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시절엔 일에 미쳐 가정보다는 밖에서 보낸 날이 많았던
아버지.
군용 담요를 무사히 납품하기 위해
트럭 위에 자신의 몸을 묶고
엄동설한 태백산길을 넘은 이야기.
28세에 맨손으로 울릉도에 들어가
발전소를 짓고
1억을 번 이야기.
그 돈으로 수리조합을 샀다가
금광 사업에 올인하다
다시 맨주먹이 된 이야기.
그야말로 롤러코스터 타듯 인생에 성공과 실패가 교차한
그래서 가족들을 많이 고생시킨
아버지를 오래오래 미워했었다.
4남매 대학 다니는 동안
등록금은 언제나 숨이 턱에 차도록 시간이 임박해서야
마련할 수 있었다.
막내 동생 마지막 등록금 납부일
그때까지 돈은 마련되지 않았다.
자존심을 버리고 겨우 마련한 등록금을 들고
수유리로 가다 길이 막히자
행여 늦을까 봐
버스에서 내려 무작정 내달린 아버지.
은행 마감 전에 겨우 등록금을 내고
털썩 주저앉으신 아버지의 뜨거운 눈물.
10년 전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아버지는 거의 대부분의 날들을 시골에서 보내신다.
게이트볼 심판 자격증도 따고
복숭아, 감자, 고구마, 호박 농사를 지어
틈틈이 자식들에게 보내주신다.
78살
이제는 나이 드신 풍운의 아버지를 모시고
지난주 속초로 여름휴가를 갔다.
설악산 비선대를 날아가듯 뛰어오르셔서
우리를 놀라게 하더니
바닷가에서는 조용히 수평선만 바라보신다.
속초 중앙시장에서는
문어와 도미,
만석 닭강정을 사서
콘도에서 아버지와 함께 맛있게 먹었다.
이제 바라는 것은 건강
내내 건강하시길
그래서 다음 휴가도
함께할 수 있기를 빌어본다.
아빠, 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