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환점과 전환점 사이

# 육아휴직 1 / 2

by 뽈뽈러


육아휴직 1년 중 정확히 절반의 시간이 지났다.

마라톤에 비유하자면, 반환점을 돌아 이제 남은 힘을 짜내어 완주를 향해가는 시점이다.


반환점이라고 하면 말 그대로 반절을 행했고 그래서 남은 절반을 마저 수행해야 하는 물리적 기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육체적 행위든 정신적 활동이든 무엇인가 반환점에 접어들면 대개 그 자신은 안다.

최종 기점까지 잘해나갈 수 있을지 아니면 목표 수행이 어려울지, 또는 어렵더라도 끝까지 하고픈 의지가 샘솟는지 아니면 다음을 기약하고 활동을 마무리해야 할지를.

때문에 반환점은 다음 활동의 방향성을 계획하고 확립하는 전환점이 되기도 한다.




다시 마라톤의 경험을 떠올려본다.

10km와 하프마라톤 대회에 각각 첫 출전했을 때, 나는 두 대회 모두 반환점을 돌면서 완주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들었고, 그래서 기대보다 더욱 좋은 기록으로 피니쉬 라인을 끊었다.

그런데 풀코스 마라톤에 나갔을 때에는 반환점에 이르기 전부터 다리 근육에 말썽이 생기기 시작했고, 급기야 25km 무렵부터는 더 이상 완주가 어려울 것이라 판단하여 포기하려고 했었다. 물론 결국에는 걷고 뛰고 하면서 오랜 시간 끝에 완주에 이르렀지만.


육아휴직이 정해진 거리를 가야만 하는 마라톤은 아니다.

그저 정해진 기간을 그 성격에 맞게 가족들을 위한 소중한 시간으로 살아나가기만 하면 될 것이다.

하지만 그게 꼭 그렇게 되지 않는 점도 있기에 반년을 돌이켜보면 나의 육아휴직은 단축 마라톤이 아닌 42.195km의 풀코스 마라톤에 가까웠던 것 같다.


갑작스레 시작하게 된 육아휴직이었지만, 20여 년 만에 고향땅에서 생활하게 된다는 점이, 그리고 겸사겸사 개인적 활동도 할 수도 있겠다는 기대감이, 또한 아들 녀석에게 아빠의 어린 시절 추억을 보여주고 들려줄 수도 있겠다는 낭만에 내심 적잖은 기대감을 갖고서 시작했다.

하지만 오랜 시간 내재하고 잠재해왔던 내 안의 불만과 가족 구성원들 각자의 불편했던 마음들이 부지불식간에 그리고 복합적으로 부딪히면서, 좋은 날과 어려운 날, 행복한 날과 힘든 날이 롤러코스터처럼 오간 세월이 지난 6개월의 육아휴직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지난 2월은 그런 롤러코스터가 수차례의 운행을 마치고 드디어 안정적으로 정차하는 시기였던 것 같다.

같은 아파트 단지에 부모님의 거처를 새로 마련하여 오랜 시간의 뒷바라지를 보답하는 마음으로 새롭게 꾸며나갔고, 그러면서 아내와 아이와 나 우리 셋은 이전과는 다른 시간들을 다시 쌓아나가고 있다.


어려운 시기에는 오히려 눈앞에 어려움이 확연히 드러나기에 각 구성원은 추구하고 또 해야 하는 역할에 치중하면서도 각자의 힘듦을 감추고 삭히는 걸 당연시하게 된다.

하지만 그런 것들이 오랜 시간 드러나지 않았다고 해서 쉽게 잊히거나 사라지지는 않는다.

그래서 어느 시점에는 어떤 뜻하지 않은 고리로 인해 곪았던 게 터져 나오고, 더 크게 부각되고, 그런 것 같다.


남들이 보기에는 이제는 탄탄대로만 갈 것 같은 시기에, 우리는 도사리고 있던 것들이 활화산처럼 부지불식간에 터져 상처가 덧나고 아물다가도 다시 또 다른 상처가 발생하면서 또다시 아물기를 반복해왔다.

그야말로 진격의 롤러코스터랄까.

그 때문에 간혹 내가 중심을 못 잡고, 가족의 린치핀이 되어주지 못하는 게 아닐까 싶어 조기복직을 통해 홀로 서울로 다시 갈까도 생각했었다. 의외로 남자들의 경우 육아휴직에 부적응하는 케이스도 더러 있다는 얘기를 들은 터라 내가 잠시 떠나는 게 나으련가 하는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그러한 모든 것들이 지난 2월의 시간 동안 마무리되면서, 이제는 다섯 식구 각자가 현재 그리고 앞으로의 시간에 맞는 자리를 잡아나가는 게 아닐까 하고 조심스럽게 돌이켜본다.




그래서 반환점과 전환점 사이에서,

이제는 반환점보다는 내 육아휴직의 터닝포인트, 전환점에 방점을 찍어보면서,

앞으로 나와 우리 가족의 소소한 평화와 안정과 무탈을 소망한다.


* 그런 소망을 담아 나는 의지적 활동지수를 높여나가기 위해 고급 사양의 전자드럼(방진 보드 포함)을 내질렀다(비용 부담은 아내가^^*). 아내가 준 선물을 갖고서 남은 6개월, '정'플래시의 절정을 찍을 테야!!


2021. 3.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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