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표는 2015년 자신이 세웠던 회사를 코스닥에 상장하고 몇 년 뒤 다른 투자자에게 지분을 모두 넘긴 Exit 상태였다. 그는 평소에 꿈꿔왔던 대로 가지고 있는 기술을 어려운 환경에 있는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제품으로 만들어 나눠주고 싶어 했다. 그 기술은 빛을 내는 반도체인 LED 기술이었고,제품을 나눠주는 역할을 하기 위해 비영리단체인 사단법인을 세웠다. 그저 좋은 일을 하고 싶었는데 원하는 제품을 만들려면 제품을 만드는 회사가 별도로 필요했다. 그래서 사단법인을 만든 한 달 후에 주식회사도 따로 세웠다.
그가 만든 첫 번째 제품은 작은 양초를 활용한 LED 랜턴이었다. 이 LED 랜턴은 중고등학교 교과서에 아주 잠깐 나오는 "적정 기술"을 활용한 것이다. 적정 기술은 경제 수준이 높은 선진 국가에서는 불필요한 비효율적인 기술이지만, 오지마을이나 가난한 나라에서는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무려 200 년 전에 만들어진 "열을 전기로 바꾸는 기술"을 활용하여 양초에서 나오는 열을 전기로 만들고 이 전기로 LED 전구의 빛을 밝히는 원리다.
이론으로만 알던 지식을 실제 제품화하고, 사업으로 또는 여행으로 오지를 가는 분들에게 싼 가격에 팔거나 그분들의 형편을 보고 그냥 주기도 했다. 적정기술학회를 비롯해서 여러 학교와 NGO, 그리고 각 교회 선교단체에서 관심을 가져 주었다. 그러나 모든 비즈니스가 지속하기 위해서는 재원이 필요하다. 제품을 만들어 공짜로 준다거나 싸게 팔아서는 회사를 운영할 수 없다.
그런 중에 KOICA(한국 국제 원조단)에서 CTS 프로그램을 공지했다. CTS 프로그램은 해외 오지 지역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기업에게 개발재원을 지원해 주는 것을 시행하였다. 우연히 알게 된 공모로 부랴부랴 신청하였는데 선정되었다. 재정지원금이 무려 3억 원이나 되었다. 박대표는 준비 중인 사업이 큰 프로젝트에 선정되었지만 전체 프로젝트의 관리를 할 사람을 찾던 중 필자가 생각났고 당시 1인 무역업을 하고 있던 필자의 사무실로 찾아왔다.
김 간사님과의 만남 그리고 한 장의 사진
김 간사님은 선교사다. 30대 중반의 젊은 청년인데, 그 분과 회사와의 첫 만남은 적정기술학회 전시장에서 우연히 이루어졌다. 그 간사님은 국내 NGO 기관인 기아대책의 봉사대원으로 선정되어 아프리카 탄자니아 오지마을로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아프리카로 출국을 하기 앞서 그 나라에서 활용할 수 있는 제품을 찾고자 적정기술학회 전시에 오게 되었다. 최근 적정기술이 IoT 등 최첨단 기술을 활용하느라 대부분 전기를 많이 사용하고, 또 제품 사이즈도 커지는 추세라 큰 기대감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다. 그러던 중에 다른 제품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는데 전기 없이 촛불로 켜는 LED 랜턴은 눈에 띄었다. 본인이 가게 될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아프리카 오지 마을에서 사용이 가능한 "적절한" 제품이라 판단되었기 때문이다.
김 간사는 조심스럽게 전시부스에 서 있는 분께 질문을 하였다.
"저... 이 제품 진짜 전기 없이 동작하는 것이 맞나요?"
다른 큰 규모의 제품 대비 상대적으로 초라한 제품이라 구경하는 사람들도 드물었는데 젊은 청년이 의심을 갖고 물어보는 것 같아 살짝 마음이 상한 이사님은 퉁명하게 대답했다.
"맞아요"
그렇게 간사님과의 만남은 서로에 대한 불신(?)으로 시작되었다. 나중에 알게 된 것은 그가 한양대에서 분자생물학 석박사 과정에 있었던 과학인재였고 적정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분이었던 것이다. 시작은 서로 간 "의심"이었지만 그와 많은 얘기를 통해 더욱 큰 신뢰가 생겼고 아프리카에서 탄자니아에 대한 비전을 공유하게 되면서 여러 가지 필요한 제품과 기술에 대한 아이디어도 많이 얻을 수 있었다.
