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퍼 네빈슨 <밤의 스트랜드가>, 1937
같은 시간에 비슷한 옷을 걸치고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사람들. 이들은 늘 신경이 곤두서있다. 조금 주춤거리느라 뒷사람의 발걸음을 늦추게 되면 짜증 섞인 눈초리를 받아야 했고, 원치 않는 터치가 이루어질세라 다들 온몸에 가시를 바짝 세우고 있었다. 나도 이런 사람들 중 한 명일 때가, 13년 동안 있었다. 가끔 생각이 공중부양해서, 이 흘러가는 무리를 보고 있으면 자괴감이 밀려오기도 했다. 유난히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회의를 하고 난 퇴근길엔 지옥에서 탈출하는 것 같다고 느낄 때도 있었다.
지금은 이 무리를 떠나온 지 고작 6개월 정도 되었다. 나도 이 작품을 그린 화가처럼 행렬에서 멀리 떨어져 이들을 관조하는 위치가 되었는데, 이제는 사람들의 걸음이 지옥으로 향하는 행군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반짝이는 불빛은 화려해 보이고, 검은색 슈트는 세련돼 보인다. 바쁘게, 또 부지런히 움직이는 사람들이 착실하고 건강해 보이기도 한다. 내 마음에도 여유라는 게 생겼기 때문이다.
지옥행 같이 느껴졌으면서도 매일 지각하지 않고 루틴을 반복했던 나에게 수고했다는 말과 함께 이 세상 모든 출퇴근 직장인들에게 존경의 마음을 띄워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