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2층 첫 계단 - Accident의 어원을 찾아

#사다리차 #불법 성인게임장 #실적 #우리꺼

by 별하

사다리차 운반구에는 사람이 탑승할 수 있다·없다?




붉은 단풍잎이 몇 장 안 붙어 있는 가로수 사이에서 옷깃을 여미게 만드는 찬바람이 매섭게 몸을 애무하듯 스치는 늦은 저녁, 우리는 부천 중동의 먹자골목 번화가에 모이기 시작했다.

“저기 2층, 불은 꺼졌는데 전기 계량기는 엄청 돌아, 지금 불법 운영하는 것 같으니까, 오늘 우리 오케이”


한때 미친 듯이 전국에 있는 성인 게임장을 집중 단속했고, 당시는 지방청은 지방청끼리, 경찰서는 경찰서끼리, 지구대는 지구대끼리, 지구대 안에서는 팀은 팀끼리 단속 실적을 인정사정없이 매기던 시절, 실적 성과는 지구대 사무실이나 경찰서 상황실, 경찰서장 사무실에 단속 현황 그래프를 붙여놓고 매일같이 달콤한 냄새가 살벌하게 나는 경찰 볶음요리를 매일 아침마다 전국에서 만들어 내던 때가 있었다.


며칠간 눈여겨보던 우리의 목표물, 2층 불법 성인 게임장, 1층 입구는 CCTV가 여러 대 설치되어 있고 게임장 출입구는 철옹성처럼 단단한 철문으로 닫혀 있다.


“오늘 단속 못하면, 다른 팀이나 다른 지구대에서 단속할 거고, 그러면 우리는 지구대장에게 달달 볶일 거고, 아무튼 무조건 한다.”

1950년 6월 25일, 중요한 고지 탈환을 위한 치열한 전투를 준비하는 비장한 군인의 마음, 그때 우리의 마음과 갖지 않았을까 하는 결연한 생각이 든다. 굳게 다짐했다. 저 게임장은 오늘 우리꺼야, 2층 창문을 통해 게임장안으로 들어가는 멋진 계획을 세우고, 이사할 때 화물을 올리고 내리는 사다리차를 불렀다. 화물을 싣는 운반구에 경찰관들이 타서 2층 게임장의 대형 창문을 열고 게임장안으로 들어가는 계획, 탑승자 중에는 나도 포함됐다. 왠지 특공대의 일원으로 투입되는 것처럼 자랑스러운 마음이 들던 그때였다.

“올라갈 때 사다리차에서 떨어지지 않게 조심하고, 게임장 안에 일단 들어가면 한 사람은 전기 못 내리게 하고, 한 사람은 환전소 장악하고, 한 사람은 바로 철문 열어”


사다리차가 오기 전부터 떨어지지 않도록 조심하라는 말을 누군가 했고, 사다리차가 와서 탑승할 때도 떨어지지 않게 조심하라는 말과 함께 조심히 균형을 잡으며 운반구는 서서히 올라갔다. 아마도 위험하다는 것을, 그리고 떨어지면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우리는 처음부터 느꼈기 때문에 여러 번 반복적으로 말을 한 것은 아닐까.

당시는 안전보다는 단속이 우선이었다. 마음 편안하게 출근하기 위해, 안전불감증보다는 지구대장표 경찰 볶음요리가 안되기 위해, 그리고 우리는 사다리차 운반구에 사람이 탑승할 수 있다·없다를 몰랐던 그때, 어떻게 서라도 한건이라도 단속한다는 욕심으로, 무작정 했던 그때, 그리고 아무도 다치지 않고 단속했던 그때, 참으로 아무도 다치지 않아 다행이었던 그때.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은 맞는 것 같다. 작업 도중 안전사고로 인명피해가 발생하면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형사사건으로 수사를 해야 하는 우리 경찰도 사다리차 운반구에 탑승해서 2층으로 올라가 단속했으니, 참으로 할 말이 없지 않은가.

산업안전보건 기준에 관한 규칙 제86조(탑승의 제한)

⑩ 사업주는 이삿짐 운반용 리프트 운반구에 근로자를 탑승시켜서는 아니된다. 다만, 이삿짐 운반용 리프트의 수리·조정 및 점검 등의 작업을 할 때에 그 작업에 종사하는 근로자가 추락할 위험이 없도록 조치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산업안전보건 기준에 관한 규칙에 경찰의 수사를 위해서 또는 공무수행을 위해 경찰관의 탑승이 허용될까? 정답은 아니올시다 일 것이다.

이삿짐 화물을 위한 사다리차는 화물 운반을 위한 것으로, 수리를 하거나 조정 및 점검 등 작업하려 할 때 근로자가 탑승할 수 있지만, 추락방지 장치 등으로 추락 위험 예방 조치를 선행해야 한다는 게 단서조건이 있으니 말이다.

아마 그때 산업안전보건 기준에 관한 규칙에 이삿짐 운반구에 대한 규정을 알았다 하더라도 당시 단속을 하지 않았을까, 궁금하다. 게임장 단속을 위해 운반구에 탑승하고 2층으로 상승할 때 우리 경찰관이 떨어져서 사망하거나 중경상을 입었다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또 이삿짐 운반구 조정했던 사람은? 아이러니하면서도 당시 생각만 하면 얼굴이 벌게지고 뜨거워짐이 지금도 얼굴로 후끈후끈 올라옴이 느껴진다.




*사진은 인터넷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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