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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해연 Sep 27. 2023

벌써만 네 번째

벌써 추석이고

벌써 아이 생일도 지났고

벌써 9월도 끝이고

벌써 생리는 오기 3일전이라고 어플이 알람을 해온다.


그나마 드디어인건 가을뿐이다.     



9월은 내게 여러 가지로 반가운 달이다. 일단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달이고, 그래서 어떻게든 지독했을 더위가 물러갈 거란 희망을 깔고 간다. 그리고 아이의 생일이 있다. 아이는 참 시원해지던 그때 태어났다. 결혼을 한지는 7년 차니 9월 초나 이르면 8월 끝부터 추석의 문구들이 보인다. 여기에 나는 기계적으로 가족들의 선물을 알아보고 사놓거나 보내기 바쁘다. 기계적이라고 썼지만 그게 꼭 나쁘지는 않다. 모든 파티와 선물에는 분명 그 사람을 생각하는 소중한 사람들의 분주하고도 크고 작은 손과 발놀림이 필수적이다. 그마저 귀찮다거나 형식적이라고 해서 없애버리면 세상은 너무 삭막해지지 않을까. 나 역시도, 자주 우물 안에만 갇혀 역시 자주 그 귀찮음에 더 눈을 뜨곤 하지만 곧 버린다. 그 바지런함들 뒤에 오게 되는 선물이나 정성을 오히려 너무 당연하게만 여기지 않으려 하는 게 좋겠다.


작년까진 매번 늦어서 멀리 있는 아빠에겐 꼭 추석이 지나고 나서야 택배가 가게끔 했는데, 정확히 올해는 제때 (심지어 미리) 보내는 데 성공했다. 지독했던 여름이었고, 불안과 시기와 다시 불안과 공존했던 요즘이었다. 그런데, 한편 그 불안과 시기와 걱정들이 얼마나, 내 작다 못해 하찮은 안에만 갇혀있었던 것인지 모르겠다.

얼마나 많은 시간이 지나고, 어떤 노력을 얼마나기울여야 한결같이 멀리 보는 사람일 수 있을까를 떠올린다.

그래서 정확히 이때쯤부터 다시 하는 다짐.


이번 주부터는 꼭 성당에 다시 나가야겠다.

예수님 사랑 -  작은돌 ( 감명깊었던 작품인데 정확한 출처를 모르겠다. )  자주자주 기억하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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