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음악을 정말 좋아한다. 그래서 유명한 뮤지션들의 공연은 카메라 위치와 액션을 외울 만큼 몇백 번이고 돌려봤다. 조명 디자인이라는 분야에서 지금까지 일하게 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동안 공부를 하면서, 일을 하면서 봐왔던 수많은 레퍼런스 중에 가장 마음에 와닿았던 작품들은 영국의 조명 디자이너들의 것이었다.
미국처럼 화려하고 수많은 규모는 아니지만 확실한 컨셉과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군더더기 없는 그들의 디자인 스타일은 내 마음에 쏙 들었다.
특히 결정적으로 영국에 대한 마음을 굳히게 된 것은 마이클 잭슨의 마지막 리허설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This is it’에서 나온 조명 디자이너 Patrick Woodroffe 때문이다.
깔끔하고 확실한 컨셉을 추구하는 그의 디자인을 보고 단숨에 매료되어 무작정 그의 홈페이지를 찾아 이메일을 보냈다.
“세계적인 조명 디자이너를 꿈꾸는 중학생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라는 메세지와 함께 스스로 만들어본 디자인 샘플을 함께 보냈다. 그때는 중학생이었던 2013년이다.
“나도 저렇게 되어서 세계를 누비는 사람이 되어야지” 라는 꿈을 가슴에 안고 서점에서 살 수 있는 전공 서적은 모두 사 읽었고, 모자라면 영어로 나온 책들도 거의 대부분 읽었다.
점점 자라면서 마주한 현실에서 많은 아쉬움을 느꼈다. 산업적 구조적 문제로 인한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다 보니 늘 동경해왔던 영국이 다시금 마음속에 자리잡기 시작했다.
사실 학력에 대한 욕심은 단 하나도 없었다. 단지 넓고 큰 세상에서 일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런던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렸던 세계적인 박람회에 참석했다.
그곳에서 약 6년을 쫓아다닌 나의 우상 조명 디자이너 Patrick Woodroffe의 특강이 열렸고, 마침내 만날 수 있었다.
잠시 대화를 하는 동안에도 세계 곳곳에서 전화를 받는 그의 모습을 보며 정말 유명한 사람이라는 걸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되었다.
그는 따로 시간을 내어 많은 이야기를 해주었다. “다른 사람들에게 제이슨이라는 친구가 있는데 한국에서 왔고 이런저런 일을 해, 라고 말해도 일을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이 나라에서 검증이 안되어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믿고 맡기기가 어려울 것이다. 학교에서 공부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일 것이다.” 와 같은 맥락에서 이야기해줬다.
또한 참석했던 박람회에서 많은 영국과 유럽의 사람들과 같은 이야기를 하였다. 물론 거의 모두 일면식도 없는 분들이었다. 역시나 학교를 나오지 않고서는 그곳에서 일하기는 쉽지 않은 것 같았다.
그 나라에서 일을 해보고 싶다면 제일 좋은 방법은 그 나라에서 ‘학교’를 졸업하는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