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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두교주 Oct 02. 2023

정리 – 어리석음, 또는 위선 - 多藏必厚亡

Dustbusters

  물건을 필요 이상 소유하고 싶은 사람은 많지 않다. 하지만 ‘신제품 광고’를 보고 유혹에 빠져 필요치도 않은 것을 덜컥 사본 경험은 모두에게 있다. 선물, 1+1, 사은품, 증정품 등의 공짜와 ‘세일’이라는 강력하고 놀라운 단어는 정리의 대상을 효과적으로 늘려준다.      


  그리고 우리는 정리하기 위해 다시 정리 도구를 사고 어딘가 감추어 놓고 잠깐 행복해한다. 어리석음과 위선이 아주 절묘하게 조화되어 있는 셈이다.


  정리 정돈을 도와준다는 가구와 정리함에 속지 말자.....(중략) 정리는 더 잘 숨기기 위한 일시적인 방편에 불과하므로 결국에는 우리 삶 속에서 다시금 문제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     

     

  정리한다고 물건의 자리를 바꾸어 놓는 일은 어리석다. 당장은 말끔해 보이지만 다시 어지러워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결국 이렇게 정리하는 것은 시간 낭비에 불과하다. 언 발에 오줌 누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렇다고 결핍과 불편한 삶을 찬양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우리의 눈과 귀를 끊임없이 자극하는 마케팅으로부터 자유로운 삶을 말하고 싶을 뿐이다. 수천 년 전 노자 영감도 이미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애착이 심하면 반드시 큰 대가를 치르고,

많이 쌓아 두면 반드시 크게 잃는다.

족함을 알면 욕되지 않고,

멈출 줄 알면 위태롭지 않아

장구할 수 있다.     


  많이 먹고, 살 뺀다고 뛰어다니거나 살 빼는데 좋은 약을 먹는 것은 어리석다. 그 결과는 오래 살기 어렵다. 좋은 것 적당히 먹는 것이 옳다. 그러면 오래 건강히 살 수 있다(可以長久)     




  같이 이치로 주체할 수 없을 만큼 많이 소유하고, 언젠가 필요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버리지 못하고 있다가 ‘정리 class’의 도움을 요청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그런데 그 ‘정리 class’가 정리 도구를 사용해 자리만 바꾸어 놓는 것이라면 어리석은 위선이다. 우선 버릴 것을 구분하는 것이 옳다.     


  그리고는 족함을 알아야 한다. 그러면 난처한 꼴을 당하지 않는다(知足不辱) 그리고 순간적으로 달콤한 유혹을 이겨내고 필요치 않은 것을 단호히 멀리해야 한다. 그러면 위태롭지 않다(知止不殆) 그러면 오래도록 따로 정리하지 않아도 된다(可以長久)     


  그렇지 않고 잔뜩 가지고 있으면서 사들이는 것을 멈추지 않은 다면 반드시 폭삭 망하게 돼 있다(多藏必厚亡)      



대문 그림 ;  프랑스 아줌마 도미니크 로로다. 그녀의 책에서 이 글의 영감을 받았다. (출처; https://zrr.kr/zkTN, 검색일. 2023. 10.02)

    

① 도미니크 로로 지음. 임영신 옮김 『도미니크 로로의 심플한 정리법』 ㈜도서출판 아름다운사람들. 경기. 파주. 2013. pp. 183-184.     


② 최진석 지음 『노자의 목소리로 듣는 도덕경』 소나무. 서울. 2001. pp. 348-349. 도덕경 44장의 일부이다. 원문은 다음과 같다. 甚愛必大費, 多藏必厚亡. 知足不辱, 知止不殆, 可以長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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