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죽 제품의 Season start는 홍콩에서 비롯된다. 2월 모피 전시회와 3월 가죽 전시회는 그동안 파리, 런던, 그리고 이탈리아 등지에서 수집한 다음 시즌 패션 경향을 재확인하고 최종 정보를 교류하는 의미를, 가진다.
홍콩 전시회에는 원자재(tannery), 부자재 업체는 물론 신발, 핸드백 의류 등 모든 가죽 관련 업체가 전시자로 참여하며 전 세계의 가죽 관련 바이어는 물론, 디자이너나 소재 담당자 그리고 에이전트 등 다양한 방문객이 찾아온다.
홍콩 피혁 전시회는 홍콩섬 전시회장에서 열리는데 나는 항상 구룡반도의 침사추이에 묶는다. 매일 아침 스타 페리를 타고 바다를 건너 전시회장을 찾아보고 저녁엔 다시 배를 타고 돌아온다. 출장지에서 출, 퇴근 개념을 갖는다는 것은 컨디션 조절에 중요한 요소일 뿐만 아니라 스스로 정한 스케줄대로 시간을 쓰기에 좋은 이점이 있다.
대부분 홍콩 도착 2일째에 독일 파트너(이하 Diter)를 만나 함께 전시회장을 꼼꼼히 돌아보고, 스웨덴 파트너(이하 Mr. Franzon)와도 일정을 함께 한다. 저녁 식사 장소 중 가장 좋아하는 곳은 나탄 로드에서 킴벌리 로드로 꺾어 들어가 골목 안에 있는 ‘노매드(Nomad)’라는 몽골리안 바비큐 집이다. 각자 원하는 식재료와 소스를 골라 요리사에게 건네면 볶아만 주는 시스템이다. 자기가 고른 것을 볶아 주기만 한 것이니 맛이 있거나 없거나 자기 책임이다. 한국, 독일, 스웨덴, 이탈리아, 일본, 중국 등 세계 각지에서 온 일행과 어울리기엔 아주 딱!이다.
홍콩에서 가장 즐겨 찾던 '노매드' 몽골리안 바비큐 레스토랑이다. 가장 왼쪽이 Dieter이다.
2차로 맥주 마시러 즐겨가는 곳은 노매드에서 멀지 않은 비터 버그이다. 독일 주인이 경영하는 맥주 집으로 필스너 맛이 나쁘지 않다. 바로 옆집은 스페인 식당인데 맥주 맛은 비터 버그만 못하지만 데빠스나 빠야는 독일 요리에 비해 탁월하다.
홍콩 전시회 간 결정하는 중요한 내용은 두 가지이다. 첫째는 컬러를 확정하는 것이다. 확정된 컬러에 근거해 이미 선정한 소재의 B.T. 작업을 진행해야 한다. 두 번째는 새로운 소재나 프린트 아이디어를 확인하고 관심 있는 것을 선택해 샘플 주문(Inquiry)을 진행하는 것이다. 결과가 좋으면 collection에 포함시키고 그렇지 않으면 드롭한다.
약 한 달 후에 파트너들과 소싱 및 생산 기지가 있는 중국 절강성(浙江) 가흥시(嘉兴) 동향(桐乡) 시에 위치한 길피애연합유한공사(吉皮爱联合有限公司)에서 스타일 미팅이 이루어진다.
이를 위해 각 소재의 BT, 홍콩에서 소싱한 NEW ITEM의 샘플, 부자재 샘플, 참고용 샘플 등등을 준비해야 한다. 소재와 컬러, 디자인을 결정하는 하는 작업은 약 1주일에 걸쳐 진행되며 F.W Seasson 기준 독일의 경우 200여 스타일, 스웨덴의 경우 80-100여 스타일을 결정하게 된다.
스웨덴 파트너 Mr.Franzon이다.
항상 직원과 동행하는 Mr.Franzon의 경우는 동향에서 say goodbye 하지만 Dieter의 경우는 상해 푸동 공항까지 함께 간다. 중간에 상해 신천지에 가기 위해서이다. 신천지에는 독일 뮌헨이 원산인 파올라나 Pup이 있는데 맥주 맛이 기가 막히다. 특히 필스너(黄啤)가 그만이다. 북경과 심양에도 있지만 상해 신천지 파올라나가 최고다. 여기서 함께 맥주를 마시며 지난 시즌의 문제점과 다음 시즌의 전망에 대해 이야기한다.
