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대평리 한달살이 3

# 외지인 듯 외지 아닌

by 뽈뽈러


이곳에서의 좋은 느낌이 있어서인지 내게 있어 대평리는 자연스러운 일상이 함께하는 곳이 돼버렸다. 때문에 관광지에 왔기 때문에 뭔가를 보고 듣고 경험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나는 한결 자유로웠다. 아내 역시 같은 생각을 갖고 있었기에 우리는 대평리의 한적하고 여유로우면서도 따뜻한 분위기를, 그리고 다양한 카페와 식당들을 두루 접하면서 슬로라이프를 즐겼다.


작년 12월의 경험을 토대로 나는 아내와 아이와 함께 대평리의 이곳저곳을 다시 누볐다. 때로는 지난번에 가보지 못했던 식당이나 카페도 다녀보면서. 마을의 든든한 뒷배가 되어주는 군산, 거대한 병풍 같은 박수기정, 대평리에서 논짓물까지 이어지는 아름다운 해안도로, 곳곳의 카페와 식당들.


더러 몇몇 주인 분들은 작년 12월의 나를 기억하기도 해 이런저런 대화도 나누면서 안면을 트기도 했는데, 이 때문에 외지에 온 것이 아닌 내 삶의 한 복판에 녹아들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오죽했으면 복덕방에도 들러 이곳의 토지와 건축에 대한 상담까지 받았으랴^^;




비록 좁은 면적이지만, 복층이라는 구조 덕분에 세 식구는 그렇게 부대끼는 느낌 없이 한달살이를 해나갔다. 내 집인 듯이. 아내는 아내대로 필요시엔 회사 일도 하면서 슬로 라이프를 즐겼고, 아이는 아이대로 집에 있을 때처럼 TV와 게임으로 소일하고, 나는 나대로 산책이나 러닝, TV, 라디오, 술 등으로 지내다가 가끔씩 서귀포나 인근 마을 또는 주요 관광지로 다 함께 나들이를 나가고...


작년 말쯤이었던 것 같다. 외지에서의 한달살이에 대한 요즘 트렌드와 유의점 등을 나열한 신문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그에 비춰보면 우리 가족의 대평리 한달살이는 그런 거 신경 쓸 필요 없이 외지인 듯 외지 아닌 내 집 같은 시간을 보낸 것 같다.




다만, 돌이켜보면 몇몇 아쉬운 점이 없진 않았는데, 아무래도 적잖은 기간을 지내는 것이기에 숙소에 대해서는 신경을 쓸 필요가 있겠다 싶었다. 대평리에서의 한 달 중 비가 내린 날은 꽤 됐는데, 마침 숙소의 지붕과 처마가 금속 소재인 탓에 거센 비가 내리면 퉁퉁퉁 하는 소리가 엄청 크게 들렸다. 때문에 그 소음으로 인해 잠들기가 여간 쉽지 않은 점은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런 경험으로 인해 산책을 하거나 주변을 한가로이 거닐 때면 단독주택의 처마나 지붕이 그 숙소처럼 금속소재가 사용되었는지가 눈에 많이 띈다. 그럴 경우 비 오는 날이나 여름 장마철에 어쩌나 하는 괜한 걱정마저;;


때문에 올여름, 복직하기 전 마지막 외지 살이 때에는 숙소의 이 점을 꼭 챙겨보려고 한다.


2021. 3.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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