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틴 5.5 - 12
많은 사람은 복잡한 문제 앞에서 자꾸 생각이 많아진다. '어떻게 해결해야 하지?', '이걸 내가 풀 수 있을까?'라는 고민 속에 행동을 미루게 된다. 하지만 중요한 질문은 따로 있다. ‘과연 생각만으로 이 문제를 풀 수 있을까?’ 사실, 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은 결국 행동이다.
알렉산더 대왕의 이야기다. 기원전 4세기, 고대 프리기아 왕국에는 ‘고르디우스의 매듭’이 있었다. 이 매듭은 누구도 풀 수 없는 아주 복잡한 매듭이었다. 당시 이 매듭을 푸는 자가 아시아를 지배할 것이라 예언했으나, 누구도 풀지 못한 매듭이었다. 알렉산더는 그 매듭을 한참 바라보다가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칼을 뽑아 그 매듭을 단번에 잘라버린 것이다. 그는 매듭을 푸는 대신, 과감하게 행동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결국 전설대로 아시아의 지배자가 되었다. 이 이야기는 행동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인생의 목적을 루틴을 통해 이루려면, 왠지 대단한 행동을 해야지 될 것 같은 압박감이 온다. 의도를 가지고 행동하는데 생각한 것만큼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바로 포기하고 싶어 진다.
'어차피 지금 해봐야 기대한 만큼의 성과가 나오지 않으니, 이번 달은 포기하고 다음 달에 열심히 해야겠다.' '어차피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할 텐데, 공부해도 의미 없다.'라는 식의 자기 합리화는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
사실은 무엇이든 지속해야 성과를 얻을 수 있지만, 합리화하면서 마땅히 해야 할 행동까지 외면하고 미룬다. 악순환의 굴레가 시작된다. 이런 악순환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커다랗고 장기적인 목표가 아닌 목표를 위한 하루하루 행동에 집중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종종 목표를 정하고, 계획을 짜고, 준비하는 일에만 치우쳐 정작 행동까지 어나 가지 못한다. 내게 딱 맞고 완벽하다 여긴 목표도, 행동이 빠지면 의미 없는 자위가 되고 만다. 목표와 계획은 일상의 파도 앞에선 너무나도 쉽게 침몰된다. 그날의 생각과 기분에 따라 ‘결심’이나 ‘다짐’ 같은 것들은 언제고 생겼다 사라졌다 반복하기 때문이다.
또 어떤 이들은 지식을 습득하는 일에만 매몰되어 정작 중요한 목표를 잃어버리기도 한다. 학교, 센터, 모임에서 배우는 사람들은 수 없이 많다. 하지만 정작 가시적인 결과를 내지 못하는 사람 많은 이유기도 하다.
작가가 되고 싶다는 꿈이 있는 A 씨는 올해는 글쓰기를 마스터하겠다는 목표가 있었다. 작가가 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스킬과 지식을 습득했다. 하지만 이것, 저것 배우는 일에 치중해서, 정작 자신의 생각을 ‘쓰는 행위’를 하지 않았다.
작가라는 같은 꿈을 가진 B 씨는 작가가 되는 방법은 잘 몰라도, 매일 자신의 생각을 글로 적는 루틴을 갖고 있었다. 이 둘 중에 누가 작가가 될 수 있을까? 당연히 자신의 생각을 글로 꾸준히 써온 B이다. 작가가 되는 모든 방법을 알고 있어도 자신의 생각을 글로 쓸 수 없다면 작가가 될 수 없다.
하루에 2시간씩 운동을 하겠다고, 매일 정리정돈을 하겠다고, 올해 100권의 책을 읽겠다고. 거창한 목표와 완벽한 계획이 있더라도 본질이 되는 루틴을 실행하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 실행하지 못하는 목표와 계획은 오히려 자신감만 떨어트릴 뿐이다.
완벽한 계획보다 지금 당장 단 10분 만이라도 걷고, 단 한 장의 책이라도 읽는 것이 중요하다. 목표가 원대할수록 작은 행동을 매일 지속해야 한다. 그렇게 조금씩 나의 계획에 쓰인 이상과 내 능력을 일치시켜야 한다.
이미 더 이상 배우지 않아도, 실제로 루틴을 갖고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식은 배우지만, 어디서도 혼자서 실행하는 방법을 알려주진 않기 때문이다. 아는 것과 실제로 행동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그렇다면 내가 알고 있는 것을 어떻게 하면 지속적인 행동으로 옮길 수 있을까?
