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이 바뀌는 요즘 들어 섹스보다 중요한 일을 하는 사람을 매일 마주할 수 있다. 우리나라가 최근에 만들어 국제화된 '내로남불'로 요약되는 정당화가 그것이다.
이리저리 거짓말로 둘러대다가 한계에 다다라 식은땀을 흘리며, 화제를 돌려 순간을 모면하려 애쓰는 모습들을 볼 때마다, 괘씸하다는 생각을 지나 안쓰럽다는 생각까지 든다. 무슨 부귀영화를 보겠다고 저렇게 추하게 아등바등 살까? 그냥 거친 밥에 나물 반찬을 먹더라도 맘 편하게 내 맘대로 사는 게 좋지!
공자는 취직하려고 20년 가까이 천하를 헤매고 다녔지만 꽝 됐다. 그는 하다 하다 반란의 무리에 합세할 생각까지 한다. 그것도 조무래기(왕이나 대부가 아닌) 대장이 일으킨 반란에 참여할 궁리를 한다. 심지어 한 번만 그런게 아니다. 『논어』에서만 두 번 그런 것이 나온다. 그럴 때마다 불쾌해하는 제자 자로의 제지를 받고 가지 못했다.
반란은 나쁜 짓이고 더구나 조무래기들이 소란을 피우는 일은 혼을 낼 이이다. 그런데 거기에 기웃거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루려는 태도는 절대 바람직하지 못하다. 물론 공자도 옳지 못하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그는 정중히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는 대신에 섹스보다 중요한 선택을 했다. 자세한 이야기는 아래와 같다.
필힐이 (중모라는 동네에서 반란을 일으키고) 공자를 불렀고, 공자는 가려고 했다.
자로가 말하길: "이전에 선생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직접 나쁜 일을 행하는 자가 있는 곳에는, 군자가 가지 않을 것이다.'라는 것을 들었습니다. 지금 필힐은 중모읍을 가지고 반란을 꾀하는데 선생님은 가시고 싶어 합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습니까?
공자가 말씀하시기를, "그렇다. 내가 그런 말을 한 적 있다. 그러나 너는 모르겠느냐? 가장 강한 것은 아무리 문질러도 얇게 하지 못하며 가장 흰 것은 아무리 물들여도 검게 물들지 못하느니, 내가 어찌 단지 매달려만 있고 사람들에게 먹히지 않는 뒤웅박 일 수 있겠는가?②
쉽게 말해 공자 자신은 나쁜 놈들이랑 놀아도 물들지 않을 사람이라는 주장이다. (가장 강한 것은 아무리 문질러도 얇게 하지 못하며 가장 흰 것은 아무리 물들여도 검게 물들지 못하느니) 그래서 나쁜 놈들과 같이 공자가 이상으로 생각하는 인의예지가 강물처럼 흐르는 국가를 건설하겠다는 논리이다.
그래 놓고서는 나이 먹도록 취직이 안 되는 자신을 한탄한다. (내가 어찌 단지 매달려만 있고 사람들에게 먹히지 않는 뒤웅박 일 수 있겠는가?)
아무도 따가지 않는 뒤웅박 신세라면 그저 매달려 씨나 받을 일이지 조무래기 반란 판까지 기웃거리려는 생각은 좀 아닌 것이 분명하다.
또 잘못했으면 시원하게 잘못했다고 인정하고 다음부터 안 그러면 될 일이다. 그걸 구차하게 이리저리 변명하고 자기 신세 한탄하며 슬그머니 넘어갔다가 또 사고 치는 것은 참으로 궁상이다.
2,500년이 지난 지금도 공자의 이런 모습을 배우고 익혀 좋지 않은 일을 해놓고 딴소리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그들이 반드시 알아야 하는 사실은 공자는 하려고만 했지, 하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① 김영민 교수가 한 말이다. 출전은 까먹었다.
② 杨伯峻 译注 『论语译注』 中华书局. 北京. 2019. pp. 181-182. 원문은 아래와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