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삶을 엿보니

너무 재밌지 않니!라고 할 수 있는 멋쟁이

하루 혼자 쉬고 싶다 라니


반려자가 오늘 하루는 아무것도 안 하고(= 나 때문에 어디 안 나가고) 집안에서만 쉬고 싶다고 한다.

어젯밤 빗발 날리던 날씨 탓인지, 빡빡한 일정 때문이었는지

어깨가 무너져 내릴 듯이 아렸던 게 생각났다.

한 주간 출퇴근하느라 얼마나 힘들었을까, 아예 그 쉼을 비켜줘야겠다 싶어

결국 그 구실로 친구에게 연락을 했다.


우리가 주말에 아무렇지 않게 급작스레 만나기까지는 나름의 시간이 걸렸다.

일단, 내가 서울 밖을 나온 것이 기술적으로는 획기적인 일이다.

자동차로 30 분 내외 거리가 된 것이니 말이다.


내 친구는 벌써 중학생 딸이 둘이나 있다.

대단한 것은 그뿐만 아니다.

19살부터 면허를 따자마자 엄마 차를 몰래 몰기도 했다니 그 운전 실력 또한 믿을 만하다.



그래서 오늘 그의 주말 일정에 나도 끼어보기로 했다.

서울의 한 국악 중학교에 딸을 내려다 주고,

딸아이가 시험공부를 할 동안 우리는 서초에 영어 전문 서점에 다녀오기로 했다.


처음에 친구가 이곳을 말할 때, 나는 그가 중학생을 둔 엄마로서 영어 문제집을 사나 보다 했었다. 그런데 좀 있다 보니 이 친구가 입으로 영어를 소리 내 쉐도잉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아, 영어에 진심이구나!

친구는 영어로 수업을 한다고 했다.

그런데 이 친구 전공이 국악인데, 영어 수업?

친구가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친다는 말을 한 지 벌써 꽤 시간이 흘렀는데 아직도 그 일을 하고 있었다.


비전공자에 영어권에서 머문 것도 아닌데 열정만으로 영어를 배워 가르치다니!

"재밌지 않아? 난 너무 재밌어!"

어떻게 된 일이냐는 내 질문에 친구가 대답했다.


다른 어떤 것 보다 친구의 모습이 아름다운 순간이었다.

오늘 모처럼 따라나서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초동의 한 영어 전문 서적

코로나 때문인지 인적이 드물지만

그래서 안전하게 책을 충분히 고르고

구매할 수 있었다.


종이책으로 나온 땃땃한 재밌는 원서들이 많다.

하루 종일 있으라도 있을만 할 것 같다.



내가 고른 책 안에는 곤충의 부위에 대해서 설명된 부분이 있었다.


내년에 토론토에 있는 조카를 만나기 위해서

나도 이 정도 곤충 부위는 영어로 알아둬야겠다.


참고로 그림의 책은 미국의 초등학교 아이들의 교과서에 나오는 그림이란다.

( 기다려. 이모가 공부해 갈게!)


@ 어제도 왔지만, 오래 지내던 서초동 거리가 반갑다


토요일이면 반포 중앙 도서관 카페를 지나 아무렇잖게 걸던 법원 앞길이다.

토요일 오후 3시에서 4시 사이 반포로 가는 대로는 여전히 차가 꽉 막혀 있다.

그래도 떠나고 나서 지금 보니 아, 이게 서울이구나! 싶은 생각이 들어 멋쩍다.

이게 좋은 것 같다.


가벼운 책 읽기와 서점, 도서관, 커피 한 잔

아 맞다. 공부하는 척 하다 이야기 할 친구가 있어야 지치지 않는다.

이게 게으른 토요일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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