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2층 비상구 - 생명의 소중함, 돈 보다 우선이다

#사이버 #멀티태스킹 #추락 #안전대 #안전모 #안전지침

by 별하

멀티태스킹이 되길 바라면서, 오늘도 동시 작업을 하기 위해 매달린다.





모닝커피 한잔을 위해 가끔 사이버 수사팀 사무실을 애용한다. 강력반이나 형사계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은 뭐라고 할까 어찌 보면 조금은 와일드할까. 물론 아닌 사람도 있다. 나를 기준으로 볼 때 그렇다는 거다. 그래서 나와 함께 근무했던 팀원들은 드립 커피보다는 마시기 편한 피겨 요정 김연아가 마시는 믹스 커피를 마신다.


그런데 사이버 수사팀 직원들은 조금 더 섬세하다고나 할까. 왠지 뭔가 다르다. 커피 원두를 수동 그라인더로 정성스럽게 돌려가면서 간 다음, 필터를 끼운 드리퍼에 원두 가루를 살살살 붇고, 적당히 뜨거운 물이 담긴 귀여운 주전자 주둥이를 드리퍼를 향해 조심히 기울이며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바깥쪽에서 안쪽으로 정성스럽게 슬로 슬로 퀵퀵 하며 물을 따른다. 그래서 자주 애용했다. 왠지 대접받는 느낌이랄까.


“흐음...... 역시 모닝커피는 사이버가 최고여”

사이버 수사관들이 작업하는 컴퓨터 화면을 보면, 온갖 창들이 열린 채로 모니터 화면 아래쪽에 고구마 줄기처럼 엮여있다. 필요해서 열어놓았다고는 하는데, 디지털보다는 아날로그 감성이 많은 내 기준으로는 왜 저렇게 창들을 열고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 쳐다만 봐도 정신없다. 나는 내 수사업무에 필요한 KICS(Korea Information System of Criminal-justice Sevrices) 시스템과 밥벌이에 필요한 프로그램만 그때그때 여는데, 역시 사이버는 뭔가가 달라도 다르다.

사이버 전문 수사관들은 많은 창이 열린 채로 작업한다. 아래에 수많은 열린 창들을 번갈아 열었다 내렸다 하면서 어지럽게 집중하며 일을 한다. 보통 여성들이 일에 집중하는 남자가 섹시하다고들 말을 하는데, 섹시 매력덩어리 남자들이 사이버팀에 많다. 여러 가지를 동시에 처리하는 것처럼 보이는 컴퓨터의 능력은 실상은 빠른 시간 안에 다른 일을 처리하면서 왔다 갔다 하는 것이라고 한다. 멀티태스킹이 아닌 건 바이 건으로 순식간에 일을 해치운다고나 할까.


그래서인지 컴퓨터도 하지 못하는 멀티태스킹 능력을 갖춘 사람이 유능하다는 말을 듣기도 한다. 마치 차량을 후진하면서 휴대폰 통화를 동시에 실현하는 멋진 운전자를 보는 것처럼, 그러나 사고 나기 딱 좋은 운전 스타일이라는 것은 우리 모두 다 안다. 어느 하나 집중하지 못할 테니, 사람은 한 가지 일에 집중하면 다른 한 가지는 소홀해지기 마련이다. 바로 우리의 뇌는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처리할 능력이 부족하다. 다만 눈치가 빠른 사람이 눈치껏 업무 처리를 신속하게 처리하는 모습을 아마도 멀티태스킹에 비유하는 것은 아닐까.


따르릉따르릉

“네 형사계 송 형삽니다”

“변사 사건인데요”


공사현장에서 발생한 변사사건, 당시 형사 당직자였던 내가 현장으로 나갔다. 상가형 신축공사현장으로, 1층에서 천정에 붙어있는 거푸집 합판을 제거하다가 근로자가 바닥으로 추락 사망한 사건이다. 당시 현장에는 빠루와 사다리가 널브러져 있고 핏자국도 보였다. 천정에는 합판 거푸집이 반은 붙어있고 반은 천정에서 분리되어 위험하게 덜렁덜렁 매달려 있다.

발생시간은 퇴근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나름 목수로 공사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최고의 기술자들, 작업반장을 포함 몇 명의 목수가 뭉쳐 환상의 팀을 이룬 사람들, 사고 당사자와 기타 팀원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최고의 기술을 선보였을 것이다. 사고 당사자는 1층 천정에 붙어 있는 거푸집 합판을 제거하고, 나머지 팀원들은 2층에서 벽체 작업을 위한 거푸집 설치 작업을 하는 팀워크를 보였을 것이다.


사람들은 지금까지 해왔고, 오늘도 하고 있고, 내일도 해야 하는 반복적인 작업을 할 때, 안전에 대한 생각이 별로, 항상 했으며 안전했으니까. 그런데 사고는 아차 할 때 손 한번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당한다.


