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대평리 한달살이 1

# 준비 그리고 실행

by 뽈뽈러


새해 1월 4일부터 2월 3일까지 30박 31일 동안 제주도 서귀포시 안덕면 대평리에서 '한달살이'를 했다. 작년 12월 초 무작정 집을 떠나 당도했던 이곳 대평리에서의 일주일이 너무나도 인상 깊어 기어이 다시 오게 된 것이다. 물론 이번에는 나 혼자가 아닌 사랑하는 아내 그리고 소중한 아들 녀석과 함께.




작년 12월, 가출인 듯 가출 아닌 마음 치유의 여행이 되었던 대평리의 1주일에서 돌아온 이후 우리 가족은 아이의 겨울방학을 대평리에서 보내기로 결정했고, 그리하여 나는 곧바로 그 준비에 착수했다.


1. 먼저 한달살이 일정과 숙박은,


아이의 방학과 아내의 회사 일정을 감안하여 1월 초부터 곧바로 시작하기로 했다. 마침 미리 봐 두었던 숙소에서도 원하는 일정으로 가능하다고 하여 한달살이의 첫 시작은 1월 4일로 확정되었고, 거처 역시 중간 이동 없이 한 곳에서 지내기로 결정했다.


2. 다음은 현지에서의 이동수단을 어떻게 할 건지 결정해야 했는데,


우선 렌터카는 경차를 이용한다고 해도 한 달 동안의 비용이 만만치 않아 결국 자가용 차량을 갖고 가기로 했다. 그리하여 처음에는 당연한 생각으로 부산에서 밤배를 타고 12시간 동안 이동하는 것을 검토했는데, 다시 여러 정보를 검색한 끝에 전남 고흥 녹동항에서 오전 9시에 배를 타서 4시간 후인 오후 1시경에 제주항에 하선하는 배편을 알게 되어 나는 쾌재를 부르며 예약을 진행했다.


물론 차량 선적을 위해 오전 8시까지는 녹동항에 도착해야 하기 때문에 당일 새벽 5시에 집을 나서야 하는 수고스러움은 있었지만, 그래도 12시간을 밤잠 설쳐가며 배에서 보내는 것보다는 나았으리라.(*1997년 12월, 친구들과 함께 부산에서 12시간 밤배를 타고 처음으로 제주도를 갔던 기억을 더듬으며...)


3. 제주도로 향하는 뱃길여행은 생각보다 지루하지 않았다.


녹동항에서 출발한 후 제주항 하선까지는 대략 4시간 정도 소요되며, 이 중 3시간 30분은 이동, 나머지 30분은 사람과 차량의 하선과 하역으로 나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3시간 30분 동안의 이동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지루함과 즐거움의 희비가 교차한다.


내가 예약한 3등석 객실은 너른 바닥의 아무 곳에나 자리를 선점한 후 누워서든 앉아서든 그냥 시간을 보내면 되는 곳이다. 따라서 먼저 승선하는 사람들이 TV를 잘 볼 수 있거나, 벽에 기댈 수 있거나 또는 콘센트 가까이에 자리할 수 있는 등 여러 가지 이점이 있는데, 나는 조금 늦게 승선하는 바람에 객실에서 보낼 상황이 못되어 객실 밖 일종의 로비 같은 곳의 소파에 앉아 제주항까지 이동했다. 그런데 이런 상황이 내겐 오히려 작은 즐거움이 됐는데, 화창한 날씨 덕분에 바다와 섬 구경을 마음껏 할 수 있었다는 점이 그랬고, 특히 제주도 인근 해상에서 배를 따라다니던 돌고래 떼들은 잊을 수 없는 광경이었다.

제주도 가는 중의 돌고래 무리 동영상 촬영본 1.
제주도 가는 중의 돌고래 무리 동영상 촬영본 2.




프론. 아이가 태어나기 반년 전쯤 구입한 생애 첫 차 아반떼, 아이는 이 차를 프론이라고 부른다. 네댓 살 무렵 헬로카봇에 심취하면서부터 여기에 나오는 경찰차 프론과 닮았다고 하여 그때부터 프론이 된 것이다. 이 프론이 드디어 배를 타고 광활한 바다마저 건넜다. 온갖 곳을 뽈뽈거리며 다니기를 좋아하는 주인 때문에 또래 연식에 비해 최소 50% 이상 전국 곳곳을 다녔을 텐데, 이제는 육지를 벗어나 섬까지 이르렀다.


15년 전 아내와 불꽃 연애를 하던 때에, 렌터카를 배에 실어 땅끝마을에서 2시간가량 배편으로 보길도를 간 적이 있었다. 그때 이후로 차량과 함께 배편으로 바다를 건너본 건 처음인데, 그래서 하역 수속을 마치고 차량이 제주도 땅에 닿는 순간 뭔가 알 수 없는 묘한 느낌이 들었다. 내 차로 제주도의 신선한 공기를 마시면서 구석구석을 누빈다는 게 색다른 기분으로 다가왔던 것이다.


제주도 한달살이, 이렇게 스타트를 끊었다.


2021. 3.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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