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 정신질환자, 그리고 그들의 세계관이 우리에게 보내는 신호
복합회상후스트레스장애와 같은 만성 정신질환의 경우 치료 자체가 환자의 능동성을 요구한다는 면에서 적절한 개입에 본질적인 한계가 존재한다. 상담이나 약물 치료는 환자의 즉각적인 증상을 억제하는 것에 그친다. 본질적인 문제는 환자가 스스로 행동이나 환경을 변화해야 해결이 가능하고 그런 노력이 없는 상황에서는 그저 약물 의존성만 키울 뿐이다.
국가는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고 건강을 증진할 의무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만성정신질환의 경우 전적으로 그 생명보호와 건강의 책임을 개인에게 부여하도록 하는 사후처리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이는 증상과 회복의 본질적인 차이에서 오기도 하지만 환자의 행동과 환경 개선을 유도하는, 조금 더 내밀한 형식의 접근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물론 이것은 정신질환자의 자기결정과 보호의 경계와 충돌할 수 있다. 정신질환자는 일반적으로 치료에 능동적으로 참여하지 않는다. 애초에 치료를 위해 노력할 의지조차 있지 않은 경우가 많고 낯선 누군가 자신의 공간 안에 들어오는 것에 예민하게 반응한다. 스스로 치료를 원하지 않을 수도 있고, 설령 치료를 원하다 하더라도 행동 교정과 환경 개선을 위한 개입이 오히려 증상을 악화시키거나 불편감으로 다가설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가의 본질적인 의무를 저버려서는 안된다. 국가의 구성원으로 존재하는 국민의 생명과 행복증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기존의 형식이 만성정신질환자의 자기결정권을 훼손하고 상태를 악화시킬 여지가 있다면 다른 방식을 강구해야 한다. 그들은 수동적인 정보자극과 쾌락에 익숙해져 있을 가능성이 높다. 영상이나 게임, 커뮤니티 등에 노출되어 있다. 그것들이 다루는 콘텐츠들에 정부가 규제 완화 및 지원금을 명목으로 만성정신질환 환자를 추려내고 환자의 치료를 유인할 수 있는 알고리즘 개발을 의무화하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다. 물론 이도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는 해결방안이기는 하나, 기존의 방식이 통하지 않다면 이와 같은 새로운 방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함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사후처리가 어려운 증상인 만큼 이에 대한 예방 책임 역시 중요하다. 특히 정신질환자의 사고나 범죄가 발생할 경우 사회는 순간적으로 분노를 하거나 행정적으로 정신질환자를 주요 업무에서 배제하는 형태로 대처를 하고 그 사후 대처까지는 이어지지 않는다. 이는 정신질환 범죄자들의 범행동기와 범죄행동으로 이어지는 과정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들의 대부분은 사회로부터 혹은 특정 개인으로부터 상처를 받은 사람들이다. 그 상처들이 만성화될수록 만성정신질환으로 발전하고 이는 곧 확고한 사회에서 용인되지 않는 자신만의 세계관을 형성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그 세계관 속에서는 남자, 여자, 부자, 행복한 사람들 등은 적으로 간주된다. 죽여도 되는 그런 종류의 적이 말이다. 한 번 만들어진 세계관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결국 그런 세계관을 형성하지 않도록 예방해야 한다.
물론 그들의 죄를 용서하자고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법이 정하는 범위에서 엄중히 처벌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만약 그런 종류의 범죄가 사전 예방이 가능하는 것이라면 예방하기 위해 노력함이 마땅하다.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보장해야 하고, 공공의 안전을 위해 힘써야 함이 마땅하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정신질환자, 특히 만성정신질환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낙인화하거나 배제하자는 것이 아니다. 애초에 그 원인을 예방하자는 것이다. 그냥 정신질환을 치료하거나 관리하도록 도우면 된다. 그러면 혐오범죄나 묻지마범죄와 같은 유형의 범죄예방은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이다.
#20250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