사고 근로자가 천정에 붙은 거푸집 합판을 제거하기 위해 발판으로 사용한 것은 A형 사다리였다. 그런데 A형 사다리의 높이로는 천정까지 올라가지 못해, A형 사다리를 일자로 펴서 벽체에 기댄 채로 올라가서 작업을 했다.

산업안전보건공단 자료 참조.


이동식 사다리에는 흔히 볼 수 있는 보통 일자형 사다리가 있고, 늘었다가 줄었다가 하는 신축형(연장형) 사다리, 발붙임 사다리라고 하는 A형 사다리가 있다. 아마도 A형 사다리는 전기 배선작업이나 천정 형광등 교체 작업을 할 때 작업자가 올라가서 일을 하는 모습을 한 번쯤은 보았을 것이다.

그림과 같이 고용노동부에서는 이동식 사다리 작업지침을 통해 작업발판 용도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였다. 다시 말해 이동식 사다리로 하는 작업은, 손 또는 팔을 가볍게 사용해서 전구 교체를 하거나 기타 간단한 작업을 바닥이 평탄한 곳에서 할 때 사용 가능하다. 그러나 작업강도가 있는 작업을 할 때에는 사다리를 작업발판으로 사용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아울러 산업안전보건공단에서 ‘이동식 사다리의 제작과 사용에 관한 기술지침(KOSHA GUIDE / G-130-2020)’을 통해 안전 작업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작업지침에 분명히 나와있는데도 불구하고, 높이 1.2m 이상 높이에서 작업하면서도,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았고, 2인 1조로 작업하면서 누군가는 아래에서 사다리를 잡아줘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 그리고 높이 3.5m를 초과한 높이에서는 추락방지를 위해 안전대 설치를 하여, 만약 작업 중 근로자가 바닥으로 추락하게 되면, 안전줄과 안전대가 서로 연결되어 바닥에 근로자가 부딪치지 않고 일정한 높이에서 대롱대롱 매달리게 해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추락방지를 위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 물론 항상 하던 작업이었고, 나름 기술자였기 때문에 안전에 대해 순간 등한시했을 것이다.

사람은 멀티태스킹을 하기 어렵다. 천정에 붙어있는 거푸집 합판 몇 장 떼어내는 작업, 그리고 퇴근시간이 임박했다는 사실, 여러 가지 종합적인 조건이 사고 당사자에게는 빨리 일을 끝내야지라는 조급한 마음을 먹게 하였고, 이로 인해 혼자 사다리 위에서 빠루를 콘크리트 면과 합판 거푸집 사이에 넣어 지렛대 형식으로 힘을 여러 번 주었을 것이다. 그리고 근로자의 몸을 통한 여러 번의 작업 진동과 흔들림에 균형을 잃은 사다리는 옆으로 쓰러지면서 작업하던 사고 당사자도 함께 추락했던 것이다.

당시 작업반장은 안전관리자의 역할을 동시에 했다. 다만 시공에 더 치중했을 뿐이다. 그래서 사고 당사자에게 작업 지시할 때 안전에 대해 신경을 조금만 썼다면 충분히 막을 수 있었을지 모른다. 설마가 사람 잡는다는 말이 있다. 이는 기술적으로 베테랑인 사람들이 가끔 까먹고 이 정도야라는 식으로 가볍게 판단했을 때 중대사고가 발생한다.

만약, 사고 당사자가 사다리가 아닌, 안전난간과 작업발판이 있는 이동식 비계나 고소작업대 위에서 작업을 하였다면, 사다리에서 작업을 할 때 안전지침에 의해 2인 1조로 작업을 하고 안전대를 설치하여 추락을 대비하였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작업반장은 현장에서 거푸집 동바리 설치 및 해체 작업 공정에 대해 원청으로부터 하도급 계약을 하고 직접적인 작업에 대한 안전관리자의 역할도 병행하였다. 또한 사고 당사자와 실질적인 고용계약 관계였다.

작업반장은 살아남은 자로서 당시 상황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작업지시에 맞는 마땅한 안전조치에 대한 주의의무를 위반한 부분으로 형법상 업무상 과실 치사상 혐의와 상시근로자 5인 이상의 사업장으로 산업안전보건법에 해당된 부분으로 조사를 받게 될 것이다. 현실적으로 안전사고 발생률은 대규모 사업장보다는 소규모 사업장에서 발생빈도가 높다. 돈을 아껴야 하니까. 무척 안타까운 현실이다.

돈이 많고 적음은 공사 현장에서도 사람의 목숨을 결정할 만큼 강한 권력을 가지고 있지 않나 하는 마음에 씁쓸하기도 하다. 그러나 돈보다는 안전에 대한 생각을 잠시나마 했다면 이러한 불행은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사진은 인터넷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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