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을 만들 때 재료의 특징을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좋은 음식이 되길 기대하는 것은 나무 위에서 물고기를 잡으려는 것과 같은 생각이다. 같은 이치로 소재를 잘 모르는 디자이너가 좋은 옷을 디자인한다는 것은 조국이 정의롭다는 말과 같다.
가죽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소, 양, 염소, 그리고 돼지의 경우 크기, 두께, 강도, 촉감, 표면 형태 등이 모두 다르다. 모피는 ‘털을 제거하지 않은 가죽이다’ 따라서 가죽의 특성과 털의 특성을 모두 이해해야 사용이 가능한 소재이다.
가죽과 모피의 특성은 동물의 종류뿐만 아니라, 동물의 연령, 동물의 산지, 동물의 성별, 가공방법, 후 처리 등에 따라 다양하게 변화하며 각각의 사후 관리 방법도 다르다. 그런데 이런 기초적인 상식도 없는 의류 브랜드가 가죽이나 모피 의류를 판매 한다면 제대로 된 착장, 보관, 관리 방법의 안내가 가능할까? 당연히 불가능하다.
그래서 나타난 것이 3단계 전략이다.
첫째는 “가죽, 모피 전문 세탁 점에 맡기세요”하는 문구를 붙여 판다. 더 자세한 이야기는 안한다.
두 번째는 혹시 변형, 변색, 탈색 등의 문제가 생긴다면 일단 소비자 과실로 밀어붙인다.
그래도 안 되면 납품업체 또는 위탁업체에 반품, 배상 등 눈텡이 박는 것으로 마무리하는 것이다. 누구든 다 잘못하고 손해 볼 수 있으나 나만 손해 보지 않겠다는 존경스러운 전략이다.
과거의 가죽 패션은 어떤 모습일까? 우리가 상상하는 과거의 가죽 패션은, 원시인의 모피 패션, 산적의 모피 패션, 독일 군이나 일본군의 가죽 밴드, 가죽 바바리, 그리고 긴 장화, 미군 비행사의 무스탕 잠바, 제임스 딘의 라이더 재킷 등이다. 하지만 이 모든 상상은 패션의 측면에서 본다면 단품으로서만 가죽의 이미지를 만든 근거로 엄하게 비판받아야 마땅하다. 가죽과 모피는 패션 소재 중에 가장 오래전부터 사용된 천연 소재이며 환경 친화적이고 다른 소재와 다양한 조화(coordination)를 이루는 소재였다.
“검은 옷을 입을 때는 (검은) 염소의 갖옷(1)을 입고,
흰 옷에는 (흰 털의) 새끼 사슴 갖옷을 입고,
누런 옷에는 (누런 털의) 여우 갖옷을 입으셨다 .
평소(캐주얼풍)의 갖옷은 길지만, 오른쪽 소매는 짧게 잘랐다”(2)
2,500여 년 전에 공자의 차림을 표현한 말인데 논어 제10편 향당 편에 나오는 구절이다.
놀랍지 아니한가? 겨울에 안에 입는 옷의 칼라에 맞추어 겉옷을 코디하는 감각 하며, 실용적인 목적을 위해 오른쪽 소매를 짧게 자르는 ‘아방가르드’한 디자인을 추구했다니!!
특히 가죽(또는 모피)의 칼라를 염색하지 않고 자연색을 그대로 사용한 점은 당시 염색 기술이 낙후해서 그렇다고 볼 수 있지만 오히려 자연색을 추구한 심미안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3)
여기서 또 재미있는 단어는 ‘캐주얼풍(褻裘)’이다. 보통 제사 지낼 때 입는 옷과 임금을 만나 조회할 때 입는 조복(朝服)과 달리 평소 편하게 입는 평상복으로 번역한다.
중국 학자 양백준(杨伯峻)은 ‘캐주얼풍(褻裘) 모피’를 보온을 위해 입는 '털이 안으로 들어가고 가죽 면이 밖으로 나온 중국식 저고리(皮袄)'로 번역했다. 내가 볼 때는 가장 현실성 있는 매력적인 해석이다.
위의 일반적인 해석 외에 김용옥은 검은 옷, 흰옷, 누런 옷을 각각 ‘검은, 흰, 누런 솜 누빈 윗도리’로 번역했다. 하지만 이때(기원전 500년 경)는 중국에 솜(cotton)은 없었다. 솜은 페르시아 원산이며 중국엔 원나라(13세기 몽고족이 세운 나라. 우리나라 고려시대) 때 중국에 들어갔다. 따라서 없는 솜을 누빌 수는 없다.
또 염소 갖옷, 새끼 사슴 갖옷, 여우 갖옷은 ‘바지’로 번역했다. 보통 옷 의(衣) 자는 윗도리며 아랫도리는 치마 상(裳)을 쓰니 윗도리라고 볼 수는 있다. 그러나 아랫도리라는 말을 없을뿐더러 염소, 새끼 사슴(또는 고라니), 여우 가죽으로는 바지를 만들 수 없다. 일단 크기가 작아서 이어 붙여야 하며 그렇게 만든다고 하더라도 내구성에 문제가 있어 실용성이 없다. 지금도 겨울용 염소가죽 바지, 여우 모피 바지, 사슴 가죽 바지는 없다.
당대의 석학도 패션 소재로서 가죽을 바라보지 못하고 문헌연구에 따른 오류를 범했다. 하지만 이것이 패션을 업으로 하는 사람들도 가죽에 대해서는 '특종'이라는 이름으로 멀찌감치 밀어 두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그런 바람직하지 못한 태도는 찬바람 부는 계절만 되면 부랴부랴 사입이니 위탁이니 해서 매장을 채우고 매출을 올리려고 하는 것을 반복하는 원인이 된다. 이는 소비자를 속이고 자신을 속여 궁극적으로 진정성을 의심받고 지속가능성이 거부되는 결과에 가까이 가려고 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 사진 설명 : 褻裘(캐주얼 모피)의 모습이다. 나는 주윤발이 머리에 기름 바르고 두사이즈 큰 바바리 입고 설치는 것 보다 이 모습이 좋다.
(1) 裘(갖옷 구) : 짐승 가죽으로 만든 옷의 의미이다. 모피도 의미도 포함된다.
(2) 원문은 아래와 같다.
淄衣羔裘, 素衣麑裘, 黃衣狐裘, 褻裘長, 短右袂
(치의 고구, 소의예구, 황의호구, 설구장, 단우몌)
(3) 논어 향당의 다른 부분에 보면 붉은 계열의 색을 홍(紅), 자(紫), 감(紺), 추(緅)로 구분하고 옷깃이나 소매 가선에 가죽 배색(trimming)으로 사용하는 내용이 보인다. 또 검은색인 치(淄)는 7번을 염색해 얻는다는 오규소라이(荻生徂徠)의 주석을 감안하면 당시(2,500년 전) 이미 상당 수준의 가죽 염색 기술이 있었음을 추론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