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을 잘 만드는 것과 기술의 의미를 묻는 것 사이에서
공학 과정은 철저히 기술 구현에 맞춰져 있다. 수학과 물리, 알고리즘과 제어이론, 전공 실험과 설계 실습이 커리큘럼의 중심을 이룬다. 목표는 명확하다. 어떻게 더 정밀하게 만들고, 어떻게 더 효율적으로 구현할 것인가. 그 과정에서 학생은 “만드는 법”을 배우지만, 정작 “왜 만드는가”라는 질문은 뒷전으로 밀려난다.
문제는 이 지점에서 발생한다. 기술은 사회와 분리된 채 존재하지 않는다. 인공지능은 노동 시장을 바꾸고, 바이오기술은 윤리적 경계를 흔들며, 디지털 플랫폼은 인간관계의 구조를 재편한다. 그러나 전통적인 공학 과정은 이러한 질문들을 심층적으로 다루지 않는다. 경영, 철학, 인문학은 주변 과목으로 존재하거나 선택 과목으로 흩어져 있을 뿐이다. 따라서 공학 전공자가 기술의 사회적 의미를 묻고 싶다면, 결국 스스로 찾아 나서는 수밖에 없다.
여기서 필요한 것이 바로 테크노사이언스적 시선이다. 테크노사이언스는 과학과 기술을 분리하지 않고, 그것들이 사회·정치·문화적 맥락과 얽혀 있음을 전제한다. 기술은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사회적 행위자이며, 그 자체가 권력과 가치를 담지한다. 따라서 기술을 이해하려면, 동시에 철학적 성찰과 사회적 분석이 뒤따라야 한다.
해외 일부 대학은 STS와 공학을 접목한 융합 트랙을 개설하고, 한국에서도 기술경영(MOT), AI 윤리, 디지털헬스 같은 영역에서 작은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주류 공학 교육은 기술 구현에 머문다. 결국 공학자가 테크노사이언스를 추구하려면 자발적 탐구와 학제적 도전을 선택해야 한다. 그것은 쉽지 않은 길이지만, 기술의 사회적 의미를 고민하지 않는다면 공학은 언제나 반쪽짜리에 머무를 것이다.
기술은 잘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기술이 사회에 어떻게 스며들고, 어떤 인간상을 형성하며, 어떤 권력 구조를 강화하는지 묻는 것. 바로 그 질문이 빠질 때, 공학은 공허한 기술주의로 흐를 위험이 있다.
따라서 우리는 공학 교육의 경계 너머로 나아가야 한다. 테크노사이언스적 시선을 가진 공학자가 필요하다. 만드는 것과 묻는 것을 함께할 수 있는, 경계 위의 연구자가 문명을 새롭게 설계할 수 있다.
#생각번호202509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