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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면 뭐하니 - '정'플래쉬 1. 드럼에 대한 기억 1

by 뽈뽈러


지난 4개월여의 육아휴직 기간 동안 정말 꾸준하게 한 것이 있다면, 그건 바로 드럼 레슨이다.


새로운 곳에서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육아휴직 첫 달은 꽤 정신없이 흘러갔다. 그러다 보니 두 번째 달부터는 뭔가 쫓기는 마음이 생겨났는데, 그 무렵 우연히 아이 학교 근처에서 드럼 소리가 들려왔다. 듣자마자 뭔가 배울 거라면 드럼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에 곧바로 그곳을 방문하여 레슨 과정을 등록했다. 그리고, 매주 수요일 오후에 나는 1시간씩 드럼 레슨을 받고 있다. 레슨 이후에는 자체 연습까지 1시간 더.


드럼을 선택한 이유는 우선 드럼은 약 10년에 걸쳐서 내가 짬짬이 배워왔던 악기라는 점이다. 그런데 이런저런 상황 때문에 배우다 말다를 반복하다 보니, 배우려면 좀 더 제대로 확실하게 배워서 어느 정도껏 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면 좋겠다는 바람과 미련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이제 시간적 여유는 확실히 보장되니 이 참에 한번 제대로 배워보자는 마음에서 드럼을 다시 시작했다.




드럼에 대한 기억을 더듬어보면, 먼저 유치원 시절의 작은북이 떠오른다. 어릴 적, 집 앞에는 작은 교회에서 운영하는 유치원이 있었다. 나는 7살 때 이 유치원을 다녔는데, 가을 무렵 선생님들은 연말 합동연주회를 위해서 원생들에게 악기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큰북, 작은북, 캐스터네츠, 탬버린, 트라이앵글, 심벌즈 등. 나는 처음에는 트라이앵글을 받아 연주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며칠 후 선생님은 작은북을 연주하는 아이와 내 역할을 바꿔버렸다. 난데없이 시작한 작은북 연주였지만 나는 북 특유의 리드미컬한 소리에 재미를 꽤 느꼈는데, 그런 유년의 기억 때문인지 북 두드림에 대한 동경이 이때부터 마음에 뿌리내렸던 것 같다.


그리고, 고등학교를 다닐 때다. 내가 다녔던 고등학교는 다른 학교에 비해 동아리 활동이나 음악축제 같은 행사가 활성화된 곳이었는데, 매년 겨울방학 전에는 전교생 중 실력 있는 학생들이 나와서 노래, 춤, 악기 연주 등을 펼치는 음악축제가 열린다. 그날은 학교를 개방하여 다른 학교의 남녀 모든 학생들이 들어온다. 그래서 이 때는 학교 분위기가 들썩들썩하는데, 나는 그날의 마지막 공연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밴드 공연이었는데, 첫 곡이 '걸어서 하늘까지'였다. 사실 공연 목록에 있는 제목을 보고서는 별 기대가 없었는데, 조용한 가운데서 시작한 드럼 연주자의 화려한 스틱 놀림과 두두둥 소리에 나는 뭔가 뇌와 심장을 원투펀치 당하는 느낌을 받았다. 드럼이 이런 거였나 하는 쾌감과 함께 정말 뿅 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 싶다.




이처럼 유소년 시절의 북 두드림에 대한 기억은 뇌리에 깊이 남아, 결국 서른 살 넘어 찾아온 직장생활의 무료함을 해소하고자 뭔가를 탐색하던 중에 드디어 드럼을 하기로 결심, 2009년 초겨울 무렵 나는 회사 인근 드럼 전문 학원에서 첫 레슨을 시작하게 됐다.


KakaoTalk_20210108_220511961.jpg 이처럼 집에서 가끔씩 연습용 패드를 두드리면서 기본기 연습을 하기도.


2021. 1.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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