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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두교주 Jul 30. 2023

찔끔 찔끔 엿 먹는 청소 전략 - 零敲牛皮糖

Dustbusters

  청소(淸掃)는 ‘더러움’을 그 대상으로 한다. 과거의 더러움은 그저 쓸어 버리면 됐다. 그래서 옛날엔 청소를 쓸어 없애는 소제(掃除) 또는 물 뿌리고 쓰는 쇄소(灑掃)라고 했다. 닦아내는 걸레질조차 생략된 매우 소박한 청소 본래의 모습이다.      


  청소 대신, 소제와 쇄소가 가능했던 이유는 주 오염원인 부엌과 화장실이 생활공간과 떨어져 있었고 방과 마루도 외부와 소통되는 개방된 구조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방의 그을음이나 화장실의 냄새는 없앨 대상에서 제외됐고 그저 방과 마루만 소제해도 되는 환경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주거환경은 과거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소리조차 차단시키는 완벽한 밀폐 구조이다. 게다가 주방과 화장실은 물론 마당에 묻던 김칫독, 집 앞 우물 또는 개울에서 하던 빨래까지도 집안에서 해결하는 구조로 바뀌었다. 이런 변화는 사계절 쾌적하고 편리한 생활과 더불어 외부와 철저히 차단된 안전한 환경을 구성한다.     

 

  그러나 이런 편리함의 뒷면에는 몇 가지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과제로 주어졌다. 주로 청소와 관련된 문제이다. 간단히 몇 가지 예를 들어 보겠다.    

  

  주방의 기름때, 화장실의 변기, 욕실, 거울, 벽과 바닥타일 그리고 샤워부스의 묵은 때와 악취, 여러 겹으로 설치된 창과 창틀의 오염, 베란다와 세탁실의 묵은 먼지와 물 때, 신발장과 다른 수납공간의 더러움........    


  조금 복잡하게 예를 들어 보면,      

  새로 지어 입주하는 경우엔 우선 각종 화학 약품을 사용해 시공해서 발생한 미세먼지를 만날 수 있다. 깨끗해 보이지만 손으로 문질러 보면 밀가루처럼 하얀 가루가 묻어 나온다. 이런 미세먼지는 바닥, 벽은 물론 천정과 심지어 서랍 안에도 도사리고 있다.      


  조금 시간이 지나면 물을 사용하는 집안 곳곳에서 곰팡이가 스멀스멀 피어나고 주방의 싱크대와 레인지 후드에는 기름때가 쌓여간다. 처음엔 반짝이던 금속 시설물은 시간이 지나면서 때가 끼고 점차 녹까지 슬게 된다. 영원히 깨끗할 것 같은 도자기(변기와 세면대 등)의 오염은 더 도드라지게 보여 괜히 속상하게 한다. 환풍기에 싸이던 먼지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밖으로 그 존재를 알리는 상황이 되면 거의 공포영화 수준이다.     


  사정이 이러할진대 한가하게 소제나 쇄소를 하며 생활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매번 전문가의 힘을 빌리기는 매우 부담스럽고, 진짜 청소의 전문가를 찾는 것도 쉽지 않다.      




  그렇다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     


  그 해결책의 일부는 병법(兵法)에서 찾을 수 있다. 청소는 ‘더러움’이라는 적을 무찌르는 전투 행위라는 발상이다. 적은 다양한 형태로 도발해 오고 나는 그러한 적들을 효과적으로 제압해야 한다.     


  그러나 문제는 ‘더러움’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며 나는 그 정체를 잘 모른다는 데 있다. 따라서 눈에 보이는 더러움을 속 시원하게 없애버리지 못해, 갑갑해하다가 분노하고 끝내는 체념하게 된다.     


  그런데 의외로, 한국 전쟁 당시 중국군을 막후에서 지휘했던 털택동(모택동)의 작전에서 이 문제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털택동은 야비하지만 능청스러웠고 지지리 궁상이었지만 뻔뻔했다. 그는 한국 전쟁이 교착상태에 빠지자 ‘엿 먹는 방법’을 작전이라고 지시했다.     


엿을 조금씩 빨아먹는 식으로!(零敲牛皮糖)①     


  미군을 한 번에 크게 이길 수 없으니, 약한 한국군 중에 돌출된 소규모 부대만을 골라 조금씩 여러 번 이기라는 작전이다.      


  요걸 청소에 대입하면, '큰 오염을 한 번에 깨끗이 할 수 없으니, 조금씩 여러 번 없애라는 것이 된다. 급하게 하면 이룰 수 없으니(欲速不達) 마음을 느긋하게 먹고 자주, 주기적으로 쓸고, 닦고, 문대고, 솔질을 하다 보면 새로운 더러움은 자랄 틈이 없고 있던 오염은 줄어들 수밖에 없게 된다.      


  엿을 찔끔찔끔 빨아먹는 것을 작전이라고 지시한 놈이나, 그걸 청소 전략이라고 떠드는 분이나 상태가 안 좋기는 별반 차이가 없는 것 같다. 날씨가 아주 덥긴 하다!!



① 박실 지음 『중국 공문서와 자료로 본 6·25 전쟁과 중공군』청미디어. 서울. 2013. p.268.     


대문 그림 : 엿을 찔끔찔끔 빨아먹는 작전(零敲牛皮糖)이라고 baidu.com에 검색하면 자랑스러운 중국의 역사로 소개된 이미지. 한국 전쟁당시 엿을 찔끔찔끔 빨아먹는 작전의 작전도이다.(출처:https://zrr.kr/3JVb, 검색일, 2023.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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