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양쭝, <수영장 연작-낙엽 속을 떠다니기>, 2015
소나무숲이 품고 있던 그 수영장에는 누군가 주워 열을 맞춰 놓은 도토리가 가지런히 앉아 있었고, 바람에 날린 낙엽이 물속으로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추위가 막 시작된 계절에 수영장을 찾는 이는 별로 없어서 우리끼리 조금 더 특별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수영장 관리인이 수시로 낙엽을 건져 올렸지만 어차피 가을을 맞은 나무로 둘러싸인 그곳에 다시 떨어질 이파리는 얼마든지 있었다.
낙엽도, 우리도 물을 좋아해서 자꾸만 물 위를 둥둥 떠다녔다.
끊임없이 솟아오르던 하얀 물거품이 물장구치는 우리 발을 숨기고, 희뿌연 수증기가 너의 얼굴을 가리고, 반사된 햇빛에 나는 눈을 찡그렸지만 그날에 대한 기억만큼은 또렷하게 남아있다. 맑은 가을날 물속을 떠다녔던 낙엽과 낙엽 속을 떠다녔던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