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성 이론 논문을 사례로
1905년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 논문은 서술적 직관과 단순한 수학으로 전개된다. 그러나 오늘날의 과학자들은 훨씬 정교하고 표준화된 수학적 언어에 익숙하다. 고전을 그대로 읽는 것은 오히려 번역과 해석의 추가적 부담을 남긴다.
과학은 철학처럼 원전을 두고 토론을 이어가는 학문이 아니다. 실험과 검증을 거쳐, 지식은 점차 더 정교하게 교과서와 최신 논문에 축적된다. 상대성 이론의 내용은 이미 수학적으로 완비된 형태로 현대 교과서에 담겨 있으며, 연구자는 이를 곧바로 활용한다.
교육 단계에서는 학생들에게 원전보다 효율적인 교과서와 강의가 제공된다. 연구 단계에서는 합의된 표준 지식을 기반으로 새로운 문제를 탐구한다. 원전을 읽지 않아도 학문 공동체가 정리해놓은 구조를 통해 곧바로 연구에 진입할 수 있는 체계가 마련된 것이다.
물론 예외는 있다. 과학철학자, 과학사학자, 혹은 이론의 근본적 문제를 다시 살펴보는 연구자들은 원전을 탐독한다. 아인슈타인의 직관적 사고 실험이나 역사적 맥락은 여전히 중요한 학문적 자원이다. 그러나 대다수 과학자에게는 원전보다 최신 데이터와 이론 체계가 더 실질적인 자원으로 작용한다.
과학자는 고전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과학이란 지식이 끊임없이 재구성·정리되어 누적되는 영역이기 때문에, 원전을 읽을 필요가 상대적으로 적은 것이다. 고전은 역사적·철학적 맥락에서 의미를 지니지만, 과학의 일상적 실천에서는 최신의 체계가 우선한다.
#생각번호202509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