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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수연 Oct 09. 2020

건강검진이 알려주는 내 삶

엉망진창이구나

지난달에 받은 건강검진 결과가 나왔다.


폐 - 흉막 삼출, 간유리 결절

위 - 표성 위염

갑상선 - 갑상선염 혹은 미만성 질환 의증

신장 - 신장 내 결절, 혈관근지방종 의증

부인과 - 난소낭종, 자궁근종

유방 - 좌측 비대칭 음영

혈액 - 백혈구 경도 감소

스트레스 지수 - 높음


알 수 없는 단어들의 향연이다. '재검사 요망, 추적검사 요망, CT검사 요망...' 이것 참 요망하네...

이 정도면 정상인 곳이 있긴 한 걸까? 예전엔 읽을거리 없이 정상, 정상, 음성, 음성의 나열이었던 것 같은데... '건강검진 이거 도대체 왜 받는 거야?' 하며 감사한 줄 모르던 그때 그 시절이여.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좀 이상하다. 난 행복한데? 임신과 출산, 육아를 하며 좀 힘들고 스트레스받긴 해도 나름 만족하는데? 각종 염증이 웬 말이냐! 위와 갑상선이 내 행복 선언을 비웃고 있는 듯했다. '우리가 너보다 너를 더 잘 알겠다!'


사실 최근에 '브런치'를 통해 나에 대한 글을 쓰면서 새로운 나를 발견하기도 했다. 나는 스스로 낙천적이고, 걱정 없이 사는 자유영혼st 인 줄 알았다. 내 주변 사람들도 다들 그렇게 말하기에. 근데 내가 쓴 글을 읽어보니 참 불평도 많고 뾰족하다. 그냥 흘러가는 대로 사는 스타일 아니었네, 나... 겉만 실실 웃고, 생각 없는 척했네. 친구들이 '복세편살(복잡한 세상 편하게 살기)'인 네가 진정한 위너다!라고 부러워하곤 했는데. 루저였네, 나...


오늘도 속 쓰림으로 잠을 설치고, 하루가 엉켜버리고, 피곤하다며 일찍 누웠더니 남편은 아이 양치도 안 시킨 채 재우려고 하고, 새벽에 또다시 잠 못 들고 이렇게 '브런치'에 불평으로 수다를 떨고 있다. 대나무 숲도 아니고, 구독자들은 무슨 죄람... 아직 명(남편 포함)뿐이긴 하지만.


정신 좀 차리고, 음식도 좀 가려먹고, 커피도 줄이고, 운동도 좀 하면서, 그리고 여기 대나무 숲도 좀 활용하면서 건강 챙겨야겠다! 음악 오래 하고 싶다면서? 내 의지보다 명줄이 더 관건일지도...


정말 감히 이거 하나만큼은 독자님들께 명령하고 싶. 아프지 맙시다! 부디 모두 아프지 말고 오래오래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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