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르주 뒤루아는 시골마을에서 가난한 이들을 대상으로 선술집을 운영하는 부모를 둔 평범한 청년이다. 한때 북아프리카 알제리에서 복무했던 전직 하사관이기도 한 그는 빈털터리 신세이나마 더 나은 미래를 꿈꾸며 파리로 거처를 옮긴다. 그러나 특출한 재주도 없고 인맥도 없는 상황에서 대도시에서의 삶은 궁색할 뿐이다. 그러던 어느 날, 길을 가던 그는 우연히 군복무를 같이 했던 포레스티에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 만남은 뒤루아의 운명을 180도 바꾸는 계기가 된다.
못 본 사이 뚱뚱하게 살이 붙은 포레스티에는 <<라비 프랑세스>>라는 신문사의 정치부장이 되어 있었다. 그의 삶은 조르주의 삶과는 완전히 달랐는데 언론사의 요직을 차지한 덕분에 파리 사교계의 거물급 인사들과 친분을 맺고 지내는 것은 물론이요, 살고 있는 집 또한 뒤루아의 보잘것없는 거처에 비하면 마치 궁전처럼 으리으리했던 것이다. 친구의 화려한 집에서 열린 파티에 초대되어 다녀온 뒤루아는 난생처음 달콤한 사교계의 맛을 보게 되고 어떠한 수를 써서라도 그 일원이 되고 말겠다는 야심을 품는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의 주인공은 포레스티에의 도움으로 그와 같은 신문사의 기자로 일 할 기회를 얻는다. 이제껏 단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일이었기에 글을 쓰는 것이 쉽지는 않았지만 친구인 포레스티에만큼이나, 아니, 그보다 더 능력 있는 친구의 부인 덕분에 그는 겨우겨우 첫 번째 기사를 완성한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얻은 소득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뒤루아가 자신 안에 숨겨진 재능을 발견했다는 것. 재미있는 사실은, 그가 발견했다는 재능이라는 것이 취재원들로부터 뉴스거리를 얻어내고 그것을 글로 옮기는 것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엉뚱하게도, 마음만 먹으면 목표로 삼은 여인들을 자기에게 홀딱 반하게 만드는 능력이었다는 것이다!
그 순간부터 뒤루아는 부와 명예를 지닌 사교계의 여인들을 자신의 필요에 따라 유혹하고 이용해 가며 권력의 사다리를 차근차근 오르기 시작한다. 조르주 뒤루아라는 시골 출신의 평범한 청년이 이제는 벨아미, 즉, 아름다운 남자라는 별명을 등에 업고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파리 사교계 정복에 나선 것이다. 주인공의 행적을 좇아가다 보면 이야기의 배경이 된 시대 파리 사교계의 모순과 허영에 쩐 인간군상들을 수도 없이 만나게 된다. 독자인 나는 후아, 읽는 내내 인생 참 피곤하게 사는 사람들이 많구나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세계 어디에서나 돈이 뭐길래, 권력이 뭐길래, 명예가 뭐길래!
저자인 기 드 모파상(Guy de Maupassant, 1850. 8. 5. ~ 1893. 7. 6.)은 프랑스의 대표적인 자연주의 작가다. 학창 시절부터 시작된 귀스타브 플로베르와의 인연은 그가 군복무를 마치고 사회인이 되어서까지 이어졌다. 말하자면 플로베르가 모파상의 문학적 스승이었다. 플로베르의 가르침에 따라 모파상은 대상을 끈기 있는 자세로 세밀하게 관찰하였고 문체의 힘에 치중했으며 감성을 억제하고 대상을 치밀하게 연구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모파상의 글을 읽다 보면 냉정할 정도로 간결하고 차분한 문장이지만 그것이 오히려 이야기의 감동을 배가시킨다는 느낌을 받는다.
결론까지 쓰는 것은 스포일러가 될듯하여 소설의 줄거리는 여기까지만 쓰련다. 다만, 500페이지 남짓, 절대 적지 않은 분량이지만 한 번 잡으면 밤을 새더라도 손에서 놓기 힘들 정도로 흥미진진한 이야기였다는 사실만은 강조하고 싶다. 단순한 사건이라도 모파상의 간결한 관찰자적 시선을 거치면 어찌나 극적으로 다가오든지! 읽는 내내 ‘과연 모파상!’이라는 감탄사가 몇 번이나 터져 나왔다. 이런 그가 신경병과 우울증을 이겨내지 못하고 40대 초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모파상이 몇십 년만 더 살았더라면 후대의 독자들은 얼마나 더 풍부한 문학적 유산을 누릴 수 있었을까.
참고로 나는 이 작품을 스승인 플로베르가 쓴 『마담 보바리』와 비슷한 시기에 읽었는데 두 작품을 비교해 가며 읽는 것도 큰 즐거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