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경찰관 교육을 마치고 발령받아 간, 내 경찰인생의 첫 시작은 부천 중부경찰서였다.(현재 부천 원미경찰서) 당시에는 전국에서 강력사건 발생률 1위, 검거율 1위, 112 신고율 1위 등 좋고 나쁨 구별 없이 상위권을 휩쓸었던 경찰서다.
지금은 신임경찰관들이 서로 가고 싶어 하는 선호 경찰서지만, 내가 갈 때만 해도 기피 경찰서로 첫손가락에 뽑혔다. 그런데 나는 왜 그때 부천 중부경찰서로 갔을까. 기구한 사연이 있다.
중앙경찰학교 경찰 기수로 따진다면 나는 140기인데, 호남 고시학원에서 함께 공부했던 멤버들 중에, 이미 부천 중부경찰서에서 근무하고 있던 137기 멤버들이 있었다. 학원에서도 참으로 친하게 지냈고, 지금까지도 연락 주고받는 그런 멤버다.
중앙경찰학교에서 졸업할 때쯤 자신이 속한 지방청 소속 관할 경찰서 다섯 곳을 지원한다. 그리고 성적순으로 지정한 경찰서 중 한 곳으로 발령이 나는데. 당시 경기지방경찰청(현재 경기남부 경찰청) 소속으로 관할 경찰서 다섯 곳을 지원해야 하는데, 전라도 촌놈인 나는 경기도를 한 번도 가본 적 없어서, 어디가 좋고 나쁨을 몰랐다. 근데 이때 마침, 부천 중부경찰서에서 근무하고 있던 악마들의 달콤한 유혹이 시작되었다.
“경찰서 지원했어”
“지원하려는데 어디가 어딘지 몰라서,”
“경찰생활의 파라다이스는 부천이여, 우리들이 모두 해놨응께 여기로 오믄 돼”
“그럼 북부경찰서나 동부경찰서 쓰믄 되는거여”
“앗따, 북부나 동부는 광주에 있는거고, 부천은 중부여”
“오케이, 그럼 부천 중부경찰서 콜”
이렇게 나는 2002년 1월에 부천 땅을 처음 밟았다. 부천의 첫날밤은 마치 신혼 첫날밤처럼 심장이 벌렁거리는 나를 중심으로 137기 악마들이 빙 둘러앉아 달콤한 속삭임으로 나의 머리를 하얗게 지새우게 했다. 앞으로의 화려한 파라다이스에서의 편안과 안락함을 줄 경찰생활을 꿈꾸며. 첫 출근날, 나의 소중한 애마 아반떼의 양 옆에 붙어 있어야 할 백미러가 10미터 앞 아스팔트 도로에 나뒹굴고 있다. 왜 차에서 떨어져 나갔지. 부천을 몰랐던 나는, 근무 첫날 알았다. 파라다이스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
“왜 이곳으로 부른겨, 나 중경에서 성적 좋았는디”
“앗따, 형님, 우리만 부천에서 힘들믄 억울하제, 그리고 같이 있으믄 좋제”
악마의 속삭임은 참으로 달콤했지만, 참으로 썼다. 그렇지만 부천중부경찰서에서의 근무 경험은 나의 경찰생활의 영양분이 돼주었다. 어디 가도 자신감이 있을 정도로 사건 처리 경험이 풍부하고, 그리고 어느 경찰서로를 간다고 해도 부천 중부경찰서 출신이라는 인사기록 한 줄은, 어느 누구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통과하게 하는 프리패스 카드였다.
칙칙 ----- 칙칙 ---- 띠리리링, 순찰차 안에 있는 무전에서 누군가 우릴 찾는다.
“현재 위치가 어디죠”
“네, 심원초등학교 쪽입니다”
“조마루 사거리 방향으로 나와보세요”
갑자기 강력반에서 지원 요청이 왔다. 무슨 일로, 강력반에서 지구대 순찰차를 부르는 경우는 별로 없는데, 강력반을 만나 자초지종을 설명을 들었다. 지원 요청한 이유를.
“뽕쟁이 신고를 받았는데, 저기 보이는 빌라 3층이 뽕쟁이가 있고, 지금 뽕을 맞았는데, 칼을 들고 지랄하는가 봐요, 신고자는 지금 방안에 있어요”
“그럼 어떻게 하믄 되요”
“우리는 현관문 쪽에 있다가 안쪽에서 문 열어주면 바로 들어갈 테니까, 송 순경님이랑 부장님(당시 경사 계급의 고참을 부장이라고 호칭했다. 지금도 부장이라고 부르는 이유를 모르겠다)은 화장실 베란다 창문으로 들어가셔서 현관문 열어주면 돼요”
뭔가 이상하다. 왜 우리가 화장실 쪽이고 강력은 현관 쪽, 그것도 우리가 안으로 먼저 들어가서 현관문을 열어줘야 되지? 강력에서 해야 하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불쑥 들었다. 경찰생활을 막 시작한 나는 함께 순찰 근무하는 고참이 알았다고 하니 따라갈 수밖에,
빌라와 빌라 사이 좁은 골목에서 3층을 향해 올려다보니 목표의 화장실 창문이 조그맣게 보인다. 어떻게 올라가지 가스배관으로, 좋은 방법이 없나?라고 고민할 때, 빌라 건너편에 간판집이 있었고, 알파벳 A가 보였다.
“저기 가서 저것 빌려올게요”
“그럼 되겠네”
간판집에 가서 사정 이야기를 하고 잠시 빌려온 알파벳 A, 사다리를 A형으로 하면 3층 화장실 창문까지는 닿지 않을 거 같아 A를 펴서 일자로 만들었더니 3층 높이에 닿을 수가 있었다. 당시 젊었던 내가 사다리를 타고 먼저 올라갔고, 내 몸무게를 지탱해야 하는 사다리는 자체 탄성력과 일자로 펴진 A형 사다리는 계속 휘청 휘청하면서 자신의 몸을 밟고 올라갈 수 있게 해 주었다. 올라가는 내내 나에게는 어떠한 안전장치도 없었다.
오로지 안전장치는 권총과 수갑, 그리고 내 양손과 양다리밖에 없었다. 바닥에 정확히 고정되지 않은 상태의 사다리는 계속 흔들렸고 균형이 조금이라도 무너진다면, 내 몸은 바닥으로 곤두박질쳐야 하는데, 이때 공중제비를 돌아야 하나, 갖은 생각을 하며 올라갔다. 정말 사다리를 밟고 하나씩 하나씩 올라가면서 불안한 마음은 계속 들었다. 바닥은 서서히 멀어지면서 가끔 아래를 보면 어지러움도 같이 찾아온다. 슬그머니, 떨어지면 어떻게 하지. 뽕쟁이가 문제가 아니라, 지금 당장 휘청 휘청 거리는 불안한 마음은 급속도로 밀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