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도 그렇지만 두 동생의 댁들도 결혼 초부터 강력히 차례, 제사를 집에서 모셔야 한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우리 형제들은 ‘부득이’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 집안은 새해 차례를 신정에 모시는데 아이들은 방학이고 크리스마스, 연말, 연시, 그리고 새해 차례를 겸해 2주 정도 서울 나들이를 하기로 했다.
문제는 개털이었다. 잠깐 다녀오는 것이지만 중국에서 한국에 갈 때 방역과 입국 절차, 또 한국에서 중국에 올 때 방역과 입국 절차를 모두 거쳐야 한다는 것이 매우 번거로웠다. 그렇다고 중국말만 하는 중국 개들만 있는 중국 동물 병원에는 맡기고 싶지 않다는 것이 모두의 의견이었다.
의논의 결론은 ‘전원주 아줌마’에게 맡기기로 했다. 전원주 아줌마는 우리 집 가사 일을 도와주시는 분인데 항상 쾌활하고 중국말도 잘하던 중국 아주머니였는데 몸매와 음성이(크기와 웃음소리도) 한국의 그분과 아주 흡사해 그렇게 호칭하는 분이다.
아내는 조심스럽게 아주머니에게 부탁 말씀을 드렸고 아주머니는 흔쾌히 승낙하셨다. 개털 이를 봐주는 조건으로 도우미 월급은 그대로 드리되, 꼭 밥 주는 양과 시간을 지켜주고 하루에 두 번 산책시켜주기 그리고 약간의 간식을 만들어 주기였다. 아내는 개털이의 간식을 위해 약간은 돈을 더 드리는 눈치였다.
2주가 지나고 우리가 다시 청도에 왔을 때 우리는 뭔가 잘못된 것을 금방 직감할 수 있었다. 날씬하고 암팡진 개털이가 아니고 조그만 동방신견(東方神犬)(1) 이 돼서 나타난 것이다. 가뜩이나 짧아 보이는 다리는 더 짧아졌고 배털은 아예 땅에 끌렸다. 아내가 건넨 밥은 ‘비싼 한국사료’ 아낀다고 거의 주지도 않았고, ‘충분한 간식 값’으로 날마다 싼 고기 사서 먹였단다. 산책도 꼬박꼬박 데리고 나갔는데 동네 사람들이 예쁘다고 많은 사람들이 간식을 주었다고 했다. 오리목도 주고, 살 발린 돼지 뼈도 주고 비싼 새우나 게를 주는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그날 이후 개털이는 한동안 (체중이 정상으로 돌아올 때까지) 사료 이외에 일체의 간식은 금지되었고 정기적인 산책 외에 계단 오르내리기를 매일 해야 했다. 내가 볼 때 한 가지 신기한 것은 딱 2주 지났는데 개털이는 아내의 한국말보다 전원주 아줌마의 중국말을 더 잘 알아듣고 반응한다는 점이다. 추가 연구가 필요하겠지만 외국어 습득 능력은 사람보다 개가 빠른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봤다. 우리 아이들은 몇 달이 됐어도 전원주 아줌마 산동 사투리를 잘 알아듣지 못했는데......
(1) 영어로 티베탄 마스티프(Tibetan Mastiff)라고 하고 중국에서는 ‘짱아오(臟獒)’ 또는 ‘시 짱아오(西臟獒)라고 부른다. 티베트 말로는 ’ 도키(Do-khyi)라고 부른다. 동방신견은 별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티베트 개’라고 부른다. 보통 성견은 체고 80cm, 몸무게 100kg이 넘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