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4 필요조건과 충분조건의 차이
당신이 맡은 이번 캠페인의 컨셉은
‘정말 깜짝 놀랄 만큼 파격적인 가격할인’입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서
앞서 이야기했던 방법에 따라
여기저기 자료들을 뒤적여 봅니다.
이때 눈에 쏙 들어오는 이미지가 한 장 있습니다.
눈을 정말로 엄청나게 크게 뜬
그리고, 아주 귀여운 강아지입니다.
‘놀라운 (가격)’이라는 컨셉에 맞게
정말 놀라서 눈을 크게 뜬!!!
거기에 더해 반려견 인기가 높으니
아주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습니다.
실제로 제가 만난 몇몇 크리에이터들의 경우
이런 아이디어를 가져온 경우가 있습니다.
아닌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좋다거나 맞는 것은 더욱 아닌 아이디어라고 할까요?
그때 왜 아닌지를 설명하기에
가야 할 길은 멀고 시간이 부족해서
(라기보다는 제 성의와
논리적으로 설명할 능력이 부족해서)
유야무야 넘어갔던 기억이 있습니다.
‘놀라운 가격’ --> ‘놀란 표정’(A)의 흐름은
논리적/심리적으로 일견 타당해 보입니다.
하지만, ‘놀란 표정’ --> ‘ 놀라운 가격’(B)의 흐름은
조금 헐겁다고 해야 할까요?
(사람들이 ‘놀란 표정’의 이미지를 보고
‘아, 놀라운 가격’이구나 하고 생각해 줄까요?)
사람이든 강아지가 놀라는 이유는
그야말로 수만 가지가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수학을 잘하지 못했지만
수학의 개념 혹은 용어가 좋습니다.
수학에서는 ‘느낌 같은 느낌’ 따위는
절대로 용납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야말로 똑 떨어지는 학문이라고나 할까요?
위 상황을 수학의 개념을 빌어 이야기하자면
아마도 ‘필요조건’과
‘충분조건’의 차이가 아닐까 싶습니다.
당신의 ‘갖다 붙이기’가
듣는 사람의 뒷목을 탁(!) 치게 될지?
듣는 사람의 무릎을 탁(!) 치게 될지?
가늠해 보는 방법은
위 경우처럼 논리 흐름의 순서를 바꿔보는 것입니다.
지금 내가 만든
갖다 붙이기의 논리 흐름이
필요조건의 그것인지
아니면
충분조건의 그것인지-
물론 아이디어, 크리에이티브가
수학처럼 딱 떨어지지는 않습니다만
조금 더 충분조건에 가까운 것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것이
크리에이터의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문득 대학 문학 강의 시간에
문학작품에서 특히 시의 제목과 내용은
옷걸이와 옷의 관계와 같다-고 하신
K교수님의 말씀이 생각납니다.
최고급 원단에 정확한 재단
그리고, 꼼꼼한 바느질로 잘 만들어진
좋은 양복 재킷이 한 벌 있습니다.
당신은 지금,
그 양복에 맞는 옷걸이를 만들어야 합니다.
세탁소에 클리닝을 맡긴 와이셔츠가 걸려온
‘철사 옷걸이’도 틀린 것은 아니겠지만
재킷의 어깨선까지 딱 맞게 지켜줄 수 있는
적당한 각도와 넓이, 굽이
그리고 소재까지 고려된 옷걸이를
조금 더 고민해서 찾고 만드는 일
그것이 조금 더 크리에이터의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프롤로그]
• 001 발상법 책들이 실패하는 이유 : 수학을 잘하는 방법은 수학을 공부하는 것
[PART 1] 내일 아침-D-1 상황에서 당장 써먹을 수 있는 기술
Chapter 1. 갖다 붙이기의 기술
• 002 스퀴즈 번트: 레퍼런스 혹은 강제 결합
• 003 갖다붙이기 사례: ANA + 해양수산부
• 004 '갖다 붙이기'에 숨은 방정식: 필요조건과 충분조건의 차이
(* 아이디어의 뒷골목 이야기는 매주 화/목 10시에 업로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