비슷한 시기에 사단법인에서 촛불로 동작하는 랜턴을 후원한 적이 있던 동티모르 천주교 선교단체로부터 사진 한장이 도착했다.
어린 원주민 아이의 목덜미에 마치 곰팡이가 생긴 것 같은 피부병이 눈에 크게 들어왔다. 얘기를 들어보니 현지의 안 좋은 물이 문제였다. 상하수도 시설이 잘 안 갖춰져 있는 곳이 많아서 오염된 물을 마시는 인구가 많다고 했다.
탄자니아로 가는 김 간사님의 오지마을도 비슷한 문제가 있었다. 특히 우물에는 염분이 나와 거의 식수로 사용하기 힘들었고, 건기와 우기가 확실하기 때문에 우기에 받은 빗물로 수개월 식수로 버티고 있었다. 문제는 비가 내릴 때는 가장 깨끗한 물이지만 그 물을 몇 개월 보관하면 어떤 세균이 물속에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그저 눈으로 보기에 투명하면 식수로 마시는 것이 그들의 생활이었다.
마침 박대표는 이전 회사에서 극자외선인 UV(Ultra Violet) C 레벨의 LED를 연구하고 있었다. UVC-LED는 빛으로 살균이 가능한 강력한 힘을 가지는 최첨단의 빛이다. 이 반도체를 이용해서 물 살균기를 만드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었는데 탄자니아와 동티모르 사례를 듣고 제품화하기로 했다. 동기부여가 된 것이다.
LED가 빛을 내려면 작은 양이라도 전기가 필요하다. 해결 방법으로 오지에서도 사용 가능하도록 수동발전기를 달아 전기를 발생시키는 것으로 결정했다. 이제 남은 것은 재원이었다. 새로운 제품을 만들려면 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마침 KOICA 공모가 떴고 지원신청서에 반드시 적어 넣어야 할 내용을 하나씩 채우게 되었다. 개발해서 해결해야 할 대상 국가의 사회적 문제를 "현지의 안전하지 않은 식수문제의 해결"을, 대상 국가를 "탄자니아"로 정하게 되었다. 마침 김 간사님이 탄자니아로 가게 되었으니 현지 사업을 위한 활동도 맡길 수 있게 되었다. 일이 일사천리로 착착 진행되고 다행히 서류전형이 모두 합격했다. 그리고 1년간 3억 원을 지원받을 수 있게 되었다.
그동안 회사는 자원봉사로 함께했던 시니어 이사님 두 분을 정규직화 했고, 프로젝트 매니저로 필자를 부르고, 남자 직원 한 명과 행정 회계를 담당할 여성 직원 한 명을 채용했다. 단 룰이 있었다. 모든 직원의 월급은 똑같다. 단지 직급만 차이를 두었던 것이다.
탄자니아를 향한 VISION
박대표가 와서 같이 일해보자고 했을 때까지만 해도 많은 생각을 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오래 고민하지 않고 합류를 결정했다. 어쩌면 본인이 탄자니아로 출장을 갈 거라는 생각도 안 했던 것 같다.
그러나 20년이 넘는 사회생활을 하면서 이윤이 목적이 아닌 어려운 이웃을 돕는 일에 더욱 가치를 두는 회사는 처음 경험했다. 회사의 비전도 "밝히는 빛을 넘어 생명을 살리는 빛으로"로 정해져 있었다. 의료기기 업체도 아닌데 어떻게 생명을 살린다는 말인가?
게다가 저 멀리 아프리카 탄자니아라는 미지의 땅을 향한 비전을 가진 회사였다. 무슨 이끌림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사명감 때문이었는지 지금도 잘 모르겠지만, 그곳에 이름도 모르고 본 적도 없는 사람들의 질병을 예방하게 하겠다는 원대한 비전을 갖고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돈을 벌려는 목적보다 생명을 살리는 일에 목적을 가지고 일을 하니 마음도 선해지고, 이상한 난관에 부딪혀도 마음은 편했다. 알고 보면 탄자니아가 안전한 나라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다행히 세 번의 출장 기간 동안 안전사고 한번 나지 않은 것이 참 감사했다. 앞으로 벌어질 출장 스토리에 여러 해프닝을 소개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