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좀 가벼운 마음으로 작가님을 만나러 가기는 했지만, 좀 더 심플한 마음으로 글을 쓸 수 있는 힘을 얻은 것 같아 기뻤습니다.
저는 아주 한참 전에 용인시의 '빈칸놀이터'라는 독립서점에서 '아이패드로 그림 그리기' 수업을 들은 적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우연히 빈칸놀이터 사이트에 들어갔다가 황보름 작가님과의 만남이 있다는 걸 알게 되어, 결국 11월 18일에 작가님을 뵈러 갔습니다.
작가님은.. 제가 상상했던 것처럼 소설 속의 '영주' 같은 느낌의 분이었습니다. 이 책은 해외의 많은 나라에도 판권이 팔릴 정도로 많은 독자님들의 공감을 얻었는데요, 누군가를 위로하려고 쓰신 것은 아니라고 하셨지만, 결과적으로는 그렇게 되었습니다. 그 중에 저도 한 명이었구요.
적지 않은 나이에 전업작가를 하기 위해 결단력 있게 퇴사를 하시고결국 꿈을 이루신 작가님의, 수수하고 조용하지만 강단있는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원래는 에세이를 쓰셨지만 잘 안 풀려서(책이 좋은 반응을 얻지 못해), 본인이 늘 끼고 사시던 소설을 한 번 써보았다는 작가님의 말씀에 왠지 모를 경탄이 터져 나왔습니다.
작가가 되고작가로 밥벌이를 하고 싶어서 책을 쓰셨다는 황보름 작가님은, 책읽고 글쓰는 일을 너무나 좋아하시는 분이었습니다. 의뢰받지 않은 소설을 다 써놓고 여기 이 플랫폼 '브런치'에 내놓으시고 응모를 하셔서 상을 받고, 그리고 주목을 받아 결국 종이책이 출판되고 베스트셀러가 되는 이야기는 마치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 했습니다(작가님은 무척이나 담담하게 말씀하셨지만요).
조곤조곤 사람들과의 대화를 즐기시는 분이라, 작가로 살아가는 것에 있어서 그런 시간이 적어 무척 아쉬워 하시는 것 같습니다만, 어쨌든 평범하게 직장생활을 하시기에는 너무 튀는 분이 아닐까, 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작가가 되고 싶다고 해서 직장을 그만두고 올인하는 일은 말이 쉽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니까요. 지금 생각해보니 왠지 드라마 <유미의 세포들>에서의 유미의 스토리와 같네요(와우, 멋집니다).
이혼을 하고 독립 서점을 운영하는 영주라는 인물이 주변 사람들과 따뜻한 마음을 나누고 서로를 보듬으며 성장해가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하는 이 소설은 잔잔하고 조용하게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사람같은 향기를 지니고 있습니다.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 바리스타 민준, 로스팅 업체 사장 지미, 이곳에서 안식을 찾는 정서, 영주가 마음을 나누게 되는 승우 작가, 그리고 민철이 가족 등 많은 인물들이 나오는데, 그 안에는 우리 모두의 모습과 살짝 아픈 마음이 공존합니다. 너무나 현실적이어서 깜짝 놀라기도 하고 많이 낭만적이기도 한, 소설 안의 시공간이 참으로 정겹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낭만과 위로와 공감을 만나고 싶으신 분들께 추천하고 싶은 소설입니다. 모두 조금씩 더 행복해지실 거라 확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