 시작한다. 다시 읽어봐도 그렇게 대단한 소감이나 생각들은 아니지만, 그냥 내 육아휴직 기간 중 하나의 기록물로서 가치는 있지 싶어 그간 읽었던 책들과 소감들을 올리고 또 앞으로 읽어나갈 책들에 대해서도 적어나가고자 한다.


2020. 12.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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