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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시키지 않는 정의

혐오표현 규제와 법의 권력화에 관하여

by 민진성 mola mola

법의 탄생

법의 태생부터가 권력에 근원을 두고 있다. 사유재산이 생기고 그것을 보호하기 위해 생겨난 규칙이 가장 원시적인 형태의 사회적인 규범, 법이 되었다. 유목사회에서 농업사회로 전환하면서 사유재산의 축적이 가능해졌고, 그 사유재산은 곧 부의 과독점, 더 나아가 권력이 되었다. 즉 원시 법의 태초는 권력을 지키는 것에 출발하였고 그것은 역사적으로 그 속성을 유지한 채 발전되어 왔다. 이 경계가 모호해지기 시작한 것은 민주주의에서부터였다. 권력의 근원이 국민의 다수결에서 오기 시작한 순간, 투표를 통해 지도자를 선출하는 구조가 된 순간 더이상 법은 권력자만을 위한 것이 될 수 없다. 약자들의 권익을 보호하는, 표가 되는 법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권력에 의한 법

그렇기 때문에 현대 민주주의 법은 다수결에 의해 결정되는 집단 군중의 요구가 투사되어 있다. 다만, 여기서 발생하는 문제점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번째는 대중들의 의식 수준이 뛰어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최소한의 도덕을 어떻게 다둘지, 그저 불편하다는 '감정'만으로 명확한 이론적 근거가 없음에도 법을 만들 것을 요구할 수 있다. 설령 개인의 능력이 뛰어나다고 하더라도 그 개인들이 집단에 속한다면 그 도덕관념이나 지적 능력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한계를 갖는다. 두번째로, 대중들이 만드는 도덕의식이나 관념이 주체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권력자들이 법을 만드는 데 있어 대중의 의견을 관여하며 만들어내지만 권력자의 감정적인 선동일 수 있다. 그리고 선동 능력을 갖춘 권력자는 자신들이 민주주의 국가의 권력의 근원인 국민의 선택을 받았다는 명분으로 자신의 뜻대로 권력을 마음껏 휘두르고 그것이 법으로 나타난다. 이런 구조 속에서, 약자를 향한 혐오표현은 법률적인 제재를 받거나 하는 일이 덜하지만 강자를 향한 혐오표현은 뛰어난 법지식을 바탕으로 법률적인 제재를 가하는 일이 쉽게 벌어지는 일은 찾아보기 어려운 일이 아니다.



시민에 의한 법

하지만 이 한계는 원론적으로는 굉장히 쉽게 전복될 수 있다. 그저 대중이 건강한 시민의식을 가지면 된다. 정치 엘리트 혹은 권력자들의 감정적 선동에 당하지 않고 주체적인 판단을 하고 권력자들의 정치 및 입법, 사법 행위를 철저히 감시하는 것이다. 권력을 운용하는 이들은 권력자지만 권력의 근원은 대중에게 있기 때문이다. 때때로 자신의 이익에 반하거나 자신의 감정에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하러라도 정의와 사회적인 이익이라면 그것을 선택할 줄 알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개인의 표현의 자유가 굉장히 중요하다. 표현이 억압되면 건강한 토론이 이루어질 수 없고 권력자의 선동 어휘, 그리고 그 선동에 당한 이들의 큰 목소리를 제외하고는 목소리를 낼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법은 도덕의 최소한으로 남아야 한다. 타인을 의도적으로 비방하고 피해를 입히기 위한 발언은 이미 현재 존재하는 법으로 충분히 처벌의 대상이되고 있다. '혐오표현'은 그 구분이 모호하고 주관적이다. 그것은 곧 어떠한 비판도 할 수 없는 정의라는 명목으로 정의를 훼손하는 권력구조에 잠식될 뿐이다.




#2025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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