수박을 한 입에 먹으려는 무리수
수박과 사과와 방울토마토가 있다. 어떤 과일을 좋아하는가. 어떤 사람은 자신이 수박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 사람에게 물었다. 수박을 한 입에 먹을 수 있나요? 한 입에 수박을 욱여넣을 수 있는 사람은 기인이다. 수박을 한 입에 먹겠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각자 자신의 스타일에 따라 적당한 크기로 썰어 베어먹는다.
사람들의 목적은 대부분 막연하고, 크고, 추상적이고, 수치화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 보니 보상 없이 매일 하는 루틴은 내 목적과 거리가 멀게 느껴질 수 있다. 매일 실행하는 루틴을 정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청크다운 (Chunk down – 하나의 큰 덩어리를 잘게 분해해서 작은 단위로 만드는 작업)이 필요하다.
동기가 가득한 감정 상태일 때는, 누구나 자신을 빠르게 180도 바꿀 수 있다고 착각한다. 한 번에 빨리 많은 것을 바꾸겠다는 다짐은, 마치 수박 한 통을 한 입에 먹어버리겠다는 다짐과 같다. 이런 불가능한 무리수를 두면서 자신의 의지를 탓하곤 한다. 수박을 한 통을 먹으려면, 적어도 40 등분으로 잘라야 한 입에 먹을 수 있는 크기가 된다. 수박이 크다고 목표를 사과만 하게 축소시키지 말자. 대신 수박만 한 덩어리를 내게 알맞게 청크 다운 하자. 시작은 행동은 방울토마토같이 한 입에 쏙 들어갈 정도로 작은 크기가 좋다. 멋있고 뛰어나 보이는 훈련도 하나하나 행동을 쪼개서 보는 연습을 하자.
한 번은 손흥민 선수의 체력 훈련 루틴이 방송에 나온 적 있었다. 아버지와 함께 하는 그의 루틴은 무려 11시 가지였다. 벽 스쾃 250개, 레그 익스텐션 60kg, 런지 1080개 , 벤치프레스 등등등. 이렇게 엄청난 하나하나의 운동을 11가지를 하는 것이 그의 루틴의 크기다. 체력을 키운다고 우리가 몇 달 만에 이런 루틴을 소화할 수 있을까? 이 루틴을 보면 손흥민이니까 그렇게 하지. 당연히 안되지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일상에서 근육이 많고 매끈한 사람들이 말하는 정도의 루틴은 당연히 내가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수박만 한 덩어리를 한 입에 먹으려는 무리수를 두게 되는 것이다. 손흥민의 체력 단련 루틴을 보고 지치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할 수 있는 크기로 청크 다운해서 하나 늘려가는 것이다. 스쾃 10개만으로 모든 체력이 소진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거기서 시작하는 것이다.
결과 목표를 방울토마토처럼 축소하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수박만 한 결과 목표를 방울토마토만 한 크기의 행동목표로 정해서 매일 하나씩 먹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아주 사소하고 작은 것부터 시작하라는 말을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실제로 어떻게 정해야 할지 막연하기 때문에 실천하기 어렵다. 작게 시작하는 것이 쉬워 보이지만 반대로 어렵다. 큰 목표를 작게 쪼개기 위해서는 시간을 내어 목표를 청크다운(Chunk down) 해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은 가장 중요한 과정을 지나치고 무리하게 시작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크게 시작하고 빨리 식어버리는 것을 더 쉽게, 자주 반복하곤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수박 같은 나의 목표를 쪼개야 하는 걸까? 결과 지향적 목표는 월 천만 원 달성이라고 한다면, 행동 목표는 매월 거래처 5곳 방문, 하루에 5명의 기존 고객에게 전화하기, 업무 퍼포먼스를 올릴 수 있는 관련서적 하루 5분 읽기, SNS 1회 업로드 등이 될 수 있다. 결과 목표가 10킬로 감량이라면, 행동목표는 하루 10분 근력운동, 한 끼는 샐러드와 같은 클린식으로 먹기 등이 될 수 있다.
