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도 꽃게에게 똑바로 걸으라고 한들 똑바로 걸을 것이며 연평도 꽃게가 똑바로 걷는다고 한들 뭐가 달라질까? 그저 꽃게는 꽃게로 보고, 꽃게가 필요할 때 꽃게를 쓰면 될 일이다.
꽃게가 우리 식구 될 일도 없고, 꽃게의 통치를 받을 일도 없으니 꽃게는 꽃게의 삶을, 우리는 우리의 삶을 잘 살면 그만이다. 다만 우리의 삶과 꽃게의 삶이 겹칠 때를 대비해 꽃게의 습성을 철저히 연구, 미리미리 준비하면 그뿐이다.
같은 이치로, 중국 사람이 중국 사람처럼 생각하고 판단하고 행동하는데 우리가 불쾌해하거나 화낼 일은 아니다. 만일 그런 감정이 든다면, 그만큼 중국 공부가 부족한 것이다. 중국이 하는 일은 미리 예측할 수 있다. 꽃게가 그랬던 것처럼, 매우 오래전부터 반복된 일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어제 신문보도 내용 중, 한국발 중국 입국자에 대해서만 PCR 검사를 하는데, 중국 사람은 빼고 한다는 ‘정책’이다.
어떻게 보면 참으로 속보이고 쪼잔하고 쩨쩨하고 덩치 값도 못한다고 느낄 수 있다. 입장을 바꿔, 만일 내가 중국 사람이라면, 내 조국의 속보이고 쪼잔하고 쩨쩨하고 덩치값도 못하는① 현실에 매우 괴로울 것 같다.
참으로 말도 안 되는 소리 같지만, 중국의 이런 태도는 이미 3,000년도 넘었다. 또한 중국의 일부 지식 계층을 중심으로, 조국의 이런 현실에 자괴감을 느껴 정치적 망명을 고민하는 예도 수 천 년을 이어 내려온다.
(중국에) 도(道)가 행해지지 않아, 뗏목을 타고 해외로 가고 싶다.②
『논어』에 나오는 공자의 말이다. 2500년 전 공자는, 제정신 가진 사람이 없어(道不行) 당최 뭘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해외망명을 고민하며, 이동 수단으로 목제 무동력 바지선(桴 - 木簰 - 뗏목)을 생각하는 등 매우 구체적인 준비를 상상했다.
공자도, 중국의 속보이고 쪼잔하고 쩨쩨하고 덩치 값도 못하는 현실의 개혁을 포기하고 해외로 토 깔 궁리를 한 것이다.
그런데 공자의 해외망명 계획 천 년 전 중국도 권모술수가 난무하던 사회였다. 전문용어로 도가 행해지지 않은(道不行) 사회였다.
미자는 떠나가 버렸고, 기자는 종이 되었고 비간은 간하다 죽었다.③
미자, 기자, 비간 세명의 인한 사람(三仁)의 상이다. 누가 누군지 구분하는 중국 사람은 하나도 못 봤다.(출처:https://url.kr/bjzt6x, 검색일, 2023.2.2.
미자, 기자, 비간은 공자가 『논어』에서 직접적으로 인정한 문화 영웅들이다. 공자는 이들에게 인인(仁人 – 어진 사람 – 제정신 가진 사람)의 호칭을 헌정, 중화민족의 문화영웅으로 추앙했다. 그런데 이들의 말로는 참담했다. 세 사람 모두 왕실의 어른(엘리트 지배계급)인데, 기자는 미친 척하고 종노릇 하며 연명했고, 비간은 산채로 심장을 꺼내는 꼴을 당하고 죽었다. 그나마 도망간 미자가 happy 한 상황이다.
공자는 천년 전 망명 성공 확률 33.3%에 목숨을 걸 만큼 바보가 아니었다. 따라서 상상만 하고 실행에 옮기진 않은 것이다.
정리하자면, 중국은 3,500년 이상 도가 행해지지 않고, 대대로 권모술수(權謀術數 – 잔 대가리)가 횡횡하는 나라이다. 물론 그 권모술수는 확대 재생산되어, 중국 종이 아닌 일반적인 호모 사피엔스들의 상상을 당연히 초월한다. 뭐든 3,500년을 연습하면 다 그 정도는 한다. 그 결과, 오늘날 중국은 자유, 인권, 민주주의, 인간 존중 등 인류의 보편적 가치로 여겨지는 덕목보다는 ‘시진핑 시대 중국특색의 사회주의’를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이 이러할진대, 중국에 합리적 국제기준과 보편적 인류애를 기대하는 것이 옳은 일인가? 아니면 상대를 내가 원하는 대로 상상하지 말고, 상대를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그 기준에 맞게 분석하고 연구하고 우리 이익에 맞는 대안을 강구하는 것이 옳은 일인가?
꽃게가 그렇듯이 중국은 중국으로서, 판단하고 행동하고 있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이미 3,500년이 넘었다. 그런데 우리는 막연한 환상에 의존해, 우리가 원하는 대로 중국을 바라보고, 우리들 중의 일부는 마음의 상처를 입는 것을 반복하고 있다. 중국이 좋아하는 ‘이간질’의 대상이 되기 아주 좋은 상대이다.
우리는 당연히 있는 그대로의 중국을 연구하고, 그 실체를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그 기초 위에 일련의 정책을 집행한다면, 중국의 반응을 충분히 사전에 예측할 수 있다. 그다음부터가 뒤통수 맞을 일 없는 게임을 시작할 수 있는 것이다.
① 속보이고 쪼잔하고 쩨쩨하고 덩치값도 못하는 잔대가리를 한자 성어로 표시하면 권모술수(權謀術數)이다. 한자 성어는 정치인들이 쓰기 좋아하는데, 문제는 정치인들은 한문을 잘 모르는 데 있다.
② 류종목 지음 『논어의 문법적 이해』 ㈜문학과지성사. 서울. 2020. pp.147-147. 원문은 다음과 같다. 道不行, 乘桴浮於海. 승부부어해(乘桴浮於海)의 해석은 양백준을 따랐다. 杨伯峻。『論語譯註』中华书局. 北京. 2019. pp. 42-43. 양백준의 해석 원문은 다음과 같다. 我想坐个木簰到海外去。
③ 김학주 역주 『논어 論語』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서울. 2009. pp. 318-319. 원문은 다음과 같다. 微子去之, 箕子爲之奴, 比干諫而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