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을 하다 망하고 다시 일어나기를 반복했던 아버지와 함께,
스무 살이 되기 전까지 롤러코스터 같은 삶을 살았던 우리 가족들.
아끼고 아껴 우리 네 남매 뒷바라지를 했던
울 엄마가 자주 끓여주시던 음식,
경상도식 콩나물김치국밥, 갱시기.
갱시기가 상에 올라오면
그날은 언제나 배고픈 날이었습니다.
찬밥 한 덩이를 김치콩나물국에 풀어 넣어
온 가족이 다 함께 먹었으니,
먹고 몇 시간 지나지 않아 허기가 지는 건
자명한 이치였습니다.
그래서 나는 엄마의 갱시기가 싫었습니다.
퉁퉁 불은 밥알이 들어간
멀건 김치콩나물국이 싫었습니다.
반듯한 양옥집에서 졸딱 망해
학교 앞 단칸 셋방으로 이사한 뒤에는
먹기 싫어도 엄마의 갱시기를
자주 먹어야 했습니다.
고생만 많았던 엄마의 삶이 저물고,
어느새 거울 속
엄마를 닮은 한 여인이 나를 쳐다봅니다.
중년의 나.
오늘 아침, 내 마음을 위로해주는 소울 푸드
갱시기를 끓였습니다.
먹고사는 일이 녹록지 않을 때,
나는 엄마의 비법 레시피 갱시기를
끓여 한 그릇 먹습니다.
하늘나라 엄마가
"먹고 기운 내서 열심히 살아"
말해주는 듯한 한 그릇 국밥.
굶지 말고,
절대 굶지는 말고,
콩나물국밥 나눠 먹고
어려운 시기를 견뎌내자던
엄마의 마음을
한 숟가락, 한 숟가락 떠먹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