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누가 죽어야 할까? - 发愤亡食

제7 술이편(第七 述而篇)- 19

by 누두교주

아침마다 휴대폰을 들여다보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오늘도 실패했다. 나와 상관도 없는 이런저런 뉴스를 건성건성 보다가 뉴스 제목에 빵 터졌다. 몇 년 전엔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고 했는데 이제는 주자가 죽어야 한단다.

https://chosun.app.link/P0WrCe2Zltb


2000년대 초반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①라는 책을 출장길 공항에서 산 기억이 있다. 산 이유는 ‘공자는 이미 죽었는데 뭘 또 죽이나’하는 의문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정작 이 책에는 공자 이야기는 별로 나오지 않는다. 칼국수에 칼 안 들어가는 것과 같은 이치였다.

그런데 이번엔 ‘주자(朱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고 제목을 걸어 놓고 우파적 시각에서 얼마든지 생각할 수 있는 논리를 산만하게, 그리고 약간은 감정적으로 나열하고 있었다.


주자도 이미 죽은 사람이다. 주자는 지지리도 못난(대부분의 중국 왕조가 그랬지만) 송(宋) 나라의 학자로 당시 송나라의 문제 해결을 위해 공자를 불러내 약(정치, 사회문제의 해결책) 팔던 사람이다.② 그런데 결과는 주자도 죽었고 송나라도 망했다.


https://brunch.co.kr/@nudugyozu/207

다른 건 잘 몰라도 공자는 최소한 위선적인 삶은 살지 않았다. 예를 들어 ‘한 번 발동 걸리면 밥 먹는 것도 잊고 즐거움으로서 근심을 잊으며 늙음이 곧 닥쳐온다는 사실도 모르는 사람’③을 죽여서 나라를 살릴 수 있을까?




자기의 계획과 주장을 진솔하게 말하고 최선을 다해 실천하면 좋으련만, 스스로가 켕기는 것이 있고 구린 구석이 있으니 수천 년 전에 죽은 사람들을 소환해 포장재로 쓰는 것 아닌가? 그리고는 터진 입이라고 ‘엣 성현(聖賢)의 말씀’이라며 객관적 당위성을 담보하려는 꼼수가 아닌가?


그러니 이미 죽은 사람 또 죽이는것은, 좋은 생각이 아니다.


** 사진설명 : 경상대 도서관에 있는 공자와 주자의 영정이다. (naver.come 검색. 검색일 2022. 09.16.)


① 김경일 지음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 바다출판사. 서울. 2005.


② 우리는 그 학문을 도학, 성리학, 주자학, 또는 송학이라고 부른다.


③ 류종목 지음 『논어의 문법적 이해』 ㈜문학과지성사. 서울. 2020. p.234-235. 원문과 이 책에서의 해석은 아래와 같다.

葉公問孔子於子路, 子路不對, 子曰: “女奚不曰: ‘其爲人也, 發憤忘食, 樂以忘憂, 不知老之將之云爾?”

섭공이 자로에게 공자에 관하여 물었는데 자로가 대답하지 않았다. 이에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너는 왜 ’ 그의 위인은, 분발하면 밥 먹기를 잊고, 즐거움으로 근심을 잊으며, 늙음이 곧 닥쳐온다는 사실조차도 모르는, 그런 사림일 뿐입니다 ‘라고 말하지 않았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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