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6.25 <안전하게 배달해 드립니다>
글근육 키우기 14
오늘은 이사하는 날이다. 떠오른 햇볕에 열기가 실리기 전에, 중요한 물건을 간단하게 챙기고 시간에 맞춰 차를 몰았다. 차 안에는 고양이 한 마리와 비싸게 주고 산 게이밍 본체와 와일드 모니터가 있었다. 차가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으니 답답한 모양이다. 애옹- 고양이 토리가 짜증 섞인 울음소리를 냈다. 토리의 울음에 룸미러로 뒷좌석을 흘긋 보던 이준은 핸들에 팔을 둘렀다. 그러고는 한숨을 푹 쉬며 얼굴을 묻었다.
“그럴 리가 없는데, 분명 정확하게 보고 계약했는데…?”
전 재산을 쏟아부은 걸로도 모자라 대출까지 썼다. 모든 지인과 능력을 동원하여 이사 갈 집에 대해 검색했었으니까. 그러니 제 앞에 있는 빈터는 말도 안 되는 거였다. 사기, 사기라니. 도심이 질려서 지방으로 내려왔더니, 지방도 똑같았나 보다. 손이 떨렸다. 숨이 차올랐고 눈앞이 아찔했다. 신경이 예민해지니 모든 감각이 날이 섰다. 며칠 전에 세차를 한 거 같은데, 왜 멀미를 유발하는 특유한 냄새가 나는지 모르겠다. 스트레스를 급격하게 받은 탓이겠지. 심호흡을 하다가 이준은 참지 못하고 문을 열었다. 상쾌한 바람이 폐부까지 밀고 들어왔다.
“어? 벌써 도착하셨네요?”
굵고 나직한 목소리가 뒤통수를 때렸다. 몸을 틀어 보니 택배 기사로 보이는 사내가 있었다. 그는 쓰고 있던 모자를 들썩이며 얼떨떨한 얼굴로 이준을 보았다. 사내가 쓴 모자에는 <안전 배달>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아- 그러고 보니 안전하게 집을 배달해 주겠다는 이상한 내용이 있었더랬다.
“그쪽이죠? 그쪽이 계약서에 적혀 있던 그 이사 센터!”
“어-. 그렇긴 하죠. 이사 센터이기는 한데요.”
“어디에 있어요?! 집이 도대체 어디에 있냐고요!!”
“아니, 그런 게 아니라. 일단 진정 좀 하시고요.”
“진정을 어떻게 해요! 이사 갈 집이 없는데!”
“집이 없긴 왜 없어, 이 사람이 진짜! 마침 저기 오고 있네요!”
“뭐요? 집이 발이 달린 것도 아니고 어디서 오고 있다고-?!”
이준은 입을 뻐끔거리다가 도로 다물었다. 침엽수로 빽빽하게 자란 숲 위로 하늘색 벽과 남색 지붕을 한 집, 한 채가 둥둥 뜬 채로 날아오고 있었다. 이준의 시선이 집에서 지붕 위로 올라갔다. 커다란 파란 풍선이 여러 개 달려 있었다. 집이 풍선을 매단 채로 이동 중이었다. 사내는 곤란하다는 눈빛을 내다가 짧게 한숨을 쉬었다.
“저희는 계약 100% 진행합니다. 신뢰를 저버리지 않아요. 그런 사기치는 놈들은 지옥가야죠. 그리고 이거 저희 회사 업계 비밀이거든요. 다른 곳에 절대 말씀하시면 안 됩니다.”
그러고는 어깨에 들쳐 맨 샷건을 들었다.
탕! 총성에 따라 풍선이 하나씩 터졌고 공중에 떠 있던 집이 빈터로 서서히 내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