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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두교주 Jul 15. 2023

노자(老子)의 청소 전략 - 其脆易泮, 其微易散

Dustbusters

  청소의 본질은 ‘더러움’을 없애는 데 있다. 모든 행위(사람뿐만 아니라 천지자연을 포함해)는 물론 아무 행위를 하지 않아도(無爲) ‘더러움’은 증가한다. 더러움을 방치하면 개인적으로는 정신과 육체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고 사회, 국가적으로도 매우 부정적인 일들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인류 최초로 청소(淸掃)의 정의를 밝힌 바 있던 노자는 구체적인 청소의 전략까지 명료하게 제시했다. 『도덕경』에 간결하고 시적으로 표현된 청소의 전략은 2,500년이 흐른 지금에도 유효하다.

      

  (더러움의) 위험이 닥치지 않았을 때가 (깨끗함을) 지키기 쉽고(더러움의) 조짐이 드러나지 않을 때가 (깨끗함을꾀하기 쉬우며(때가) 굳어지기 전이 녹이기 쉽고, (기름때가미약한 상태가 흩어지기 쉽다.     

  

  (더러움이드러나지 않았을 때에 처리하고(방이아직 어지러워지지 않았을 때에 다스려야 하나니아름드리 거목(심한 곰팡이)도 털끝 같은 싹에서 생겨나고구 층의 누각(주방 기름때)도 흙 한 덩이(튄 기름 한 방울)에서 세워지며천 리의 먼 길(정갈한 환경)도 한 발부터 시작한다.      

    

  얼마나 탁월한 청소 전략인가! 여러 가지 ‘더러움’을 모두 포괄한 노자의 통찰은 청소를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눈여겨보지 않을 수 없다.      




  노자는 ‘더러움’을 적으로 규정해 가열 찬 투쟁으로 분쇄하기보다는, 사전에 차단하는 전략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노자의 사상은 인간의 전투행위에 응용돼 손자병법(孫子兵法) 탄생의 결실을 맺기도 한다.   

  

  그런데 노자의 생각이 현실적이 되기 위해서는 우선 깨끗한 환경이 처음부터 존재해야 한다. 그러나 쉽지 않은 조건이다. 이런 환경을 만나기 위해서는 누군가 새로 분양받은 아파트에 입주하면서 시공 먼지를 천장, 벽, 바닥은 물론 서랍 안쪽까지 깨끗이 청소하고 그 상태를 그대로 유지한 상태에서 깨끗이 청소를 마친 후 이사를 가줘야 가능한 일이다. 그렇다면 노자 말대로 하면 된다.     


  그런데 일반적인 상황은 그와 반대이다. 가구를 들어낸 자리, 세면도구, 입욕 도구를 들어낸 욕실, 그리고 식기와 조리기구를 빼낸 주방은 평소 보이지 않던 종류가 다른 여러 ‘더러움’들이 얼굴을 내민다. 그뿐 인가? 뿌연 유리창과 먼지가 떡이져 이끼까지 자라는 창틀, 거기에 곰팡이가 아롱진 베란다는 아름드리 거목(合抱之木)과 구 층 누각(九層之臺)과 다르지 않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는 방법은 최근에 와서 모택동이 아주 노골적으로 제시했으며, 이 모택동의 방법은 한국전에서 실행되었다. 다음 글은 이것과 관련된 이야기다.          



대문 그림 : 물청소 기능이 탑재된 청소기 출시를 발표하는 모습. 하지만 청소기가 아무리 좋아도 제대로 청소하지 않으면 말짱 꽝이다. 명필은 붓을 가리지 않는다. (검색일. 2023. 07.15. 출처 : 구글(https://zrr.kr/kkH5))


① 왕필(王弼) 지음. 임채우 옮김『왕필의 노자주』 ㈜ 도서출판 한길사. 경기, 파주. 2005. p.269. 노자 『도덕경』 64장이며 전문은 아래와 같다. (위 해석에 빨간색으로 표시한 주어는 내가 삽입한 것이다. 밑줄 친 부분이 위에 인용한 부분이다) 其安易持其未兆易謀其脆易泮其微易散爲之於未有治之於未亂合抱之木生於毫末九層之臺起於累土千里之行始於足下.

爲者敗之, 執者失之. 是以聖人無爲故無敗, 無執故 無失. 民之從事, 常於幾成而敗之. 愼終如始, 則無敗事. 是以聖人欲不欲, 不歸難得之貨, 學不學, 復衆人之所過. 以輔萬物之自然而不敢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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