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유튜버들 보면 1인 기업으로 승승장구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런 분들은 도대체 어떤 노하우가 있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창업해 봤다.
2016년 초,아쉬움을 뒤로한 채 중소기업을 나오고 열심히 체력 보강 운동을 했다. 더 이상 두통이 없어질 때까지 집 앞에 있는 헬스장에 가서 하루 최소 1시간씩 운동을 하면서 컨디션을 조절해 가고 있었다. 그러면서 새로운 직장에 대한 기대감을 가지고 이곳저곳에 이력서를 넣기 시작했다.
한 가지 조건이 있었다. 영업은 더 이상 하기 싫었다. 사람들과의 만남이 두려워서 그랬는지 실적의 스트레스를 받기 싫어서 그랬는지는 모른다. 그냥 그일 만큼은 피하고 싶었다. 몇 개의 반도체 회사에서 연락이 왔지만 그들이 원하는 것은 모두 영업직. 하나 둘 고사하고 나니 더 이상 제안이 오는 곳이 없었다.
한국에는 반도체 관련 회사의 카테고리가 몇 개 없다. 국내 반도체 생산업체, 해외 반도체 회사의 한국지사, 팹리스 설계업체, 국내외 반도체 장비업체, 국내외 파운더리 (생산공정) 외주업체, 그리고 반도체 대리점이다. 반도체 생산과 설계업체를 빼곤 전부 영업직이 중심이 되는 곳 들이다. 물론 워낙 조건들이 좋으니 영업을 잘하면 인정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스스로 기획통이라 생각하는덫에 걸려 있었고 다시는 실패를 하지 말자는 생각에 자신이 없는 영업직에 더 이상 관심을 두지 않았다.
1인 창업의 길에 들어서다.
가끔 메일에 등장하는 교육신청 정보를 우연히 보다가 1인 창업 교육하는 곳에 가서 강의를 듣게 되었다. 그중에 관심을 끈 주제가 1인 무역!! 무역이라는 말이 거창하게 들릴 수 있지만, 혼자서 물건을 중국으로부터 수입하여 한국에 팔면 된다. 안 해봐서 그렇지 수입이라는 절차가 어렵지 않았다.
그때부터 수많은 오프라인 강의, 유튜버와 블로거들의 1인 창업 강의를 듣고, 책도 수 권을 구매해서 탐독했다. 판로로 이미 우리나라에는 11번가, 옥션, 지마켓 같은 전자상거래 시장이 상당히 활성화되어 있었고 그저 물건만 잘 골라서 팔면 금방 월 1천만 원 정도의 매출 또는 수익이 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전자상거래를 하면 사람 얼굴을 안 봐도 되었다. 중국에 출장을 가도 난 구매자이지, 더 이상 그들에게 물건을 팔려고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가 없다는 것만 생각해도 마냥 행복했다.
구청에 가서 사업자등록을 하고 시청에 가서 통신영업을 허가받았다. 은행에서 사업자 계좌 만들려 하니 사업계획서를 내라고 한다. 그동안 해 왔던 경험을 바탕으로 멋있게 써서 냈다. 계획서대로만 한다면 3년 안에 월 수 천만 원 매출에 직원도 몇 명 둘 정도로 크게 성장할 수 있었다.
본격적인 사업에 앞서 중국에 이우(义乌)라는 도시를 예비 창업자들과 함께 방문했다. 이 도시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경공업제품 생산 공장들이 있는 도시다. 이우에는 푸텐 시장이라고 있는데 거의 7만 개의 상점이 건물과 건물이 이어진 5개 빌딩들 안에 다닥다닥 붙어 있다. 그야말로 없는 게 없는 만물시장이었고, 가격도 상상을 초월하게 저렴한 도매시장이었던 것이다. 2박 3일을 돌아다녀도 모두 돌아보지 못할 정도로 광활했다.
본인을 포함한 예비 창업자 십여 명은 가이드해 주는 사장님의 한마디 한마디에 귀를 쫑긋하며 설명을 들었다. 이미 우리나라에 수많은 자영업자들이 여기에서 물건을 떼 온다고 했다. 그곳은 전 세계 장난감 트렌드가 어떤지, 최신 주방용품이나 인테리어 소품의 유행도 파악할 수 있는 곳이다. 다만 한 가지, 한국에 정식 라이선스가 없는 제품이나 인증이 없는 전기제품은 들여올 수가 없었다. 그래도 좋았다. 인테리어 제품은 그런 거에 상관이 없었기 때문이다.
