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그리고 운동

크리스 제닝스, <비아 골도니, 밀라노>, 1908

by 서하루

나는 축구를 모른다. 직접 해본 적이 없어서 룰을 제대로 모르니 관람도 흥미가 없다. 축구를 보며 아드레날린 폭발하는 사람을 이해하지도 못한다. 그냥 나는 축구가 재미없다. 그런데 문득 억울하다. 여자 축구에 대한 책이 나오면, 예능이 방영되면 눈과 귀를 쫑긋하게 되기 때문이다.


어느 날 쫑긋 세운 귀가 예민해질 때로 예민해져서 직장 근처에서 여자 풋살 클럽 모집 현수막이 눈에 들어왔고 내면에서 폭죽을 터뜨렸다. 바로 이거야! 내가 원했던 건! 그런데 그로부터 2년이 지난 지금, 나는 여전히 이런 그림이 낯설다. 왜? 나는 축구도, 풋살도 결국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날 이후로 내가 풋살 클럽에 가입하고 싶다는 얘기만 꺼내면 모든 주변인들이 말렸다. 부상이 심하다고, 체력 소모가 크다고, 싸움이 빈번한 스포츠라고… 그때마다 내 안에서는 물음표가 떠다녔다. “그런 운동을 남자들은 왜 어렸을 때부터 하는데요?” 하지만 쏟아지는 말림에 밀려 질문을 삼켜야만 했다.


나는 20대 중반부터 ‘운동’이란 세계에 발을 담갔다. 30대 후반이 된 지금까지 여러 가지 운동을 경험하면서 내가 결코 운동 신경이 나쁜 편이 아님을 이제야 알게 됐다. 분명 10대와 20대를 운동신경 없는 사람으로 살아왔는데 말이다.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고, 아무도 해야 한다고 말하지 않았고, 아무도 응원하지 않았다. 내가 학창 시절을 보낸 여중, 여고에서는 체육 시간을 자습으로 보내기 일쑤였고, 어쩌다 하는 운동은 80% 이상 “피-구-”였다. 세상에… 피구만 도대체 몇 년을 하면서 어정쩡하게 공을 맞고 나오고 겨울철엔 벌벌 떨며 6년 넘게 지냈는지 생각하면 지금도 끔찍하다. 이러한데 어떤 여학생이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컸겠는가?


흥분한 마음을 가라앉히고, 다시 이 그림을 찬찬히 쳐다본다. 여전히 마음에 안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 나는 이 경기장에서 공을 쫓아갈 수 있는 나의 모습을 상상해 볼 수는 있다. 하필 2월에 참석할 그림책 모임 주제가 ‘운동’이다. 여자 아이들이 마음껏 거칠게 운동하는 모습을 담은 그림책을 한 달간 열심히 찾아서 읽고 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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