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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해경 Apr 05. 2024

사랑!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이도우)"을 중심으로

'공진솔'이라는 여주인공이 있다. 약간 소심하고 비사교적이다. 그러나 자신의 일, 방송국 작가라는 직업에는 충실한 사람이다. 몇 번의 연애 경험이 있지만 다 씁쓸한 사랑이었다. 그녀가 직업적 서열로 따지자면 바로 윗 상사인 피디 '이 건'과 사랑에 빠지는 내용이 이 책의 줄거리이다. 그냥 사랑이야기 책이라고 보면 된다.


그런데 이 책에서 내가 포커스를 두게 된 부분은 '공진솔'이라는 인물이다. 남자주인공 '이 건'은 시인에, 입사 동기 중 수석으로 입사한, 지성적이면서도 감성이 따뜻한, 세상 1%의 우수인종에 속하는 인물이다. 그런데 그 인물이 '공진솔'이라는 너무나 평범한 인물, 즉 길거리에 나가면 어디에서나 발에 차이는 인물을 아무 조건이나 대가 없이 사랑한다는 점이다. 


작가의 계획된 의도인지는 몰라도 '공진솔'이라는 인물에 대해서는 외형에 대한 어떤 특별한 묘사가 없다. 키가 큰지 작은지, 또 보기에 예쁜지, 어떤지에 대해. 그러니 사랑에 별로 성공하지 못했던, 너무나 평범한 한 여자가 누구나 한 번쯤 사귀기를 원하는 남자에게 특별한 계기도 없이 선택되고 사랑받는다는 이 책의 줄거리는 현대판 신데렐라 책이라고 해도 될 그런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 건'이라는 남자 주위에는 '이 건바라기'인 젊고 예쁜 '안희연'이라는 방송작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건'이 '공진솔'에게 끌리는데, 거기에 대한 어떤 적절한 설명도 없다. 


물론 '이 건'은 학창 시절부터 오랜 친구인 '김선우'의 애인, '애리'를 오랫동안 사랑해 왔다. 그러나 이 수줍고 내성적인 '공진솔'이가 먼저 사랑을 고백하는 아이러니 속에서, '이 건' 자신도 나중에 생각으로 굳어진 사랑이 아니라 실제 감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이 '공진솔'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고, '공진솔'도 상처받기 싫어 도망하려던 마음에서 돌이킴으로, 이 책은 해피엔딩으로 끝이 난다. 


'무슨 이런 비현실적인 사랑이 다 있을까?'라고 나는 처음에는 생각했다. 

특히 '이 건'이라는 사람은 본인의 마음이 진실해질 때까지는 절대 섣불리 행동하지 않는 사람이다.  그의 진실함과 신중함, 그리고는 끝까지 자신의 행동에 책임지려는 태도가 이 남자 주인공의 인격됨됨이를 더욱 빛나게 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왜 '이 건'에게서 예수님의 모습이 떠올랐을까?  현실에서 '이 건'과 같은 남자는 거의 희귀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일까?


진실함, 끝까지 사랑하고 책임짐, 사람의 능력이나 외모, 그 사람의 배경에 휘둘리지 않음. 


그래서 별 볼 일 없는 나 같은 사람도 예수님을 믿게 된 것이 아닐까?


우리의 죄를 대신 지시고 영원한 생명을 주시는 분임을 온천하가 알고, 온천하가 믿는다면, 나 같은 별 볼 일 없는 인물은 아마 교회 문턱도 넘지 못할 것이다. 힘 있고 빽 있는 사람들로 교회는 미어터질 것이니까.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 복된 소식이 어떤 사람에게는 환하게 드러나고, 어떤 사람에게는 어두컴컴하게 가려져 있어서, 이것이  잘 믿기지 않다는 데에 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세상의 미련한 것들을 택하사 지혜 있는 자들을 부끄럽게 하려 하시고, 세상의 약한 것들을 택하사 강한 것들을 부끄럽게 하려 하시며, 하나님께서 세상의 천한 것들과 멸시받는 것들과 없는 것들을 택하사 있는 것들을 폐하려 하시나니, 이는 아무 육체도 하나님 앞에서 자랑하지 못하게 하려 하심이라(고전 1:27~29)"


드디어 화사한 봄꽃들로 온 사방이 아름답다.

예수님이 나에게 사랑의 꽃다발을 보내고 계신다고 생각한다면, 


이는 나만의 착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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