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불안증

카스파 다비드 프리드리히, <안개 바다 위의 방랑자>, 1818

by 서하루

화면의 중심, 그림 속 모든 선이 만나는 바로 그곳에 방랑자가 서 있다. 뒷모습이 꽤나 위풍당당해서 정복자라도 되는 듯 보였는데 제목은 어쩐 일인지 ‘방랑자’다. 아마 그의 마음속은 배경으로 흩날리고 있는 저 희뿌연 안개와도 같은가 보다.


나도 내 마음을 모를 때가 많다. 내 미래를 예상하지 못하는 순간은 당연히 더 많다. 새로운 해가 찾아왔지만 올해가 어떻게 펼쳐질지 가늠이 안된다. 그래서 새해 불안증이 찾아왔다. 새해 첫날은 따뜻한 수프를 먹고도 체했고, 다음날은 어깨에 담이 걸리면서 끔찍한 두통까지 겹쳤다. 마음의 평정을 되찾고 싶어 요가 수련을 갔지만 집중이 안 됐다. 호흡은 가쁘고 얼른 집에 가고 싶어졌다. 올해는 뭐라도 해야 한다는 강박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과가 없으면 어쩌지? 하는 초조함이 신체적 반응으로까지 나타난 것이다. 내 마음도 안개가 가득 찼다.


그런데 나와 달리 이 방랑자는 어쩜 이렇게 당당하고 견고해 보일까? 그는 아는 것이다. 흩어지는 안개가 언젠가는 걷힐 것임을. 그러나 안개를 인간의 힘으로 걷어낼 수 없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러니 나도 기다려야겠다. 안개는 언젠가 걷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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