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하지 않아도 살아진다

by 낮은목소리

어디에도 완전히 속하지 않는다는 감각은 처음엔 아팠다. 누군가의 무리에 함께 있어도, 늘 반 발짝은 떨어져 있는 듯한 느낌. 대화 속에 들어가 있어도 어딘가에서는 지켜보고 있는 기분. 그 감정은 어린 시절부터 서서히, 그러나 분명히 쌓여갔다.

어느 한쪽에 완전히 녹아들지 못한 채 두 세계를 오가며 살아야 했던 시간들. 낯선 땅의 언어를 배워야 했고, 익숙했던 말은 집 안을 나서는 순간 낯설어졌다. 학교에 가면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농담이 오갔고, 집에 돌아오면 내가 겪은 하루를 설명할 수 없는 어휘의 공백이 있었다. 설명이 필요한 삶이었다. 감정도, 배경도, 말투도 늘 부연이 필요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순간을 나는 오래 기다렸다.

어느 날부터인가, 나는 설명 대신 존재로 남기를 선택하게 되었다. 무리의 중심보다는 조용히 주변을 도는 방식으로, 큰 소리보다는 필요한 만큼의 말로, 억지를 쓰지 않으며 나를 지키는 법을 배워갔다. 속하지 않음은 결핍이 아니라, 또 하나의 삶의 방식이었다.

속하지 못함은 때때로 소외감을 주었지만, 그로 인해 배운 감각도 있다. 나는 빠르게 정리하는 대신 오래 듣는 법을 익혔고, 눈에 띄기보다는 오래 기억되는 방식으로 살아왔다. 누군가는 중심에서 발언했지만, 나는 가장자리에 서서 세심하게 풍경을 기억해 두었다. 그 감각들이 쌓여 지금의 삶이 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외로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어떤 날은 질문 하나 없이 지나간 하루가 마음을 무겁게 했고, 어떤 대화는 나를 배제한 채 흘러갔다. 그럴 땐 내가 이 공간에 속해 있는 사람인지 아닌지를 다시 묻게 되었다. 그러나 그 물음은 점차 방향을 바꿨다. 나는 이곳에 속하는가가 아니라, 이곳에서 살아가는 나 자신에게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

살아낸다는 것은 꼭 어딘가에 속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았다. 그것은 오히려, 나를 지우지 않고도 견딜 수 있는 시간을 만드는 일이었다. 소속되지 않아도 연결될 수 있고, 설명하지 않아도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믿음이 아주 천천히, 하지만 확실하게 쌓여갔다. 나는 더 이상 애써 맞추지 않아도 되는 말투를 찾았고, 더 이상 나를 과장하지 않아도 되는 공간에 머물게 되었다.

속하지 않아도 살아진다는 문장은 처음엔 체념처럼 들릴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말에는 분명한 결심이 담겨 있다. 나를 있는 그대로 놓아둘 수 있는 용기, 나를 껴안는 방식으로 이어진 삶. 그것이 지금까지의 시간이 가르쳐준 방식이다.

다른 사람들처럼 빠르게 적응하거나, 매끄럽게 말을 이어가거나, 자연스럽게 농담을 주고받지 못하더라도 나는 여전히 여기에 있다. 하루를 온전히 살아내는 일은 늘 작고 보잘것없어 보이지만, 그것이야말로 내가 가장 많이 해온 일이다. 그 작음이 쌓여 생이 되었고, 그 보잘것없음이 나의 단단함이 되었다.

나는 지금도 여전히 두 세계 사이에 있다. 완전히 한쪽으로 기울지 않은 채, 균형을 유지하는 법을 익혀가고 있다. 그 균형감각이 때로는 피로를 주고, 때로는 날카로운 분리를 느끼게 하지만, 그 안에서 나는 나만의 자리를 만들었다. 누군가의 언어로는 설명되지 않는 공간. 그러나 그곳에서 나는 숨 쉬고, 생각하고, 걸으며 하루를 살아간다.

가끔은 내가 누구인지 말로 정리하기 어려운 순간들이 있다. 그럴 때면 나는 굳이 설명하려 하지 않는다. 나의 시간, 나의 기억, 나의 선택들이 나를 증명해 준다. 속하지 않아도, 속한 것보다 더 깊이 살아지는 날들이 있다. 나는 그런 날들을 많이 살아냈다.

지금은 말할 수 있다. 그 설명이 필요 없었던 하루들이 내 삶을 가장 단단하게 만들었다는 것을. 나는 여전히 경계에 있지만, 그 경계 위에 내 자리를 만들었다는 것을. 그리고 언젠가 그 자리를 누군가에게 건네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까지도.

속하지 않아도, 우리는 살아진다. 그 사실을 깨닫는 데엔 시간이 걸리지만, 그 깨달음은 오래도록 나를 지탱해 준다. 그 문장은 나를 위한 것이면서 동시에 누군가를 위한 말이 된다. 그렇게 나는, 오늘도 경계 위에서 작지만 확실한 삶을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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