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에서 시작한 중국 생활은 밖에서 보기에는 낭만적일 수 있지만 실제로 살아 보니 그렇게 좋은 환경은 아니었다. 우선 겨울에 춥고 여름에 더웠으며 안개가 자주 끼고 습해 쾌적함과는 거리가 있었다. 또 시내와 다소 거리가 있어 생필품 구매, 학원 수강, 외식 등의 경우 불편하기도 했다.
개털이도 처음에 당분간은 해변 산책을 좋아하는 것 같더니 축축한 굵은 모래가 깔린 바닷가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래서 아침에 산책 가자고 하면 침대 밑으로 기어들어가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1년 후에 시 중심 아파트로 이사했다. 불편했던 환경은 모두 해결되었고 덤으로 아파트 앞의 놀이터를 겸한 공터가 산책, 운동에 요긴한 단지였다.
개털은 발정이 와도 크게 표시가 나지 않는 데다가 항상 가족들과 함께 집에 있어 아내가 주의 깊게 살피지 않으면 모르고 넘어갈 정도였다. 그해 여름에도 우리는 미처 발정이 온 줄을 모르고 있었다. 여름날 늦은 오후에 나와 아내는 모처럼 롤러 블레이드를 타기로 하고 아파트 앞 공터에 개털을 데리고 나갔다. 산책을 나온 이웃들과 이웃들의 강아지들과 인사도 하고 아내와 롤러 블레이드도 타는 편한 시간이었다.
그런데 이 날따라 유독 개털이 주변에 개들이 많이 모여들었다. 그중에 특히 얼굴이 넓적하고 코가 납작한 못생긴 중국 개가 특히 열심이었다. 사실은 이때 개털이는 발정이 왔었고 다른 개들은 모두 대형견이어서 개털과는 적합지 않은 상대였다.
우리가 이상한 느낌을 깨달은 것은 한참이 지나 (개털이 와 못생긴 중국 개가 이미 의사소통이 된 후)서 였고 마침내 개털이는 못생긴 중국 개에게 시집가기로 결심을 하고 몸을 고정하고 있는 시점이었다. 못생긴 중국 개는 개털이의 뒤로 돌아가 ‘횡재’를 누리려는 참이기도 했다.
이때 빠른 판단력과 순발력을 가진 아내가 개입했다. 아내는 “개털아 안 돼 “를 외치며 롤러 블레이드를 지치며 돌진해 뒤로 자빠지진 몸을 돌리며 개털 이를 안아 들었다. 아내는 아팠을 텐데 전혀 내색 없이 씩씩 거리며 품에 안고 일어나 어기적어기적 내게로 와서 개털일 잠시 내게 맡기고 롤러 블레이드를 벗었다. 그동안 못생긴 중국 개는 우리 주의를 맴돌며 조급한 모습을 보였다. 롤러 블레이드를 벗어 든 아내는 이내 집으로 가자고 재촉해 개털을 안고 집으로 갔다.
집에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개털이는 아내의 검지와 중지 두 손가락으로 이마 가운데를 쿡쿡 찔리면서 구박을 받았다. ”그렇게 못 생긴걸 어떻게 좋아할 수 있니?? “
같은 시간 시나브로 어둠이 덮이는 아파트 공터에서 못생긴 중국 개는 구슬프게 울어대고 있었다. 나중에 들어보니 그 개는 한 시간쯤 그러고 있었다고 한다.
이날 우리는 중요한 결정을 했다. 개털이는 시집보내지 않기로......!! 탱이를 보니 새끼를 나면 급격히 몸이 축나고 그래서 빨리 늙으니 개털이 와 건강하게 오래오래 같이 살기 위해 그렇게 하는 것이 좋겠다는 ‘아이들 엄마’의 의견이었다. 아이들도 동의했고 나도 반대하지 않았다. 자연주의자인 나는 아내의 의견에는 전적으로 동의하진 않았다. 하지만 개털이 보다 못생긴 새끼를 낳은 것도 싫었지만 개털이 보다 예쁜 새끼를 낳는 것은 더 싫었다. 결국 아내의 의견대로 결정되었다. 언제나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