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 마그리트, < 금지된 재현>, 1937
거울을 마주 보면 내 얼굴이 보여야 하는데, 보이는 건 뒤통수뿐이다. 뭐가 문제인지 처음엔 파악조차 어렵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 보면 그럴 때 있지 않나? 내가 나를 몰라줄 때. 스스로를 외면하는 이상 당연히 남도 나를 몰라준다. 아무리 불러도 뒤돌아 보지 않는 스스로가 원망스럽지만 어떻게 마주 봐야 할지 잘 모르기 때문에, 배운 적 없기 때문에, 그래서 어렵다.
나는 유독 스스로에게만 잔인한 잣대를 들이밀어왔다. 머리로는 “괜찮다”라고 말하면서도 사실 나를 탓하고, 윽박지르고, 재촉하는 게 속마음이었다. 그래서 내가 미웠다. 한 번도 나를 똑바로 마주 보고, 눈 맞추고, 안아주지 않는 내가. 또 다른 나는 나를 불쌍히 여겼다. 매번 나한테서 홀대받고, 인정받지 못하고, 채찍질만 당하는 나를.
화해가 필요하다. 나와 내가 잘 지낼 수 있는 방법을 끊임없이 모색했다. 아직도 현재 진행 중이다. 그래도 나는 믿는다. 늘 뒤통수만 봐왔는데, 얼마 전부터 콧대가 보이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입꼬리와 한쪽 눈도 볼 수 있게 됐다. 종국에는 웃는 얼굴로 나를 마주 볼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