샘플 제작을 위한 자재가 입고되면 work shop에서 샘플 제작이 시작된다. 한 사람이 모든 공정을 소화해 맞춤복처럼 샘플을 제작한다. 샘플 제작을 하면서 원, 부자재 소요량을 확인하고 어려운 공정이 있는 스타일은 그 공정 부분의 작은 샘플을 만들어 차후 본 생산(main production)
에 대비한다. 이윽고 더위가 절정에 달하는 6월 말 7월 초가 되면 collection meeting이 이루어진다.
Diter는 동향에서 항상 같은 호텔에 묵었는데 그의 방은 항상 1801호 아니면 1901호였다. 말은 4성급 호텔이지만 그 별이 중국 별이라 별의 의미는 별로 없었다. 예를 들면 Diter가 맥주가 마시고 싶어 Room service에 beer를 주문하니 영어를 알아듣는 사람이 없어 중국어로 pijiu(피지우)라고 했더니 마침내 알아듣는 사람이 나타났다. 그녀는 영어로 how many?라고 물었고 Diter는 Two!라고 대답했다. 그러나 나중에 방으로 배달된 것은 커다란 맥주(pijiu)가 아니라 베개(pillow) 두개 였다.
Collection meeting은 모델에게 한 스타일씩 입혀 착장을 확인하고 수정사항을 도출하는 작업이다. 우선 소재 품질과 색상이 문제가 없는지, 디자이너의 아이디어와 충돌하는 소재의 특성 또는 기술상의 문제, 피팅(fitting) 등을 점검하는 것이다. 이 작업을 일주일간 진행하고 다시 상해 신천지로 가서 맥주와 함께 Collection의 성과와 보완할 부분, 그리고 향후 계획 등에 대해 상의한다.
Collection meeting 이후 모든 샘플을 재점검하며 제기된 문제점에 대한 수정 보완 작업을 진행한다. Kick out(우리말로 ‘패대기’라고 한다.)된 스타일과 새로 만들어야 할 스타일에 대한 조치도 진행해야 한다.
동시에 pricing작업을 진행한다. 가격은 Bulk procudtion을 진행할 업체에 의뢰해 정리하지만, 기존에 정리된 소요량을 가지고 사전에 내가 미리 가격을 준비해 업체의 가격과 비교하고 일정 범위 밖이라면 재확인 과정을 거친다.
이 모든 과정이 완료되면 7월 하순 독일과 스웨덴으로 샘플을 발송한다. Leather sound. Gmbh. 에서는 샘플을 받은 후 다림질을 다시 한 후 카탈로그 제작을 위한 사진 촬영(Photo shooting)을 진행한다. 그리고 전 직원이 모여 전속 모델(Ms. Andrea Stickroth)이 입은 샘플들을 보며 offer 된 가격을 참고해 품평회를 진행한다. 이 자체 품평회가 끝나면 사전에 예약된 Customer와 전시회 이전 상담을 진행한다.
전속모델이 있어야 일정한 사이즈와 피팅을 유지할 수 있다. 안드레아는 전형적인 38 size의 몸매를 유지하고 있다.
이윽고 F.W 시즌을 위한 C.P.D.(Collection Premium Düsseldorf)가 개최되는 것이다. 사전에 전시장 인테리어 공사가 진행되고 샘플들은 하루 전, 전시장으로 이동된다. 나는 보통 전시회 하루 전 늦은 시간에 Düsseldorf에 도착한다. 그리고 전시회 기간, 필요한 지원을 하며 동시에 다른 전시 상들과 상담도 진행한다.
전시회가 파하면 우선 호텔로 돌아가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고 Pub으로 간다. 위르게, 베이비 폭스 그리고 프랑켄 하임 브랜드의 알트 맥주를 마시며 하루를 총결하고 내일의 계획을 점검한다. 독일의 여름은 낮이 길어 아홉 시가 돼도 훤하다. 하지만 어둡기 전에 맥주잔을 멈춘 적은 없었다.
독일에서의 일정은 무척 긴장되고 힘들다. 하지만 일과 후에 독일 맥주는 모든 것을 보상하고도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