오늘이나 이번 달 안에 목표에 부합하는 행동을 하는 것 자체를 목표로 삼는 것이다. 결과 달성 여부에 연연하기보다는 행동 목표를 달성했는지 여부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결과 목표를 아예 등지라는 것이 아니다. 반짝이는 순간의 결과만 쫓아가다 보면 내 몸과 영혼이 지쳐서 이뤘다 할지라도 유지하는 게 힘들다. 행동이 뒷받침되어야 좋은 결과가 따라오는 것이다. 나의 원하는 목표에 연결된 루틴을 오늘 단 5분만이라도 행동으로 한다면 분명히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액션엔 ‘큐’가 필요해
방울토마토만 한 행동을 쪼개고 난 후, 꼭 필요한 것이 있다. 큐 행위를 정하는 일이다. 큐 행위는 지금 내가 있는 자리에서 3분 이내로 마무리할 수 있는 행동으로 정해야 한다.
하루에 만보 걷기 → 현관으로 가서 운동화 신기
집 정리 정돈하기 → 식탁 위에 놓인 컵 싱크대에 두기
토플 800점 맞기 → 집에 도착하자마자 토플 책 펴기
기타로 한 곡 연주하기 → 정해진 곳에 기타를 들고 앉기
위에 예시처럼 3분 안에 할 수 있는 큐 행위를 반복하는 것이 루틴이 되었을 때, 루틴을 지속할 훨씬 확률이 비약적으로 높다.
많은 사람들이 정작 정해놓은 루틴을 하는 것보다 ‘큐 행위’를 더 힘들어한다. 나 역시도 그랬다. 아침 헬스장에서 운동하는 루틴이 익숙해지기까지, 러닝머신 위에서 달리는 일보다 집에서 나서는 큐 행위가 가장 힘들었다. 러닝머신 위를 뛸 때는 운동을 할까 말까 고민하지 않는다. 하지만 집에서 나서기 전까지 내면의 줄다리기가 팽팽하게 대립한다. '아.. 오늘 컨디션이 별로인 거 같은데..' '귀찮은데..' '오늘은 약속이 있으니 내일 가야지, ' '의욕이 안 나네.' vs ‘그래도 가야지’ ‘나중을 생각해.’ ‘생각 말고 그냥 가.’
줄다리기에서 타협하면, 오늘만 이라 여긴 하루가 반복된다. 기억해야 할 것은 ‘시작이 반이다.’라는 옛말이다. 시작을 하지 않으면 의욕도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측좌핵(uncleus accumbens)이 활동하면 의욕이 생기는데, 측좌핵은 무언가를 시작하지 않으면 활동하지 않는다고 한다. 시작을 해야 의욕이 생기기 때문에 첫 시작을 하는 것이 반이라는 우리 옛말은 정말이지 중요한 얘기다.
설거지를 할 때도 처음 고무장갑을 끼는 일이 힘들지 그 이후로는 탄력 받아서 주방 선반 정리까지 이어지는 경험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글을 쓸 때도 처음 시작이 어렵지 쓰다 보면 줄줄 써진다. 일단 무언가를 시작해야 의욕이 생긴다. 이 프로세스를 '작동 흥분 이론(work excitement theory)'이라고 한다. 헬스장에 가는 일은 어렵지만, 일단 가서 시작하면 뇌는 의욕을 만들어내 운동하는 일 자체는 어렵지 않은 이유다.
자리에서 일어나 실제로 행동을 ‘큐’했다는 것이 포인트다. 출발했을 때의 그 기세만 있으면 성과는 쉽게 얻을 수 있다. 하고자 했던 것을 실천해서 후회한 적이 있는가? 오늘 할 일을 했다고 손해 막심하다는 생각하지 않는다. 스스로 정한 루틴을 지키면 후회할 일이 없다. 의욕을 내야 한다는 믿음을 버리고, 일단 시작해 보자.
생산성은 계획을 따르는 데서 생기고, 계획은 명료한 목적으로부터 나온다. 루틴은 정하고 끝이 아니라 내 일상에 맞춰서 다듬어 가는 것이다. 커다란 덩어리를 나에게 맞는 크기로 자르고, 큐 행위로 시작한다. 그렇게 잘 다듬어진 나의 루틴이 있는 사람은 자책하지 않는다. 내 의지로 할 수 없는 일로 고민하지 않는다. 대신할 수 있는 것에만 집중해서 자신에게 맞게 다듬는 방법을 사용한다. 루틴은 다듬어야 비로소 지속되고, 지속하는 것이 내 것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