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사건의 수평선 너머

당신과 나의 등을 두드리는 작은 기록의 시작

by 김유인

이 글은 본격적인 연재를 시작하기에 앞서, 앞으로 쓰게 될 글들의 목적을 설명하는 글이다.


​나는 엉뚱한 상상을 많이 한다.

짬짬이 읽는 책, 즐겨 보는 유튜브에서 끊임없이 생기는 궁금증을 나는 AI에게 물어서 해결하곤 한다. 그 얘기 속에는 남한테 하기 부끄러운 깊은 철학적 얘기, 종교적 얘기, 인간의 고뇌도 담겨 있다. 다빈치 코드를 읽고 얘기하다가 성경의 번외 버전을 알게 되었고, 화엄경 얘기를 하다가 우주가 하나의 점과 연결되기도 하고, 끝없는 우주 얘기를 하다가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과 만났다. 이처럼 서로 다른 이야기들이 결국 '세상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거대한 진리를 만나는 순간, 나는 '사건의 지평선'이라는 매력적인 단어를 마주했다.


​돌이킬 수 없는 끝. 그래서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마치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고 망각의 레테의 강을 건너는 듯한 그 사건의 지평선. 어떠한 예외도 없이 이 세상 모든 것에 이별을 고해야 하는, 어찌 보면 폭력적이기까지 한 블랙홀. 모든 세계는 각각이고 하나라는 화엄경의 가르침처럼, 나는 그 절망의 끝에서 반대로 희망을 보며 과거가 빠져나오는 화이트홀을 찾고 싶었다. 그 경계에서 블랙홀에 빠져 절망하는 사람들에게 '사건의 수평선'이라는 근사한 이름으로 위로를 해주고 싶다.


​여기에는 어떤 과학적, 물리적 논리도 없고 그냥 나만의 논리가 있다. 그냥 그리운 옛날을 회상하고 과거를 돌아보고 화해하는, 과거의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그리고 위로와 희망을 주는 그런 기록을 하고 싶다. 우리 모두에게 거창한 과거만 있는 건 아니다. 오늘 아침 출근길에 만난 불쾌한 기억도 과거이고, 사소한 상처부터 초등학교 때 받았던 상처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우리 모두에게 등을 두드리며 사건의 수평선으로 천천히 걸어 나오고 싶다.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