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타 쓰구하루, <카페에서>, 1949
가끔 술을 파는 카페에 들르면 와인 한 잔을 시켜놓고 글을 쓸 때가 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글쓰기는 와인과 페어링이 잘 되진 않는다. 소량의 알코올은 지나치게 감상적인 글을 생산해 내고, 알딸딸한 알코올 도수가 글을 멋지게 완성할 만큼의 용기 까지는 주지 않는다.
초점을 잃은 눈으로 어떤 생각에 사로잡힌 이 여자는 편지를 쓰다 멈췄다. 잉크가 다 번진 이 편지는 아마 수취인에게 전달되지 못할 것이다. 술을 마시며 편지를 쓸 용기를 얻었으나 완성할 만큼의 양은 아니었던 것 같다.
사실 글쓰기보다 와인과 페어링이 잘 맞는 안주는 책, 독서다. 요즘은 술과 책을 함께 파는 곳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그런 곳에서 와인 한두 잔과 함께 책 읽는 시간을 나는 매우 좋아한다. 이야기 나눌 친구가 없어도 책 한 권은 완벽한 안주가 되어 준다. 카페에서 한 잔의 술과 텍스트를 곁들이고 싶다면 글쓰기보다는 책 읽기를 선택하시길 추천한다. 쓰기를 선택하는 순간 그 글은 영원히 미완성이 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