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지만 모른다 — 현대인의 자기기만
현대사회에서 정신적으로 아픈 사람은 드물지 않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스스로 힘들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거나 인정하지 못하는 것이다. 몸과 마음이 이미 신호를 보내고 있음에도, 사람들은 “난 괜찮다”는 말로 자신을 속인다.
과잉 적응: 끝까지 버티는 것이 미덕처럼 여겨진다. 그래서 무너져도 스스로 괜찮다 말한다.
사회적 낙인: 정신적 어려움을 드러내면 “약하다”는 평가를 받을까 두려워한다.
자기기만: 힘들다는 걸 인정하는 순간 무너질 것 같아, 오히려 모른 척하며 살아간다.
이 억눌린 고통은 다른 형태로 튀어나온다. 불면, 위장 장애, 만성 피로 같은 신체화 증상으로, 과잉 애착·지배·회피 같은 왜곡된 관계 패턴으로.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지만, 내면은 균열이 깊다.
현대사회의 구조가 이를 부추긴다.
성과 중심 사회: 약함을 인정하는 순간 낙오자로 취급된다.
이미지 소비 사회: “괜찮은 나”를 연출하느라 진짜 나를 외면한다.
고립된 생활: 혼자 힘들어해도 알아차려줄 관계망이 없다.
현대인의 고통은 힘들다는 사실에서 비롯되지 않는다. 힘든데도 모른다는 사실, 힘들어도 인정하지 못한다는 자기기만에서 비롯된다. 스스로를 속이는 한, 고통은 더 깊어진다. 우리가 마주해야 할 건 고통 그 자체가 아니라, 고통을 부정하는 우리의 모습일지 모른다.
#생각번호202509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