무역업자로 첫 발을 내딛다.
첫 번째 무역으로 푸텐 시장에서인테리어 소품을 10개 박스 정도를 구매하여 들여왔다. 집에 박스를 쌓아놓고 제품을 사진 찍어서 인터넷 몰에 올리기 시작했다. 아무도 관심이 없을 줄 알았는데 아주 가끔 주문이 왔다. 일주일에 한 개 정도 판매되는 것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판매량이 점점 늘어났다. 한 번, 두 번 더 수입을 하니 집에 더 이상 둘 곳이 없어지고, 마침내 집 근처에 사무실과 창고를 조그맣게 장만했다. 아직 살림 비용을 집에 갖다 줄 만큼 성장하지는 못했지만, 조금씩 매출이 늘어나는 것이 재미있었다.
이번엔 일본의 도매시장을 탐방했다. 일본의 경우 어느 시장이든 간에 정품을 취급했기 때문에 최소한 라이선스로부터는 자유로웠다. 우리가 잘 아는 미키마우스, 토토로 같은 애니메이션 제품들도 들여오기 시작했다. 누군가 그런 피규어 제품이 잘 팔린다고 귀띔을 했기 때문이다. 최신 상품의 정보를 얻으려 오사카 지역에 있는 쇼핑몰은 모두 방문하기도 했다.
보따리장수라고 들어본 적이 있는가? 본인이 그렇게 일했다. 부산항에서 오사카로 1박 2일 배 타고 들어갔다. 일본을 출장 갈 때마다 오사카 도매시장을 다 뒤지고 신상품을 들고 왔다. 보통 신상품을 사면 시장 반응을 보기 위해 한 상품당 10~20개 남짓만 산다. 대신 구매하는 상품 종류가 많다. 그렇게 산 대부분의 물건은 수입통관절차를 위해 대행사에 맡기고, 샘플만 가방에 넣었는데도 가방은 빈 공간이 없다. 과거엔 물건을 떼 오기 위해 해외에 나가 본 적이 없었는데 1인 무역을 한 뒤로 유난히 큰 사이즈의 이민가방 한 두 개 들고 국경을 넘나들 정도로 점점 염치가 없어진다.
그런데, 계속 올라갈 것만 같았던 매출에서 정체가 지속되기 시작했다. 우리 몰에 잘 팔리는 물건이 있으면 어느 순간 경쟁업체가 나타나고, 반대로 출장을 가서 잘 팔릴 거라고 생각하는 제품을 들여오면 그건 생각 외로 잘 팔리지 않았다. 그때부터 성공한 인터넷몰 업체 사장님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만나는 사장님마다 각기 다른 철학과 운영방식을 갖고 있었는데 본인은 위기탈출 방법으로 구색 상품을 늘리는 것을 선택했다. 우리 몰에 방문하는 손님이 장바구니에 두 개 세 개 제품을 함께 구매하게 할 수 있도록 하는 전략이다. 그랬더니 처음엔 인테리어 제품 위주로 시작했던 제품 판매가 어느덧 카테고리를 가리지 않는 영역으로 늘어나게 되고 취급하는 제품도 500여 가지가 되었다.
마케팅 비용의 덫
제품이 늘어났다는 것은 그만큼 상품 구매의 투자금액이 늘었다는 뜻이다.신기하게 어느 때에든지 대표상품이라는 것이 존재했다. 예를 들어 한 때 본인의 대표상품은 아이들용 옷걸이였다. 의외로 아이들용 옷걸이에 소비자들이 관심을 많이 갖게 되면서 도매업체로부터 거의 매주 몇 박스씩 들여오고 있었다. 구매자의 30% 정도는 옷걸이 외에 다른 제품도 같이 구매해 주었으니 그야말로 효자 상품이다.
앞서 얘기했듯 잘 팔린다는 소문이 나면 경쟁사가 붙었다. 비슷한 디자인의 제품을 더 싸게 공급하는 업체가 생기면서 매출이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계절 특가나 배송료 할인 등 쇼핑몰 안에서의 방법은 모두 동원해봤지만 반짝 이상의 효과는 없었다.그때부터 고민을 시작한 것이 외부 마케팅 업체를 활용한 마케팅 방법이었다.
