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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두교주 Jun 30. 2023

청소 삼국지 - (쇄소,응대, 진퇴 ;灑掃·應對·進退)

제19 자장 편(第十九子張編) - 12

  한국 사람, 중국 사람 그리고 일본사람이 돼지우리에 들어가 누가 더 더러운 환경에서 오래 버티는지 내기하기로 했다. 일본사람이 제일 먼저 더러운 환경을 참지 못하고 뛰쳐나갔다. 그다음은 한국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다음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돼지가 뛰쳐나온 것이다. 그 돼지는 하도 더러워서 중국 사람과 같이 있는 것을 참지 못한 것이다.     


  이 우스개는 다소 과장됐을지는 몰라도 대체로 맞는 말이다. 1991년 처음 일본에 갔을 때 느낀 인상이 “깨끗하고 조용하다”는 것이었다. 지금도 일본에서는 같은 느낌을 받는다. 하지만 중국은 좀 달랐다.     




  1990년대 중반 중국 청도의 합자 공장 화장실은 한국인용 중국인 간부용 그리고 공인용으로 구분돼 있었다. 물론 나는 항상 한국인용 화장실을 사용했다. 다소 엉성하긴 했어도 세면대와 환풍기까지 달린 제대로 된 화장실이었다.      


  그러다 어느 날 무심코 공인용 화장실을 들어갔다가 놀라 뛰어나왔다. 낮에도 컴컴한 조명과 심한 냄새는 그렇다고 쳐도 큰일 작은 일 구분 없이 칸막이가 없는 것을 상상치 못한 환경이었다. 그날 중국인 총경리는 허락 없이 공인 화장실을 출입한 나를 비판했고 나는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맹세했다.  

  

G-2의 반열에 오른 중국의 화장실이 개선되고 있다. 드디어 칸막이를 설치했다. 그리고 청소도 한다. 이제 문만 달면 된다.(출처;baidu.com , 검색일, 2023. 6.30


  2000년대 초 상해에서 독일 가는 밤 비행기를 예약한 독일 파트너(Mr. Diter Hehner)와 동향 시 지사에서 저녁을 겸해 맥주를 퍼마시고 상해 푸동 공항을 향해 출발했다. 절강성 가흥·동향 시 지사에서 상해를 가려면 상해-항주 고속도로(沪杭高速公路)를 이용해야 한다. 둘 다 맥주를 잔뜩 퍼마셨으니 두 시간 넘는 길 편히 가긴 틀렸고 중간에 화장실을 이용해야 했다. 우린 가흥시와 상해시 경계, 톨게이트에 내려 화장실을 사용하기로 했다.     


  한국과 독일의 신사 두 사람이 화장실에 나란히 들어갔다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이 바로 되돌아 나왔다. 하지만 노상 방뇨는 할 수는 없는 일인지라 둘은 다시 들어갔다. 그리고 둘은 말없이 숨을 멈추고 하늘을 쳐다보고 일을 마치고 황급히 나왔다. 이날 이후 우리는 그 화장실을 '페닌슐라 호텔 화장실'이라고 불렀다.     


더 페닌슐라 홍콩 호텔의 화장실 모습이다. 우리가 방문했던 중국의 톨게이트 화장실과 시설, 설비, 청결도가 다소 다르다.





  중국은 왜 더러울까? 왜 지금도 일본은 우리보다 깨끗한 환경을 유지할 수 있을까? 나는 그 원인을 『논어』에서 찾는다.     


  자유가 말했다.


  "자하의 제자 애들은 집 안을 청소하고, 손님을 응대하고, 나아가고 물러나는 것과 같은 일을 당하면 괜찮게 하지만 그것은 말단적인 일이다. 근본을 궁구 하는 것과 같은 중요한 일은 하지 않으니 이것을 어찌하랴? “①     


  자하가 이 말을 듣고 말했다.


  "! 언유는 틀렸다. 군자의 도를 어느 것을 먼저 전수하고 어는 것을 뒤로 돌려 게을리하겠는가? 다만 초목에 비유하자면 종류에 따라 구별하여 기르는 것과 같다. 그래서 그런 것이지 군자의 도를 어찌 왜곡할 수 있겠는가? 시작도 있고 끝도 있어 온전한 사람은 오직 성인 뿐이리라! “    

 

  이 짧은 『논어』 구절은 두 가지 매우 속상한 사실을 포함하고 있다.     


  첫째, 같은 스승(공자) 밑에서 동문수학해, 이제는 서로 제자를 거느릴 정도로 성장한 동창끼리 도를 먼저 닦으라는 둥, 닦을 도가 따로 있냐는 둥 하면서 뒷담화와 반론을 주고받는 것이다. 이점은 ‘공자가 죽은 뒤에는 유학에도 파벌이 생기지 않을 수 없는’②것을 잘 보여 주고있는 것이다.     


  둘째, 청소가 말단적인 일(末也)이고 근본적이지 않다(本之則無)는 선언이다. 따라서 청소는 하지 말고 그저 근본이나 열심히 궁구하면 될 일이 된 것이다.     




  따라서 청소는 말단적인 일, 근본적이지 않은 일을 하는 사람들의 몫이 된 것이다. 그 결과, 우리는 청소하는 지도자를 가져 본 적이 없고, 청소하는 아버지가 없는 환경이 당연한 것으로 알게 된 것이다.     

 

  이로 미루어 보면 청소를 주장한 자하(子夏)보다는 그것을 비판한 자유(言遊)가 잘 나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중국은 아직도 자유가 살아있다. 그래서 지금도 근본을 열심히 궁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일본은 16세기부터, 우리는 새벽종이 울릴 때부터 비로소 청소하기 시작했다.     



대문 사진 : 더 페닌슐라 홍콩 호텔의 모습이다. 침사추이 스타페리 선착장과 가까워 홍콩 출장시 매번 쳐다보고 지나간다.


① 류종목 지음 『논어의 문법적 이해』 ㈜문학과지성사. 서울. 2020. p.613-615. 원문은 다음과 같다.  子遊曰: 子夏之門人小子, 當灑掃·應對·進退則可矣, 抑末也. 本之則無, 如之何?

  子夏聞之曰: 噫! 言遊過矣! 君子之道, 孰先傳焉, 孰後倦焉? 譬諸草木, 區以別矣. 君子之道, 焉可誣也? 有始有卒者, 其惟聖人乎!     


② 김학주 역주『논어 論語』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서울. 2009. p. 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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