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占)을 친다는 것은 “예측할 수 없는 일에 대해 예측하는 것이다”①. 앞일을 내다볼 수 있는 사람들은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첫째는 귀신과 소통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영빨’이 있는 귀신과 소통이 가능하다(고 한다). 그래서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고 듣지 못하는 것을 들으며 알지 못하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 이름도 친근한 미숙이 누나는 이들의 한계를 아래와 같이 명확히 했다.
그 영빨에도 유통기한이 있다는 것, 때문에 초기엔 놀라운 능력을 발휘하지만 상승무드가 꺾이면 그때부터 헛 다리를 집기 시작한다.②
두 번째 경우는 공부해서 아는 경우다. 사주, 팔자, 명리, 주역 같은 한문이 많은 책을 공부했거나 타로 점, 별자리 점 같은 좀 산뜻한 느낌의 뭔가를 배워 남의 운명을 헤아려주고 돈 받는 것이다.
공자께서는 는 기괴함과 용력과 패란의 일과 귀신의 일을 말씀하지 않으셨다.➂
여기에 덧붙인 주자의 설명이 재미있다. " 괴함과 용력과 패란의 일은 이치의 바른 것이 아니니 성인이 말할 바가 아니다"④ 하지만 그는 鬼神과 관련해서는 결이 다른 설명을 한다.
"귀신은 조화의 자취이니, 비록 바르지 않은 것은 아니나, 이치를 궁구함이 지극하지 않고는 쉽사리 밝힐 수 없는 것이 있으므로, 또한 가벼이 사람들에게 말씀하지 않으신 것이다."⑤
고대로부터 하늘의 뜻을 읽기 위해 거북점(卜)과 시초점(筮)을 쳐왔다. 여기에 더해 팔괘를 사용해 하늘의 음성을 듣는 『연산』과『귀장』그리고 『주역』이 하늘(귀신)의 뜻을 읽는 '예측'과 '추측'의 도구로 사용되었다. 이중에 『주역』이 공자의 선택에 의해 다른 것들을 압도하고 유아독존의 경전이 된 것이다.⑥ 주자도 수시로 점을 친 것으로 보아 점에 대해 부정적이지 않은 것은 틀림없다.
문제는 그 잘난 군자들이 점을 치는 데 있어서도 군자와 소인을 나누었다. 점은 똑 같이 쳐 놓고서도 군자점이 있고 소인점이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기우제를 지내 비가 오면 소인들은 귀신 때문으로 여겨 신기해한다.(小人以为神). 그러나 군자들은 어차피 올 비였고, 다만 관례에 불과한 의식을 행했다(君子以为问)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⑦ 당연히 말은 이렇게 했지만 점과 굿은 군자들이 더했다. 소인들은 뭘 하려고 해도 돈이 없어 못한다.
아마도 공자가 괴력난신을 이야기하지 않은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 같다. 잘난 척이나 해대면서 문제도 이해하지 못하는데 답을 이야기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지만 결정해야 하는데 결정할 수 없거나 판단할 수 없는데 판단해야 하는 상황을 만나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러한 상황은 사람이 살면서 누구나 만날 수 있는 상황이다. (아직 이런 상황을 만나지 않았다면 대단한 행운이 아니라 머지않아 만난다는 이야기이니 좋아만 할 일은 아니다)
나는 이 대목에서 점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발생했다고 믿고 있다. 즉 돈 있고 힘 있는 군자들이 은밀하게 유능한 점쟁이들을 전속으로 거느리고 필요한 하늘의 소리를 들으려 하는 것이다. 그리고는 비밀스러운 귀신의 조짐을 미리 알고 자기의 이익을 위해 활용하려는 것이다. 그리고 공식적으로는 "이 대명천지에 점은 어리석은 사람이나 하는 일이다"라며 폼 잡는 구조이다.
천하의 모든 이치는 고이면 썩게 돼있다. 가려 어둡고 음침한 구석에서는 절대 맑은 기운이 피어날 수 없다. 점복은 발전할 수 없고 신비의 장막의 뒤에 숨어 투기(投机)가 벌어지게 되는 것이다.
100% 맞는 점이란 어차피 존재할 수 없다. 따라서 객관적인 규칙이나 논리적 필연성이 완벽할 수 없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더욱 집요하고 치열하게 접근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는 그것을 '정성'이라고 부른다. 정성은 불필요한 노동을 반복하는 것이 아닌 하늘의 음성을 듣기 위한 불완전한 인간들의 자기 정화 과정을 이르는 것이다.
이제는 점복이 대명천지 밝은 곳으로 나와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바탕은 점의 공급자보다는 점의 수요자의 각성이 필요하다. 적어도 내가 무엇을 모르는지 어떤 문제에 대한 판단을 해야 하는지는 정확히 알고 점칠 것을 요구할 정도는 돼야 한다. 이것이 점복 시장 선진화의 첩경이며 점복 선진화의 첫걸음이다.
그렇지 않다면 쓸데없이 품과 돈을 팔아 얼치기 점을 보고 안 보느니 못한 찜찜함을 느끼지 말고 동전이나 주사위를 던져 결정하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고 간편한 방법이다. 어차피 점복(무속 포함)은 객관 규율이나 논리적 필연성은 없다.⑧
"족집게처럼 맞춘다 한들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어차피 일어날 일을 미리 알아서 뭐 어쩌라고?"⑨
① 李零지음, 차영익 옮김 『리링의 주역 강의』(주)글항아리. 경기 파주. 2016. p.19.
② 고미숙 『나의 운명 사용 설명서』북드라망. 서울. 2013. p.51.
➂ 술이 20번째 장이다. 원문은 子不语怪力乱神
④『顯吐完譯 論語集註』傳統文化硏究會. 서울. 1991. p.138.
⑤ 『顯吐完譯 論語集註』傳統文化硏究會. 서울. 1991. p.138.
⑥ 李零지음, 차영익 옮김 『리링의 주역 강의』(주)글항아리. 경기 파주. 2016. pp. 50-53.
⑦ 『순자』,「천론」
⑧ 李零지음, 차영익 옮김 『리링의 주역 강의』(주)글항아리. 경기 파주. 2016. p.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