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털이는 화가 나면 우선 낮게 으르렁 거린다. 이때는 코 윗살에 주름을 잡고 위턱의 근육을 수축시켜 송곳니를 최대한 내보이기 때문에 인상이 아주 사나워진다. 평소에 거의 보이지 않는 눈의 흰자위도 드러내 더 흉측하다. 그래도 안 되면 맹렬하게 짖으며 공격(주로 물려고)하려고 한다.
내 관찰에 의하면 개털이가 진짜 노여워하는 것은 자기 엄마인 아내를 괴롭히는 것이다. 아이들이 십 대에 접어들어 가끔 아내에게 대드는 적이 있는데 하루는 딸아이가 좀 심하게 반항을 했었던 것 같다. 이때 갑자기 개털이가 딸아이에게 달려들어 꼼짝도 못 하게 으르렁거렸다. 이후부터 심심하면 딸아이는 아내를 때리는 시늉을 하고 개털이는 여지없이 딸아이를 공격했다. 아내가 개털 이를 안고 있을 때 아내를 때리는 척 해도 예외는 아니다. 그때 개털의 눈빛을 보면 목숨을 걸고 아내를 지키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나는 ‘두 치’ 이기도 하지만 덩치도 크고, 무엇보다 집을 비우는 시간이 많아 개털이가 ‘열외’ 또는 두목으로 여기는 듯하다. 오랜만에 집에 돌아오면 격렬하게 반가워 하지만 그 예식이 끝나면 항상 일정한 거리를 두고 생활한다. 나는 동물 털 앨러지도 있을뿐더러 강아지가 장난감이 아니라는 생각이 있어 스킨십은 제한적으로 가끔 턱밑을 간질이는 정도만 하지 더 이상은 하지 않았다. 그렇게 서로 ‘어려운 사이’ 임에도 불구하고 아내를 때리는 것에는 용서가 없다. 내가 장난으로 아내를 때리는 척하면 개털이는 무서워서 바들바들 떨면서도 노여움을 드러낸다. 내가 이놈~하고 짐짓 겁을 주면 잠깐 멈칫하다가 분노 +두려움이 섞인 짖기를 반복하고 가까이 있으면 공격하기까지 한다. 나나 아내가 아이들을 야단칠 때는 구석에 숨는 녀석이 아내를 때리면 불처럼 분노하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고 한편으론 아내가 부럽기도 하다.
개에게 감정이 있다는 발견도 신기하지만 그 감정이 복합적일 수 있다는 것은 신비롭기까지 하다. 내가 장난으로 아내를 ‘뿅 망치’로 때리고 관찰한 개털은 ‘사랑하는 마음(아내를 아끼는 마음), (나를) 두려워하는 마음, 그리고 자기가 아끼는 것을 공격하는 대상에 대한 노여운 마음이 함께 작용하는 것이 분명했다. 같은 가족이지만 층 차가 있고 그 층 차의 기반에서 자기 가치관에 근거한 복합적인 감정을 반복해 표현할 줄 아는 생물체를 우리는 ’ 개‘라고 부른다.
열 받게 하지 마라!
개털이는 화가 나면 우선 낮게 으르렁 거린다. 이때는 코 윗 살에 주름을 잡고 위턱의 근육을 수축시켜 송곳니를 최대한 내보이기 때문에 인상이 아주 사나워진다. 평소에 거의 보이지 않는 눈의 흰자위도 드러내 더 흉측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