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적 책임은 법과 무관하게, 처벌은 법에 근거해서
법은 인간이 정한 임의의 약속일 뿐이다. 법을 통해 처벌하였다 하더라도 법을 통해 처벌이 불가능하다 하더라도 누군가의 행동이 도덕적으로 어긋났다면 그것은 결코 윤리적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없다. 설령 증거 기반의 추론과정을 거쳤음에도 무죄로 밝혀진다고 하더라도, 그 행동이 윤리적으로 옳지 않다면 법을 통해 책임을 다하지 않을 뿐 윤리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 공소시효가 지나 더이상 법으로 처벌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윤리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 하물며 법을 통해 처벌을 이미 받았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국가적인 차원에서 응보와 교화를 시도한 것일 뿐 그 자의 윤리적 책임마저 자유롭게 놓아준 것은 아니다.
공소시효는 시간이 지나면 그 죄를 용서해주겠다는 목적으로 정해진 것이 아니다. 그저 실무에서 계속해서 새로운 범죄가 발생하기 때문에, 업무 적체를 막고 업무 효율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즉 공소시효가 지났다고 해서 그가 윤리적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 설령 특정 이가 공소시효가 지나는 동안 그가 다른 대상 혹은 공동체에 윤리적이고 선한 행동을 했다고 하더라도 그의 윤리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가 정말 윤리적 책임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자신이 범한 범죄의 피해자에게 용서를 구하고 그에게 윤리적이고 선한 행동을 해야 했다.
하지만, 설령 법이 발견하지 못한 범죄자를 사회가 발견했다고 하더라도 그에게 사적 제재를 가해서는 안된다. 법에 의하지 않고 집단의 감정에 의한 판단을 할 여지를 준다면 그것은 인간의 존엄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 범죄자의 존엄 뿐만 아니라 사적 제재를 가한 개인들, 그리고 그들이 속한 집단의 존엄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 처벌에는 명확한 원칙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양자의 존엄성을 훼손하는데, 이는 부모가 자녀를 양육하거나 교사가 학생을 지도할 때 체벌을 금지하도록 하는 것과 같은 이유다.
윤리적 책임은 법과 무관하지만, 법에 근거하여 윤리적 책임을 물어야 원칙을 지킬 수 있고 우리 사회의 존엄을 지킬 수 있다.
#20250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