이미 이메일 받은 편지함에는 그동안 수많은 업체로부터 달콤한 말로 마케팅 대행을 소개하는 광고메일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그중에 블로거 체험과 CPC(cost per click) 대행 광고가 유난히 눈에 띄었다.
먼저 블로거 체험단을 통한 입소문 마케팅 업체와 계약을 했다. 특별 할인으로 10명의 블로거를 섭외해서 2주일에 한 번씩 2만 원 정도의 물건을 보내주면 사용후기 블로그를 남겨주는 조건이었다. 매달 40만 원 정도의 물건이 나가는 그런 구조였는데 블로그 내용도 그렇고 별로 효과가 없었다. 두 어달 해보고 끊으려 했더니 그쪽에서 펄쩍 뛴다. 연간 할인 계약을 해서 만약 그만두게 되면 위약금을 내란다.
'아니 뭐.. 이런..'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기본 운영비만 계속 1년 나갈 수밖에 없었다.
두 번째는 CPC 광고였다. 이 광고는 소비자가 네이버나 지마켓 쇼핑에 검색어를 치면 자신의 제품을 상단에 올라가게 하는 방법이다. 물론 클릭당 비용이 높을수록 사이트 상단에 올라간다. 본인이 직접 금액을 설정할 수도 있지만 대행사를 선정하면 여러 검색어 관리 서비스도 해 주고, 또한 "잊지 않고" 광고비를 충전해 달라고 알려준다. CPC란 cost per click의 약자로 검색어를 지정하고 소비자가 검색어를 통해 들어온 자신의 제품 소개 사이트를 클릭할 때마다 지정한 금액이 빠져나가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지정금액을 500원으로 세팅했다고 하자. 10,000 원 짜리 제품이 팔린다고 가정할 때 500원 정도 광고비 정도 나가는 것이니 해 볼만 하다. 그런데 사람들이 클릭만 하고 안 산다면? 그냥 손해가 되어 버린다.그런데 이 방식이 마치 경매와 같아서 CPC금액이 높을수록 검색어 상단에 올라가다 보니 경쟁하는 상대방과 나와의 CPC금액 호가 싸움이 되기도 한다. 두 번째 방식도 처음엔 효과가 있었으나 점점 가격구조에 부담이 되었고 결국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N 잡러 가 되다.
2016년에 시작한 인터넷몰이 2018년이 되면서 월 천만 원에 가까운 매출을 기록했다. 처음 시작할 때를 생각해 보면 월 천만 원의 매출은 작지 않은 성과다. 그런데 문제는 순익 구조가 전혀 나아지지 않는 데에 있었다. 처음에는 이익률이 30%가 넘었는데 매출이 늘어가면서 20%를 넘기지 못했다. 마케팅 비용과 일부 출혈 경쟁하는 제품들이 생기면서부터다.
상품을 더 늘리려면 창고를 늘려야 했고, 이미 500개 제품을 다루고 있었기 때문에 혼자 하기도 벅찼다. 계속하려면 비용의 추가 투자가 불가피했다.
그러던 때에 이전 직장의 박대표로부터 연락이 왔다. 자신이 하는 비영리기업에서 일을 도와줄 수 없겠느냐는 제안이었다. 월급은 많지 않지만, 지금 정체된 매출에 그쪽 사업의 월급을 더하면 어느 정도 살림살이에 도움이 될 것 같았다. 흔쾌히 수락했다. 그리고 이제 투잡으로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당신에게 창업과 중소기업이나 대기업 취업 중 선택하라면 어떤 것을 하겠는가? 많은 분들이 창업을 하게 되면 짧은 기간 안에 일반 기업의 직원들보다 훨씬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고 한다. 사실이다. 그런데 기본 전제는 있다. 한 번 이상 실패를 경험하게 된다. 사업의 운영은 큰 기업이나 1인 사업이나 같다. 만약 본인에게 위의 질문이 온다면, 최소 3-5년 정도의 회사생활을 경험하고 창업하라고 권하고 싶다. 창업에 관심을 갖는 인재라면 3-5년은 많은 것을 공부할 수 있는 기회다. 창업 후 실패 확률을 충분히 낮출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